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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계도 왜곡 칠화’ 바티칸 내걸린 배경에 서울시 있었다

  • 교계
  • 입력 2022.12.14 14:08
  • 수정 2022.12.18 20:58
  • 호수 1662
  • 댓글 22

2017년 9~11월, 한국 천주교회 230년 기념 특별전
서울시 후원으로 ‘가톨릭 본고장’ 로마 바티칸서 개최
국내외 언론에 ‘법계도 왜곡 칠화’ 주요작으로 소개
“하늘 뜻, 땅 위서 이루려한 열망과 믿음 담겨” 강조
세례 받은 국회의원·시의원, 개막식 맞춰 ‘바티칸行’
행사 직후 ‘네트워킹 파티’ 열고 다함께 ‘미사’ 보기도

서울역사박물관이 만든 VR전시영상 캡처.
서울역사박물관이 만든 VR전시영상 캡처.
서울역사박물관이 만든 VR전시영상 캡처.
서울역사박물관이 만든 VR전시영상 캡처.

신라 의상 스님(625~702)의 화엄일승법계도를 “강강술래 하는 하늘나라 잔치”로 왜곡해 논란이 됐던 ‘법계도 왜곡 칠화’가 가톨릭 본고장 로마 바티칸에 내걸릴 수 있었던 배경에 서울시의 막대한 예산 및 후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의 나전칠화는 2017년 9월 서울시가 후원하고 서울역사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천주교회 230년’ 특별전을 위해 크레이트(작품 크기에 맞춘 운송용 상자)에 실려 로마 바티칸으로 옮겨졌다. 전시가 끝난 뒤 ‘법계도 왜곡 칠화’를 교황청 행정기관 인류복음화성 산하 우르바노대학에 옮겨 설치한 것도 서울시 예산으로 처리돼 “서울시의 과도한 가톨릭 선양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9월 결재한 서울시 문화본부의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 서울시 기획조정실의 ‘서울시대표단 이탈리아 방문 결과보고서’, 서울역사박물관의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전시결과 보고’ 및 ‘바티칸 국제전 전시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유지용역 계약변경 시행계획’ 등 결재문서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은 2017년 9월11일부터 11월17일까지 70일간 바티칸박물관 브라치오 디 카를로 마뇨 홀에서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전시를 개최했다. 이 전시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3주년’을 기념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된 ‘한국 천주교회의 230년’ 역사를 홍보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1부에서는 주어사가, 2부에서는 법계도 왜곡 칠화가 소개되고 있다. 서울시 결재문서 캡처.
1부에서는 주어사가, 2부에서는 법계도 왜곡 칠화가 소개되고 있다. 서울시 결재문서 캡처.

서울역사박물관은 개막식을 하루 앞둔 2017년 9월8일 국내외 언론 80곳을 접촉해 전시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칠화’는 “순교자를 기리고 기억함으로써 하늘의 뜻을 땅 위에서 이루려 했던 그들의 열망과 믿음을 되돌아본 작품”으로 소개, 홍보됐다. 

‘법계도 왜곡 칠화’는 다른 전시품과 달리 규모(960㎝×300㎝)가 크고 무게도 무거워 설치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속 학예사들은 2017년 8월6~7일 걸쳐 설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칠화’가 특별전 2부 주제인 ‘순교자를 위무함’의 대표작이라고 내세웠다. 이에 국내외 언론도 ‘법계도 왜곡 칠화’를 비중있게 소개했다.

특히 이 ‘칠화’는 법계도를 의상 스님의 ‘화엄일승법계도’가 아닌 “강강술래하는 하늘나라 잔치”라고 왜곡, 발언한 최기복 전 신부의 여주 옹청박물관에서 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내 인력으론 전시 큐레이터가 아닌 ‘천주교서울대교구 관계자’ 2명을 선발했다. 

서울시 주요관계자들과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정치인들이 개막식에 참석해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 서울시 결재문서 캡처. 
서울시 주요관계자들과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정치인들이 개막식에 참석해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 서울시 결재문서 캡처. 

서울시장, 문화본부장 등 주요 관계자도 개막식에 맞춰 바티칸으로 이동했다.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정책과의 ‘공무국외 출장 결과보고’(2017년 9월29일 결재문서)에 따르면 2017년 9월7일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해 16일까지 로마 등에서 10일간 머물렀다. 소요 비용은 일체 비공개 처리됐다.

여기에 박영선(세례명:에스텔), 유은혜(세례명:아녜스), 우윤근(세례명:스테파노), 오제세(세례명:요셉) 전 국회의원 등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정치인도 참여했다. 서울시 주요 관계자, 정치인은 9월8일 염수정 추기경 등 한국 천주교회 관계자들과 멘토렐라를 순례했다. 이후 성베드로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봤다. 로마에서 60㎞ 떨어진 멘토렐라까지 찾아가 미사를 본 이유에 관해, 서울시는 “멘토렐라는 로마 요한 바오로 2세의 성지순례지이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순례한 장소”라고 밝히고 있다. 

9월9일 10시 시작한 개막식에도 나경원(세례명:아셀라) 전 국회의원 등 정치인 1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개막 행사 이후 곧바로 콜럼버스 호텔 라 베란드&가든으로 이동해 서로 상호교류하는 ‘네트워킹 파티’를 가졌다. 이에 시민들 혈세가 가톨릭계와 정치계의 긴밀한 유착 관계 형성에 쓰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역사박물관이 만든 VR전시영상 캡처.
서울역사박물관이 만든 VR전시영상 캡처.
나경원 전 의원과 박영선 전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기사 캡처.
나경원 전 의원과 박영선 전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기사 캡처.

9월10일에도 서울시 주요 관계자는 크리소고노 성당에서 ‘감사 미사’를 봤다. 교황청대한민국대사관과 만찬도 즐겼다. 이후 로마 일정을 마무리 하고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를 거쳐 9월16일 복귀했다. 

소요 예산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시 비용이다. 전시설계에 2500만원, 전시공사에 4억9000만원, 전시그래픽·홍보물·도록 제작에 1억3400만원, 전시영상 제작 및 설치에 1억4500만원, 유물운송에 1억5500만원, 전시장 유지운영에 6000만원, 국외출장비로 3361만원이 지출됐다. 총 10억4262만3000원이다.

또 서울시 총무과가 결재한 ‘부분준공검사원지정요구(바티칸 용역)’에 따르면 서울시는 ㈜일○○에 전시 설계 및 제작설치 비용으로 10억900만7000원을 추가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전시회에 사용된 VR파노라마 개선비에 999만원이 지출됐고, 여기에 서울시가 성베드로광장 인근 레스토랑 리소피타 레노바티오에서 교황청과 한국천주교회 관계자에게 식사를 대접한 비용, 현지 통역비, 전시 준비로 인한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등까지 더하면 지출 예산은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결재문서 캡처.
서울시 결재문서 캡처.

서울시는 로마 바티칸에서 ‘한국천주교회 230년’ 전시를 한 성과로 “성공적 전시로 서울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 방문객이 600만명’이라는 바티칸 박물관 위상과 달리, 해당 전시는 70일 간 2만5610명 관람객이 다녀갔다. 관람 형태도 가톨릭 수도·수녀회 등 종교단체와 여행객이 주를 이뤘다.

전시가 끝난 뒤 ‘법계도 왜곡 칠화’는 우르바노대학에 설치됐다. 이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서울시가 진행한 사업이 사실상 ‘왜곡된 법계도 칠화를 바티칸 우르바노대학에 내건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바티칸 전시를 위해 크레이트 상자에 유물을 싣는 모습. 서울시 결재문서 캡처.

이에 조계종 종회의원 진각 스님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진각 스님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3주년이라는 지극히 종교적인 행사에 서울시 예산을 투입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이를 공무원들이 나서서 기획하고 공사하고 철거했다니 황당하다”면서 “서울시민이 모두 가톨릭 신자인가, 아니면 서울시에는 가톨릭의 역사만 있는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조계종 종회의원 심우 스님도 “해인도(법계도) 왜곡 전시의 시작점이나 마찬가지였던 이 전시가 시민들 혈세로 진행됐다니 천인공노를 할 일”이라며 “헌법에 국교가 인정되지 않는데 어떻게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이를 운영하고 정치인들이 로마까지 가서 미사를 보고 파티를 할 수 있는가. 이는 감사라도 청구해 조치해야 할 일이다. 지난 일이라고 해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반드시 재발한다”고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서울시는 바티칸 특별전 개최와 ‘한국천주교 사료목록화 사업’도 진행했다. 서울시 문화정책과의 ‘2017 교황청 세계공식 순례지 등재 지원 보조금 정산 결과 보고’(2018년 1월10일 결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가톨릭대·절두산순교성지·서소문순교성지·한국교회사연구소·삼성산성지·명동성지·가회동성당·서울대교구 문서고에 있는 18~20세기(1782~1962) 사료를 조사해 목록화했다. 또  ‘문화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공간 활용’ 명목으로 1890년 축조된 명동성당 사도회관을 리모델링했다. 서울 북촌의 한옥 4채로 주문모 신부 사목기념관 조성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서울시가 ‘서울 순례길 등재사업’ 명목으로 투입한 예산은 4년간 18억4600만원으로 2015년 3억, 2016년 4억7000만원, 2017년 5억6000만원, 2018년 5억1600만원을 지원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 순례길’을 교황청 공식 순례지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2018년 9월14일 “공립박물관의 가톨릭 성지화” 비판을 받고 있는 서소문역사박물관에서 천주교서울대교구와 ‘교황청 공식 순례지’ 등재 선포식을 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만든 VR전시영상 캡처.
서울역사박물관이 만든 VR전시영상 캡처.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62호 / 2022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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