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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계도 왜곡해 선교 이용해놓고 “현대화 세계화 시도” 발뺌

  • 교계
  • 입력 2022.10.26 18:14
  • 수정 2022.10.27 06:15
  • 호수 1655
  • 댓글 6

법계도 칠화 기획·제작한 '여주 옹청박물관'서 회신 공문 발송
최기복 관장 “해인도는 의상 스님의 것…특정 종교 유산 아냐”
"종교평화가 세계평화"라며 문제제기한 불교계 꾸짖는 모양새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상징 체계인 화엄일승법계도(해인도)를 왜곡하고도 "강강술래 하는 하늘나라 잔치"라고 궤변을 주장했던 최기복 여주 옹청박물관장이 이번에는 "해인도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변명해 불교계 공분을 키우고 있다.

여주 옹청박물관은 10월18일 법보종찰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의 ‘해인도 왜곡 칠화 철거 요구’에 회신 공문을 보냈다. 일체의 사과나 철거 약속은 하지 않았다.

해인도 왜곡 칠화를 기획·제작한 최기복 옹청박물관장은 ‘해인도는 신라시대 의상께서 668년 중국 유학 당시 방대한 화엄사상을 210자로 축압하여 그림 형태로 표현한 신묘한 창의 작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어느 한 종교의 유산만이 아니라 한국 민족 전체 더 나아가 인류의 정신유산이요 문화유산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인도가 신라 의상 스님의 것은 맞지만 불교의 유산만으로는 주장할 수 없다는 속내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관장은 해인도 왜곡 칠화를 제작한 옹청박물관이 "동서 문화사상의 조화와 창조적 발전에 힘쓰고 있는 곳"이라며 "특히 주어사 강학회의 종교화합 정신과 창의 정신을 계승해 '종교간 화합 없이는 세계 평화가 없다'는 슬픈 역사적 교훈과 현실 앞에 종교간 상생과 화합을 실현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로 지적한 '일어나 비추어라' 작품 속 해인도 형상은 의상 대사의 해탈 성불 사상과 예술문화 유산을 가톨릭적으로 해석, 조화해 가톨릭에서 매우 중시하는 묵주기도 33단으로 탄생시킨 새로운 창작 작품"이라며 "가톨릭 신자들은 묵주의 현대적 표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공문 내용으로만 보면 이 나전 칠화가 '의상 대사의 정신을 선양'하고 '종교 간의 상생과 화합을 실현'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 관장은 불과 3년 전인 2019년 9월 가톨릭평화방송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국에 오셔서 당부한 말씀을 새긴 것"이라며 "작품 제목 자체도 '일어나 비추어라'로 방한 당시 모토"라고 주장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를 한국 교회의 어제·오늘·내일 세 부분으로 나눴"으며 해인도 왜곡 부분에 대해서 "인류와 우주 만물이 함께 손 잡고 강강술래 하는 하늘나라 잔치를 형상화했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간 모든 인터뷰에서 해인도가 의상 대사가 만들었다거나 한국 불교의 상징이라는 말은 언급조차 않았다.

그런데 이번 공문에선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나 해명 없이 '종교간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발뺌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종교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발단이 최 관장 자신의 칠화에서 비롯됐음에도, 세계적인 신학자의 말을 빌려 “종교간 화합 없이는 세계 평화가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불교계가 종교간 불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꾸짖는 모습이다.

최 관장은 "현대 미술의 거장인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1942~1943)와 한국의 단청 및 해인도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일어나 비추어라'에서도 해인도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시도했다. 추호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불교의 가치나 가르침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천명하고니 널리 이해해주시기 앙청한다"고 했다.

십자가를 매달아 해인도에 변형을 가한 것, 해인도를 "강강술래하는 하늘나라 잔치"라고 공표해온 것에 대해선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히 해인도를 변형·왜곡해 가톨릭의 한국 및 세계 선교 의지를 다지는 도구로 이용해놓고도 이것을 ‘해인도의 현대화와 세계화 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웃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찾아볼 수 없는 몰염치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해인사는 회신 공문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판단, "철거할 때까지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사 및 말사에 '해인도 왜곡 나전칠화 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10월25일부터 내걸고 있으며, 28일 열리는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회의 안건으로 이를 상정한 상태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전국 25곳 교구본사에 '해인도' 왜곡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릴 예정이다.

해인도 측에서 내건 현수막 시안.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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