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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 불교로 꽃피운 관계…앞으로도 특별한 우정 나눠야죠”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인도대사

2018년 주한 인도대사로 발령…임기 중 코로나 터져 행사 무산되자 직접 현장 뛰며 외교 펼쳐
김해시에 보리수 기증, 통도사에 인도 부처님 봉안…“보리수 한 그루라도 삼보사찰로 갔으면”
한국 사찰음식은 우아해…인도 분황사는 한국과 인도 간 우정 상징하는 아름다운 명소될 것

“나마스떼!” 

이마에 붉은 빈디(Bindi)를 찍은 스리프리야 란가나탄(52) 주한인도대사가 환하게 인사했다. 강렬한 ‘원색’이 돋보이는 사리(Saree·인도 전통의상)를 둘렀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목에 길게 늘어뜨린 하얀색 ‘108염주’. 합장한 그의 손목에도 갈색 ‘단주’가 반질거렸다.

란가나탄 대사는 “이건 통도사에서, 또 이건 송광사에서 스님들이 주신 것”이라며 “부처님 가피가 깃들어 제겐 아주 특별한 선물들”이라고 소개했다. 

델리대학에서 역사학으로 학·석사를 취득한 란가나탄 대사는 1994년 인도 외무부에 들어갔다. 1등서기관·참사와 외무부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국장, 방글라데시·미얀마국장을 거치면서 섬세한 행정력과 탁월한 조직 관리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2018년 주한 인도대사로 발령을 받았을 땐 경제·국방·문화 분야 주력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갔다. 하지만 업무에 가속도가 붙어 그간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뜻하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당장에 잡혀 있던 고위급 인사들 방문부터 취소해야 했다. 기업인들 모임, 예술가들과 함께 구상한 문화교류 행사, 공연·전시…. 행사란 행사는 줄줄이 엎어졌다. 매년 열리던 ‘사랑-인도문화축제’(ROK–SARANG)도 급히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위기에서 란가나탄 대사의 내공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대규모 행사를 열지 못하면 두 발로 현장을 뛰면 될 일’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머릿수가 적을수록 더 긴밀히 협력할 좋은 기회였다. 그때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광주 과학기술원,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산·양산상공회의소 등 전국 방방곡곡을 쉬지 않고 달렸다. 대통령 영부인과 국회의장을 만났을 땐 “인도와 한국이 아주 특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불교계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2019년 5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찾아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건립 추진에 무엇이든 협력하겠다며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고, 이듬해 10월 통도사를 찾았을 땐 한국사찰에 인도 부처님을 모시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이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란가나탄 대사는 정부차원에서 불상을 제작해 통도사에 기증하는 약속을 지켰다. 

김해시와는 ‘허황후’로, 양산시와는 ‘영축산’으로 인도와의 연결고리를 찾아 관계를 더 단단히 맺어나갔다. 3월30일 열린 조계종 제15대 종정 추대 법회에선 예정된 단상이 아닌 다른 단상에서 헌사를 하며 대중들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이에 대해 란가나탄 대사는 “부처님을 뒤에 놓고 설 수 없듯 성파 대종사를 등지고 축사를 읽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달 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인도 대사관에서 란가나탄 대사를 만났다.

▲지난달 종정 추대법회에서 축사했다. 주한 대사가 축사를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소감이 어땠나.
“상서로운 추대 법회에서 축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됐다. 성파 대종사와는 양산 통도사에서 처음 만났다. 늘 따스하고 정겹게 반겨주신다. 그때 스님들과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고 덕분에 지난 2년간 통도사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제가 부처님 땅에서 온 인도대사이다 보니 한국 불교계에서 더 큰 애정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왜 통도사에 인도 불상을 모시고 싶다고 했나. 정부 차원의 불상 기증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기증은 재작년 가을 통도사를 방문하면서 논의됐다. 통도사 첫 방문 당시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신이 맑고 고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주지 현문 스님이 들려준 사찰 역사가 흥미로웠다. 통도사가 지금 자리에 있게 된 건 사찰을 감싸고 있는 산맥이 부처님이 설법한 그리다쿠타(영축) 산맥과 닮았다는 말씀을 듣고 놀랐다. 한국의 삼보사찰인 ‘통도사’와 부처님 땅 ‘인도’가 오래도록 연결되길 바랐다. ‘인도에서 불상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고 제안하자 현문 스님이 ‘한국 불자들을 기쁘게 할 좋은 생각’이라며 공감했다.”

▲인자한 미소가 인상적인 255kg의 청동 불상이었는데. 
“현문 스님과의 대화 직후 인도문화교류위원회(The Indian Council for Cultural Relations)에 불상 제작을 요청했다. 인도 유명조각가 나레쉬 쿠마르 쿠마와트(Mr. Naresh Kumar Kumawat)가 선정에 든 부처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한국 불자분들이 통도사를 방문했을 때 꼭 친견해보셨으면 좋겠다. 인도 부처님의 미소를 보면 한국 불자들 마음도 편안하고 고요해질 것이다. 5월16일 통도사를 다시 방문한다. 이날은 인도 부처님을 모신 지 꼭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마침 16일은 인도의 ‘부처님 오신날’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아주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

▲2019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의 보리수를 김해시에 선물했다. 대사님 역할도 컸다고 들었다. 
“김해시와 인도는 서로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가야국 첫 왕비 아유타국 공주 허왕옥(許黃玉·인도 이름 슈리라트나·?~188)로 맺어진 인연 덕분이다. 각국의 후손들이 서로 인도와 김해시를 방문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지난해 8월 김해시와 ‘김해-인도 박물관’ 업무협약을 맺었다. 박물관은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역사적 인물을 사실로 입증하는 건 사학자들 몫이지만 앞으로도 온 마음을 다해 김해시민들과의 교류할 것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인도에서 온 두 그루의 보리수 중 최소 한 그루라도 삼보사찰(통도사·해인사·송광사)로 갔으면 한다. 그래야 한국불자들이 신성한 나무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겠나.”

▲5월21일 인도 현지에서 부다가야 분황식 대웅전 준공식이 열린다. 분황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선 한국 불자분들을 위한 공간이 인도에 생겨 기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굉장히 빠르게 건립을 마쳤다. 놀랍다. 앞으로 ‘분황사’는 인도와 한국의 아름다운 관계를 상징하는 명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 등 조계종 대표사절단이 인도에 머무는 동안 불편하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우리는 ‘분황사’를 거점으로 각국의 불교계 지도자와 불교학자들이 더 긴밀한 교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4대 성지를 제외하고 한국 불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불교 유적지 있나. 
“한국불자들이 라다크(Ladakh)를 좋아하실 것 같다. 인도 최북단에 있는 곳이다. 매혹적인 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라다크 인구의 90%가 티베트불교를 믿고 있다. 히말라야 설산 아래 자리 잡은 곰파(Gompa, 티베트 불교 사원과 수도원의 복합공간)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인도 전체로 보면 불자가 많진 않다.
“불교는 기원전 3세기 아소카(Ashoka) 왕에 의해 국교로 지정될 만큼 고대사회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서히 쇠퇴했다. 학자들은 불교가 힌두교에 융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힌두교도는 부처님을 비슈누신의 9번째 화신으로 숭배한다. 이것이 인도에서 불자가 적어진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다만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은 인도가 다양한 신앙체계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인도는 국교가 없다. 그렇기에 다양한 종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고 있다. 또 이미 많은 인도인의 삶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녹아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힌두교와 불교의 교리를 완전히 구분해서 보진 않는다. 다만 두 종교는 ‘신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힌두교의 경우 신은 신, 인간은 인간이라고 이해한다. 힌두교도들은 삶을 정직한 방향으로 살아가 최대한 신과 비슷해지고 신과의 합치를 추구하고자 한다. 반면 불교는 신(부처님) 자체가 우리 내면에 있다고 본다. 이것이 힌두교와 불교의 근본적인 차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 부처님에게 예배를 거부하는 힌두교도는 없다. 넓은 의미에서 부처님도 공경하는 신이기 때문이다.”

▲업무로 지칠 때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나.
“당연히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있다. 하지만 이 스트레스도 우리가 이뤄야 할 대의(大義) 중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길이 유일한 것처럼 몰두하면서도 마음을 열어두는 유연함을 가지려 한다. 이것은 힌두교의 기본 철학이기도 하다. 이러한 진리를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헤쳐 나갈 힘이 생긴다.”

▲인도는 어떤 나라인가. 
“영성(spiritualism)으로 가득 찬 신비로운 땅이다. 또 깨달은 자들이 머무르는 광활한 장소이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다. 덕분에 자연·문화유산이 풍부하다. 북쪽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이, 남쪽엔 고원 지대와 열대 우림, 모래로 뒤덮인 사막이 야자수가 드리워진 해변과 접하고 있다. 무수한 명소 덕분에 인도는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이다. 다양한 매력이 공존하는 국가다.”

▲비건(완전 채식주의자)이라고 들었다. 사찰음식 먹어봤나.
“당연히 먹어봤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사찰음식 전문 레스토랑도 가봤고, 동네의 작은 사찰음식점도 방문해봤다. 한국의 상차림은 아주 우아한 것이 특징이다. 알록달록하면서도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면 맛을 느끼기 전 눈으로 먼저 먹는 느낌이 든다.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호박죽, 잡채, 가지나물, 두부조림, 파전 등 하나를 꼽기 어려울 만큼 좋아한다. 분식도 즐긴다. 김밥, 주먹밥을 좋아하고 가끔 집에선 비건 라면을 끓여 먹는다.”

▲적응하기 힘든 문화적 차이는 없었나
“사실 인도와 한국은 아시아 관습을 공유하고 있어 하나의 큰 공동체로 연결돼 있다. 민족성도 비슷하다. 사람들이 근면·성실하고, 어른을 존경하는 마음이 깊다. 명절도 비슷하다. 한국에는 추석이 있다면 인도엔 디왈리가 있다. 전통놀이도 유사한 것이 많다. 한국에 머물면서 다양한 놀이 문화를 배웠다. 아주 흥미로웠다. 윷놀이도 그중 하나다. 한국의 골목 놀이인 ‘오징어 게임’도 물론 잘 알고 있다.” 

▲인도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 인기가 좋았다. 좋아하는 한국 콘텐츠 있나.
“넷플릭스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K-좀비물 ‘킹덤’을 봤다. 조선의 건축양식이 좀비 전투 장면과 어우러져 독특한 영상미를 보여줬다. 다양한 한복도 흥미로웠다.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물론 K-POP ‘최애’(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BTS(방탄소년단)다.”

▲한국 불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인도 콘텐츠 있나.
“‘붓다(Buddha: King of the Kings)’를 추천한다. 부처님 일대기를 55부작으로 다룬 드라마다. 인도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유튜브 채널 ‘베노이 벨’(Benoy Behl)을 추천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불교 다큐멘터리 12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임기가 끝나면 무엇이 가장 그리울 것 같나.
“모든 것이 그리울 것 같다. 이곳에서 맺은 수많은 인연이 생각날 것 같다. 또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과 고즈넉한 산사, 한옥·한식·한글·한복도 매력적이었다. 한국 불교계와도 계속 인연을 이어갈 것이다. 옛 힌디어 노래에 이런 제목이 있다. ‘Kabhi Alvida Naa Kehna(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한국불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5월8일은 부처님이 오신 날이다. 불자들이 온 불심(佛心)을 다해 이날을 즐겼으면 좋겠다. 인도는 한국과 1973년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특별한 우정을 나눴다. 앞서 언급했듯 인도 아유타국 허왕옥 공주가 16세에 한국 가야국 왕비가 됐다. 이때 함께 건너온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長遊和尙) 허보옥은 가락국에 불교를 전파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인도는 ‘불교’를 통해 꽃피운 관계이다. 그래서 한국의 ‘부처님오신날’은 유구한 역사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이날을 잘 즐겨 달라. 물론 내년이 한국-인도 공식수교 50주년인 사실도 잊지 말아 달라. 부처님 가피가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란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2호 / 2022년 5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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