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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상반기 불교박사-하]

  • 교학
  • 입력 2022.03.04 20:50
  • 호수 1623
  • 댓글 0

불교 경전에 근거한 ‘치유 프로그램’ 분석 다수

시와 문학으로 불교사상 탐색…구하·효당 스님 생애도 새롭게 조명
자비명상 효과 호르몬으로 검증…‘저도자아’ 개념은 유신견과 비교
화엄계 사찰의 전각 배치와 구도 분석해 사찰이 내세운 사상 해석

배병훈 박사의 ‘어네스트 베커의 환상 담론으로 본 삶과 죽음 연구’는 문화인류학자 어네스트 베커(1856~1939)의 관점에서 인간이 삶과 죽음을 통해 겪게되는 고통의 문제를 다룬 논문이다. 어네스트 베커는 인간이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고자 현실과 반대되는 환상을 만들어냈고, 인간이 불멸의 영웅성과 자아를 초월한 궁극적 실재를 지향하게 됐다고 보았다. 배 박사에 따르면 베커의 종교심리학 관점으로 16세기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한 가운데서 집필한 ‘난중일기’와 6세기 밀교 수행자 파드마삼바바가 제시한 ‘티베트 사자의 서’를 비교해보면 ‘티베트 사자의 서’는 유교적 천명의식이 반영된 ‘난중일기’와 달리 죽음조차도 해탈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차동영 박사의 ‘왕유 시에 나타난 선적 모티브’는 중국 고전 문학의 정수로 불리는 당시(唐詩)에서 이(李), 두(杜)와 함께 3대 시인으로 꼽혔던 왕유(699~759)의 시에 대해 탐색한 논문이다. 어렸을 적 독실한 불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게된 왕유는 말년에 일어난 ‘안사의 난(755~763)’을 계기로 불교사상에 몰입하게 된다. 차 박사는 불교적 성격이 두드러진 왕유의 시 31수를 선정한 뒤 시의 성격을 4가지(선리시·선답시·선취시·선수시)로 구분했다. 이어 왕유가 창작 활동을 통해 속세의 고뇌를 초탈하고자 했으며 특히 선종의 영향을 받아 당시에 새로운 창작 기풍을 불어 넣었다고 전했다.

오심 스님(윤균)의 ‘근대불교 종단 형성과정에서 나타난 구하천보의 변혁적 리더십 연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구하천보 스님(1872~1965)이 대중에게 발휘한 리더십을 집중 탐색한 논문이다. 일제강점기 통도사 주지였던 구하 스님은 독립군에게 자금을 제공하며 독립에 힘썼고 해방 이후론 근대적 형태의 종단을 건립하고자 각 지역의 본사급 사찰을 포교 거점으로 삼았다. 특히 수좌들이 보여준 전통적 리더십과 달리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조직의 생존을 강화하기 위한 ‘변혁적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구하천보 스님을 조명한 첫 박사학위 논문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채정복 박사의 ‘효당 최범술의 생애와 국학 연구’는 효당 스님(1904~1979)의 활동이 ‘국학(國學)’을 지향하고 있다고 주장한 논문이다. 불교 승려·독립운동가·교육자·정치가·차도인(茶道人)으로 적지 않은 자취를 남긴효당 스님은 12세 때 사천 다솔사로 출가해 3·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됐고, 1922년 일본으로 건너가 다이쇼(大正)대학 불교학과를 졸업한 뒤 무정부주의자 박열과 함께 활동하면서 일왕 암살 계획에 연루돼 다시 옥고를 치렀다. 이후 1932년 도쿄에서 불교계 항일 비밀결사인 만당(卍黨)을 조직했고, 1933년 귀국 후 만해용운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다솔사를 만당의 근거지로 만들어 은밀히 독립운동을 벌였다. 채 박사는 효당 스님의 사상과 연구 방향이 조선학에서 국학을 지향하고 있었음을 논증하고자 효당 스님의 활동 내용과 성격을 재해석했다.

마가 스님(신화식)의 ‘자비명상의 생리·심리적 효과연구’는 자비명상이 우울과 스트레스, 통증, 불안 등 심리·정서적 측면에 미친 영향을 호르몬 변화를 통해 객관화했다. 38명 검사자 중 3주간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한 18명을 대상으로 채혈과 심리 검사를 진행한 결과, 삶의 활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농도가 자비명상 이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수치화했다. 또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MPI) 중 건강염려증(Hs)과 내향성(Si) 척도가 일정부분 개선됐음을 밝혔다.

정민선 박사의 ‘저도 자아 척도 개발 및 타당화’는 초기경전의 자아관념인 유신견(有身見)과 현대심리학의 저도자아(Hypo-ego) 개념을 비교 분석한 논문이다. 정 박사에 따르면 저도자아는 자기 표상적 자아가 축소돼 자기 중심적 심리·행동에 덜 몰입하는 상태다. 반면 고도자아(Hyper-ego)는 정적 자기평가라는 특성을 통해 범불안 장애, 사회불안 장애, 우울 장애를 수반한다. 때문에 유신견을 다루는 초기불교 수행법 사띠(sati)가 현대인이 지닌 고도자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며 불전에 근거해 저도자아 상태를 확인하는 기준점을 마련했다.

김미경 박사의 ‘선무도 수련이 중장년 만성스트레스와 심혈관 및 건강요인에 미치는 영향’은 불교 무예를 활용한 전통수행 선무도(禪武道)가 중년층의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하는 수행법이라는 것을 입증하고자 한 논문이다. 선무도를 1년 이상 수련한 중년층 24명의 스트레스를 분석해 선무도 수련 후 신체 및 심리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졌고 심혈관 활성화 지수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능혜 스님(김정애)의 ‘영상관법에 의한 외상후 스트레스 치유 경험’은 명상에 기초한 영상관법이 외상 후 스트레스 경험자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분석한 논문이다. 스님은 3명의 연구 참여자와 2020년 5~7월 2개월간 8회의 영상관법과 상담을 진행했으며, 진행결과를 기술적·설명적·치유적·실천적으로 분리해 기술한 뒤 영상관법이 외상 후 스트레스 경험자들의 정서조절 향상을 이끌었고 긍정적·수용적 태도를 유도했다고 강조했다.

능인 스님(이성경)의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를 위한 자비돌봄 프로그램 적용에 관한 연구’는 감정적, 영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를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불교의 사섭법과 사무량심에 근거해 개발한 논문이다. 스님은 봉사자 16명을 대상으로 매주 7시간씩 14회의 자비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봉사자들의 자기 불안과 우울감이 일부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명안 스님(신일섭)의 ‘불교사회복지 보살사상의 실천성 연구’는 불교사회복지 실천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사상적 정립을 시도했다. 현재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는 기치를 내걸었고 세속적 가치를 초월한 무조건적 사랑인 아가페(agape)를 표제로 삼고 있다. 명안 스님은 노인·아동·장애인·여성·청소년 복지사상의 근거를 각종 경전에서 찾아낸 뒤 불교사회복지 이념이 세상·중생을 유익하게 만들어 이익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보살사상과 근원이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송의영 박사의 ‘화엄계 사찰건축의 배치특성 및 전각구성’은 화엄사상에 의해 세워진 사찰의 전각 배치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찾아낸 논문이다. 특히 마곡사와 갑사를 주요 연구 대상로 삼았다. 그에 따르면 마곡사는 화엄계로 시작했지만 고려시대 밀교 만다라 사상에 의해 다른 종파 불전이 추가 건립됐고, 조선시대 하반기 대장전이 대웅보전으로 변경돼 대광보전 윗부분에 자리하여 화엄사상과 천태법화 사상이 함께 유지됐다. 갑사는 조선시대 전반까지 화엄십찰의 화엄계로 이어오다가 정유재란으로 법화계의 대웅전 영역이 조성돼 천태법화사상과 미타신앙이 융합된 형태를 보여준다.

김희지 박사의 ‘밀교경전에 의한 불화도상 의궤 연구’는 한국 불교 회화가 밀교경전의 의궤에 따라 조성된 경우가 많다고 강조하며, 고려·조선불화 구도와 색채에서 밀교적 요소를 규명한 논문이다. 고려불화 ‘아미타8대보살도’의 구성 근거를 ‘팔대보살만다라경’에서 찾고, 조선불화 ‘대흥사 금강계 37존도’의 조성 근거로 ‘금강정경’을 제시했다.

명조 스님(임병정)의 ‘능엄경의 수행과 구제 상관성 연구’는 ‘능엄경’ 내용과 구조, 사상 체계를 관세음보살의 자력수행과 중생구제 측면에서 풀어낸 논문이다. ‘능엄경’에서 관세음보살은 부처님의 완전무결한 깨달음의 경지인 원통(圓通)에 들어가기 위한 최상의 수행법으로 이근원통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암 스님(배형진)의 ‘윤회사상에 있어서 사유설에 관한 연구’는 윤회 주체(영혼) 문제를 한역 불전에 근거해 교리발달사적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이다. 현암 스님은 불교의 윤회 사상에 근거한 사유의 존재가 각각 독립된 것이 아닌 시공간적 경과의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23호 / 2022년 3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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