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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임시이사들의 궁색한 집단 사퇴

기자명 안직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거주하고 있는 광주 나눔의집 운영을 둘러싸고 임시이사들이 집단 사퇴했다. 경기도와 광주시가 파견한 임시이사진 및 공익제보 직원들의 입장과 1992년 이후 나눔의집을 이끌어 온 불교계 이사진, 시설장 등의 입장은 달랐다.

우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시설’이라는 인식의 출발은 다르지 않다. 지난 3월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사퇴한 임시이사들은 “주인이어야 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자신들이 자비를 베푸는 수용자로 대상화하는 조계종단과 운영진의 인식·행동”이 문제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방임과 열악한 돌봄 환경 등을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위 공익제보자들은 “현재 나눔의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4명은 외출이나 운동조차 원장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통제받고 있다”고도 했다. 공익제보자를 대상으로 40여건의 고소·고발이 진행 중이라는 폭로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놓고, “왜?”라는 질문을 달고 다시 생각해 본다.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가 폭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992년, 불교인권위원장이던 월주 스님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거주할 집”이라며 서울에 집을 마련한 데서 나눔의집은 시작됐다.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월주 스님은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전개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섰고, 현 경기도 광주에 토지를 기부받아 나눔의집을 설립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전·월세방을 돌아다니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비로소 마련된 것이다. 설립 초기에 많은 불자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성금을 냈으며, 시민의 후원이 이어졌다.

이후 할머니들에 대한 정부지원, 노인복지 등의 혜택이 생겨나면서 각종 공적 지원금은 할머니들이 직접 수령하고 있고, 노인복지시설 관련 법령에 의해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정확한 사례 없이 임시이사들이 지적한 방임과 열악한 돌봄 환경의 기준이 뭘까 궁금하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임시이사들이 그런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해 제시한 안건이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원장이 할머니들의 외출 등을 통제하고 있다는 공익제보자의 주장대로라면 나눔의집 운영진이 심각하게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3월 초 할머니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중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시설장은 즉시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소독기계와 약품을 구입해 수시로 방역을 시작했다. 그런데도 최근 할머니 한 분이 코로나 양성으로 입원을 했다. 감염증 예방을 위한 통제를 인권유린이라고 대외적으로 주장한 공익제보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코로나 예방을 위해 시설 직원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가”라고.

시설에서 공익제보자를 대상으로 40여건의 고소·고발을 했다고 한다.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임시이사들이 존재한 상황에서 허위의 사건으로 고소·고발했을 리 만무하다. 그랬다면 바로 허위로 시설운영진이 고발당했을 것이다. 고소·고발 건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고 싶다. “나눔의집 공익제보자들은 출퇴근도, 휴가도 자유롭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임시이사들이 기자회견에서 집단 사퇴한 가장 큰 이유로 “조계종 승려 위주의 이사회 구성을 손댈 수 없었다”고 했다. 정관 개정을 통해 조계종과 나눔의집을 결별시키고, 다수의 이사진을 사회단체, 외부이사로 구성하려던 시도가 무산돼 더이상 이사로 활동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올해 삼일절에는 나눔의집에서 일본을 향한 어떤 성명도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삶이 담긴 역사박물관은 1년 넘게 직원들에 의해 폐쇄돼 있다. 코로나 위협이 다가와도 임시이사들 관심은 오로지 정관 개정을 통해 사회단체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에서 고령에 기저질환을 가진 할머니들을 걱정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눔의집 정상화는 이런 부분을 정상화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안직수 복지법인 i길벗 상임이사 jsahn21@hanmail.net

[1625호 / 2022년 3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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