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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이번엔 세금 95억 들여 기독교체험관 건립 추진

  • 사회
  • 입력 2022.08.11 19:56
  • 수정 2022.08.12 06:48
  • 호수 1644
  • 댓글 9

2023년 개관 목표로 국비·군비 투입해 임자면 일대 조성
졸속행정 더불어 역사 몰이해도 원인…불교계, 철회 요구

1004섬·12사도 순례길 등 기독교 성지 조성으로 공분을 샀던 전남 신안군이 이번에는 95억원의 세금을 들여 선교의 거점이 될 기독교체험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땅 매입부터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까지 기독교계의 자부담금조차 없이 국비와 군비가 투입된 사업이어서 신안군이 기독교체험관을 지어 기독교계에 헌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신안군은 2023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임자면 대기리 2038-7번지 일원 8827㎡ 부지에 1300㎡ 규모의 기독교체험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체험관은 신안 일대에서 전도활동을 했던 문준경 전도사와 기독교 순교자 48명을 기념하는 장소로, 기독교 성지 순례객 등을 대상으로 관광수요를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체험관은 2016년 증도 일대에서 문준경 전도사를 기리는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토지 확보 등의 문제로 답보 상태를 유지하다 2020년 3월 임자도로 장소 및 사업계획을 변경해 재추진하게 됐다. 당시 증도에는 문준경 전도사 기념사업으로 순교기념관(2013년 완공)이 들어서 있었으며 교회 복원, 성지순례관 조성, 바이블 푸드 카페, 심지어 성경에 등장하는 식물들이 재배되는 ‘성경식물원’까지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언론보도를 통해 “신안군에서 건의한 ‘기독교체험관’ 건립 장소를 증도에서 임자도로 변경하는 계획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히면서부터 기독교체험관건립사업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신안 기독교체험관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 제안 지침서에  게재된 기독교체험관 건립 위치도.
'신안 기독교체험관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 제안 지침서에  게재된 기독교체험관 건립 위치도.

신안군은 올해 1월 ‘신안 기독교체험관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으며, 3월 해당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임자도의 기독교 역사와 상징성을 최대한 부각시켜 줄 수 있는 사업체를 선정했다. 체험관은 기독교 역사와 예술작품이 소개되는 전시실과 기독교문화 관련 자료실, 영상실, 체험학습실 등으로 구성된다. 체험관 건립에 투입되는 공적 자금은 국비 28억5000만원과 군비 66억5000만원 등 총 95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민간단체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해 특정종교만을 위한 체험관을 짓는다는 것은 명백한 편파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종교관련 건축물을 건립할 경우 부지 등은 종교계가 마련하고, 건축물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반면 이번 기독교체험관은 땅 매입부터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까지 신안군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체험관 부지 3만여평도 신안군이 직접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사회부장 원경 스님)와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도심 스님)가 신안군의 종교 편향 사업 전반을 점검하면서 밝혀졌다. 이에 사회부와 종평위, 중앙종회 부의장 만당 스님 등은 8월2일 신안군을 방문해 박우량 신안군수와 면담을 갖고 문제 사항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중앙종회 부의장 만당 스님은 “섬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고유한 섬의 문화, 역사를 알리는 기념관 시설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향 아니냐”며 “특정종교 중심의 관광활성화는 무종교인이나 다른 종교인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영희 총무원 사회부 차장도 “군비·국비 등 공적 자금으로 기독교체험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냐”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역 이름이나 자원, 인문학적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기재들이 많은 데도 (기독교체험관 건립은) 종교 편향적인 사업으로 비춰진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우량 신안군수는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어떤 종교적 편향 의사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예산이 확정·집행되는 단계임으로 사업을 중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받아 신안군에 불교 순례길도 조성하면 좋겠다”며 본질은 외면한 채 불교계를 회유하려는 듯한 말을 덧붙였다.

'신안 기독교체험관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 제안 지침서에  게재된 전시 프로그램 기본개념.
'신안 기독교체험관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 제안 지침서에  게재된 전시 프로그램 기본개념.

신안군이 추진하는 기독교체험관은 편파 졸속행정임과 더불어 역사에 대한 몰이해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독교체험관이 들어설 임자도는 조선후기 불교의 판도를 바꾸었던 중요한 역사 현장이다. 1681년(숙종 7년) 6월 중국에서 불경 등을 싣고 일본으로 향하던 배가 태풍으로 임자도 인근 바다에서 난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배에는 명나라 말기부터 120여년에 걸쳐 간행된 가흥대장경(嘉興大藏經)이 실려 있었다. 가흥대장경은 중국에서 간행된 역대 대장경 중 가장 방대한 분량으로, 여기에 수록된 전적이 무려 2195부, 1만332권에 달하는 중국불교 사상의 결정체였다.

바다 위를 떠다니던 경전들을 일일이 모은 것은 영광 불갑사 성총 스님(1631~1700)이다. 그 가운데는 중국의 화엄학자인 거사 섭기윤(葉祺胤)이 1625년 간행한 ‘화엄경소연의초(華嚴經疏演義鈔)’를 비롯해 ‘대명법수’ ‘회현기’ ‘금강기’ ‘기신기’ ‘정토기신문’ ‘염불요문’ 등 국내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귀한 책들도 많았다.

성총 스님은 임자도 난파선에서 건져낸 서적들을 중심으로 15년 동안 197권 5000여판의 방대한 서적을 간행했다. 임자도의 난파선과 성총 스님이 없었다면 조선후기 정토사상의 흥성과 화엄학의 중흥은 있을 수 없었다. 또 선(禪), 교(敎), 율(律)이라는 조선후기 삼문수행(三門修行)의 체계가 형성되는 것도 불가능했다는 게 불교학계의 평가다.

그럼에도 신안군이 기독교인들을 위한 사업 강행 의지를 고수하는 만큼 조계종도 보다 강력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원경 스님은 “공정이 기본이 돼야 할 공직자들이 편향행정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조차 없이 ‘보채니깐 떡 하나 준다’는 식의 회유로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될 수 없다”며 “종교편향을 뿌리 뽑고 모든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신안군 문제는 끝까지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형언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계장은 8월11일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신안군수님이 조계종과 협의 당시 밝힌 것과 같이 (체험관 건립 관련) 예산이 이미 집행돼 사업 중지는 어렵다는 것이 신안군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44호 / 2022년 8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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