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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구본사주지 “가톨릭, 종교역사 공정 중단하라”

  • 교계
  • 입력 2022.10.28 17:16
  • 수정 2022.10.31 12:54
  • 호수 1655
  • 댓글 9

10월28일, ‘법계도’ 왜곡 입장문…“서소문 박물관 등 법계도 철거해야”
“가톨릭의 불교의례 무단 차용 심각”…“49재 도용·108배를 109배로”
“종교역사 공정 멈추고 종교화합·국민화합의 길에 나서야” 촉구
진우 스님, 첫 교구본사주지 회의 주재…“소통으로 불교중흥 이룩”

조계종 전국 교구본사가 10월28일 가톨릭 측이 서울 서소문 역사박물관에 신라 의상 스님이 창안한 ‘법계도(해인도)’를 선교목적으로 변형, 전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가톨릭 측이 불교 전통의례 및 문화를 일방적으로 차용해 왜곡하는 한편 천진암과 주어사를 천주교 성지로 둔갑시키고 서소문 일대의 역사유적을 천주교 순교역사의 성지로 독점하고 있는 것 등을 ‘천주교의 종교역사 공정(工程)’으로 규정하고 가톨릭 측의 사과와 중단을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가톨릭 측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현수막도 내걸기로 했다.

전국 교구본사주지 스님들은 이날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계종 제2차 교구본사주지회의(의장 총무원장 진우 스님)에서 가톨릭 측의 불교역사 왜곡과 관련한 현황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참석자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최근 가톨릭 측이 불교 전통의례 및 문화를 일방적으로 차용, 왜곡하는 사례들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몇몇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가톨릭 측이 최근 불교 고유의례인 ‘49재’를 무단 도용해 사용하고, ‘108배’를 ‘109배’로, ‘108염주’를 ‘109묵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불교계가 방치하는 사이 급기야 화엄 사상이 집약된 의상 스님의 ‘법계도’까지 왜곡하고 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가톨릭의 역사왜곡에 대해 지적하면서 향후 전국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법계도 철거 등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기로 했다. 다만 현수막 게시장소와 문구, 참여 단체 등은 추후 논의를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교구본사주지회의에 이어 교구본사주지협의회(회장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를 열어 가톨릭의 역사왜곡과 관련한 입장문을 채택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한국 천주교 교단에 드리는 입장문’에서 “해인도(법계도)는 신라 고승 의상 스님이 ‘화엄경’의 이치를 도형으로 창안한 한국불교의 역작으로 모든 불자들의 신앙적 귀의를 받는 불교의 성보”라며 “불교 성보이자, 불교교리와 가치를 대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해인도’ 도형이 십자가의 묵주로 변형돼 천주교의 목적에 왜곡되게 사용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또 가톨릭이 한국에 처음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던 천진암과 주어사에 대해 그 역사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왜곡해 천주교 성지로 둔갑시키고, 서소문 일대를 천주교 순교역사의 성지로 독점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이런 일들은 한국 천주교가 우리 민족의 역사는 물론 불교 역사와 사상까지 천주교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왜곡된 ‘종교역사 공정’”이라고 비판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가톨릭 측에 “△(서소문 역사박물관과 옹청박물관, 바티칸 우르바노 대학에서) 불교 상징인 해인도(법계도)를 표절해 왜곡 사용하고 있는 작품을 즉각 철거할 것 △천진암, 주어사, 서소문 역사공원 등 천주교 성지화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역사왜곡 인정 및 사과할 것 △천주교의 종교역사 공정을 멈추고 종교화합과 국민화합의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향후 갈등과 분쟁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한국 천주교 측에 있다”며 “한국 천주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취임 이후 첫 교구본사주지회의를 주재하고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의 고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면서 불교중흥과 한국불교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심으로 소통하고 신심으로 포교하며 공심으로 종단의 내일을 열어가겠다는 초발심을 잃지 않겠다”고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통합종단 출범 60주년 기념법회 및 특별전시회 △전년 대비 동결 기조로 삼은 불기 2567(2023)년도 중앙종무기관 세입·세출안 △대정부 및 대국회 활동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개정 관련안 △37대 총무원 집행부의 역점사업으로 채택한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고불식’ 등과 관련해 보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회의에서는 국가 법령에 의해 불교의 재산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문화재청장이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 의해 관리가 곤란하거나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할 경우 관리단체를 지정하거나 국가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한 문화재보호법 34조 및 34조 2를 언급하며 “이 법률은 문화재청장의 임의 판단에 따라 불교 소유인 국가지정문화재를 국가나 지자체가 언제든 찬탈할 수 있는 위헌조항”이라며 “이 조항을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정부가 국립공원입장료를 징수하면서 국립공원에 강제 편입된 사찰림에 대한 관리명목으로 입장료의 20~30%를 해당 사찰에 지원했지만, 2007년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지원금도 사라졌다”며 “국가는 사찰림을 국립공원에 강제편입하고, 이에 따른 규제를 두고 있는 만큼 보상책임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 측은 “정부 및 국회와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해인사 측에서 내건 가톨릭 '역사왜곡 종교공정' 현수막.  
해인사 측에서 내건 가톨릭 '역사왜곡 종교공정' 현수막.  해인사 측은 "사찰 입구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차량이 많이 이동하는 곳마다 설치해 법계도 왜곡 문제를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계종 전국 교구본사, 한국 천주교 교단에 드리는 입장문 전문.

한국 천주교 교단에 드리는 입장문

- 서소문 역사박물관에 설치된 “해인도(법계도)” 나전칠화를 철거해 주시기 를 요청합니다

최근 불교계가 확인한 내용에 의하면,

정부예산으로 건립운영하는 서소문 역사박물관과 여주의 옹청박물관, 한국 천주교가 바티칸에 기증하여 바티칸 우르바노 대학 로비에 대형 나전칠화가 걸려있는데, 그 작품의 중심에 불교의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는 “해인도”가 십자가에 연결된 묵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한국 천주교는 그 이유를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과 한국순교자 124위 시복을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해인도”는 신라의 고승 의상스님이 화엄경의 이치를 도형으로 창안하여 표현한 한국불교의 역작으로서 모든 불자들의 신앙적 귀의를 받고 있는 불교의 성보聖寶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불교의 성보이자, 불교교리와 가치를 대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해인도” 도형이 십자가의 묵주로 변형되어 천주교의 목적에 왜곡되게 사용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겸하여 우리 불교계는 천주교가 한국에 처음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던 불교의 사찰(경기도 “천진암” “주어사”)에 대해서도 그 역사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왜곡하여 천주교의 성지로만 둔갑시키는 일련의 ‘종교역사왜곡 공정’에 대해서도 개탄하며, 그 역사를 바로 잡아주기를 요청드립니다.

또한 서소문 일대의 역사적 의미와 유적을 천주교 순교역사의 성지로 독점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한국 천주교가 우리 민족의 역사는 물론 불교의 역사와 사상까지 천주교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왜곡된 ‘종교역사 공정’으로서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종교 평화 없이 세계 평화 없다”는 말을 한국 천주교와 우리 모두 다함께 성찰해 보자는 제의를 드리면서, 조계종 전국 교구본사주지들은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청 드립니다.

다 음

1. 한국천주교는 불교 상징인 해인도(법계도)를 표절하여 왜곡 사용하는 작품을 즉시 철거해주시기 바랍니다.(서소문역사박물관, 여주 옹청박물관, 바티칸 우르바노 대학)

2. 천진암, 주어사, 서소문 역사공원 등의 천주교 성지화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역사왜곡을 인정하고, 관련 당사자에게 사과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천주교의 종교역사공정은 종교간의 평화와 국민화합을 해치는 행위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천주교 중심으로 바꾸려고 하는 종교역사공정을 멈추고 종교화합과 국민화합의 길을 열어 주시기 바랍니다.

4. 이러한 요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후에 전개되는 갈등과 분쟁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한국 천주교 측에 있음을 밝히며, 한국 천주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불기2566(2022)년 10월 28일
대한불교조계종 전국교구본사

조계사, 용주사, 신흥사, 월정사, 법주사, 마곡사, 수덕사, 직지사, 동화사, 은해사, 불국사, 해인사, 쌍계사, 범어사, 통도사, 고운사, 금산사, 백양사, 화엄사, 선암사, 송광사, 대흥사, 관음사, 선운사, 봉선사

[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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