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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종교편향 없다는 기독교계 강변 옹색하다”

  • 교계
  • 입력 2022.09.15 20:33
  • 수정 2022.09.15 20:41
  • 호수 1649
  • 댓글 3

기공협 9월14일 발표회서 “신안군 사업, 관광 수익 증대일 뿐”
관광명소 어디에나 등장하는 ‘1004’ 기독교계와 무관하지 않아
십자가 형상화한 예배당 두고 법당 의미도 있다는 건 어불성설
불교문화재 관리 비용까지 특혜 주장은 여론 호도 아니냐 지적

기독교계가 1004섬·12사도 순례길·기독교체험관 등 섬 곳곳에 대대적인 기독교 성지화 사업을 추진해 공분을 사고 있는 전남 신안군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기독교 편향적 사업이 아닌 관광 수익 증대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독교계의 주장은 적반하장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기공협)는 9월14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총연합 회의실에서 ‘정부의 종교정책과 불교계의 종교 편향 주장’을 주제로 발표회를 갖고 신안군의 기독교 관련 사업이 “관광 수익 증대 사업일 뿐 종교편향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신안군청 홈페이지 캡쳐.
신안군청 홈페이지 캡쳐.

김철영 기공협 사무총장은 “신안군이 (신안군을) ‘천사섬’이라고 명명한 것은 1026개의 섬 중에 물이 차면 잠기는 섬들을 제외한 1004개를 일컫는 말”이라며 “천사라는 단어는 기독교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철영 기공협 사무총장은 올해 3월25일 신안군청 관계자들을 만나 도시 전체를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는 성시화 운동 및 뉴라이트를 주도한 김준곤 목사의 선양학술심포지엄 개최 건을 협의한 당사자기도 하다.

김 목사는 이날 배포한 발표문에서 “(1004섬은) 기독교 선교를 위한 것이 아닌데 불교계가 종교편향이라고 주장한다”며 “천사섬과 기독교를 연관 지어 종교편향으로 몰고 간 것은 옹졸하다는 비판을 받을만하다”고 말했다. 황종환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 이사장도 “1004라는 아라비아 숫자의 의미전달과 동시에 한글로 ‘천사’로 읽힘으로서 또다른 의미를 갖게 된 것”이라며 “브랜드 네이밍 과정에서 그와 같은 연상 작용을 촉발하기 위한 의도적인 일반적인 브랜드 네이밍 효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004섬’을 단순 네이밍 효과라고 치부하기엔 그동안의 신안군 관광문화 정책이 지나치게 기독교 편향 사업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안군은 2017년부터 기점도와 소악도를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 5년간 40여억원을 지원해 ‘12사도 순례길’을 조성했다. 12km 순례길 곳곳에는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소규모 예배당들이 지어져 있으며 베드로의집, 안드레아의집, 야고보의집, 요한의집 등으로 이름 지었다. 또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교량마저 ‘천사대교’로 명명하는가 하면 작은 예배당으로 향하는 노두길(바닷물이 빠지면 생기는 길) 입구 등에 예수 12제자 천사조각상까지 만들었다. 게다가 증도 일대에는 문준경 전도사를 기리는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시작해 순교기념관, 성지순례관, 바이블 푸드 카페, 심지어 성경에 등장하는 식물들이 재배되는 ‘성경식물원’까지 추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안군은 ‘희망이 샘솟는 1004섬, 신안군’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1004섬’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천사섬 분재공원’ ‘1004섬 수석미술관’ ‘1004섬 뮤지엄파크’ 등 관광명소 어딜 가나 ‘1004’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따라서 ‘1004’의 의미를 기독교와 무관하게 볼 수 없다는 게 교계의 시각이다.

황 이사장은 12사도 예배당과 관련해서도 “예배를 위한 건축물이 아니라 단순한 관광문화 조형물”이라며 “종교시설과 단순 관광 문화상품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십자가를 상징화한 예배당.
십자가를 상징화한 예배당.

하지만 이 역시 예배당과 기독교계가 무관함을 주장하려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2개의 예배당은 건강의 집, 생각하는 집, 그리움의 집 등 테마에 맞춘 새로운 이름이 있다. 그럼에도 신안군은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예수의 12제자 이름을 딴 예배당의 이름까지 기재하고 있다. 이에 조계종 등 불교계에서는 신안군에 “종교편향 의지가 없다면 예배당을 테마별 이름으로 사용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종교를 초월해 이용하는 이마다 자기 종교의 성소가 된다. 이곳은 (불자들이 찾아 기도할 수 있는) 법당의 의미도 있다”는 궁색한 답변만 내놓을 뿐 현재까지 어떠한 개선도 하지 않고 있다. 또 십자가를 상징화한 예배당도 있는 상황에서 법당의 의미가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많다.

기독교계에서는 신안군이 세금 95억을 들여 임자도에 건립하고 있는 기독교체험관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체험관 건립의 추진배경이나 절차적 정당성 등에 대한 설명 없이 오히려 불교문화재를 보존·관리하기 위한 예산을 트집 잡기도 했다. 한국성결교회연합회(한성연)는 9월14일 성명을 내고 “불교계가 주장하는 신안군의 기독교체험관 건립이 종교 편향적 사업이라는 것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종교차별이라고 할 만큼 행정이나 재정적 지원이 편파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안의 기독교 체험관 건립은 신안군의 ‘관광 사업 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종교편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신안군이 이미 입장을 밝혔다”며 “불교계도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 사실 종교 편향과 차별은 불교계 쪽에서 더 자주 발생했다. 정부는 그동안에도 문화재 보존을 명분으로 불교계에 천문학적 지원을 계속해 왔다”고 불교계를 향한 막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민간단체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해 자부담금조차 없이 공적자금으로 특정종교만을 위한 체험관을 짓는다는 것은 명백한 편파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종교관련 건축물을 건립할 경우 부지 등은 종교계가 마련하고, 건축물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 받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기독교체험관은 땅 매입부터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까지 신안군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체험관 부지 3만여평도 신안군이 직접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또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불교문화재 관리 비용까지 불교계의 특혜인 것처럼 주장해 기독교계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여론을 호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불상파괴, 사찰방화 및 땅밟기, 부처님오신날 절 앞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법회 방해 등을 자행해 온 기독교계가 “불교계 쪽에서 종교 차별이 더 자주 발생했다”라는 것은 후안무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기독교계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자체가 앞장서 특정종교만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은 명백한 종교편향이다”며 “그럼에도 지자체의 종교편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수용해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어떻게든 합리화해 관철하려는 것이 안타깝다. 진정한 화합과 공존은 잘못을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49호 / 2022년 9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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