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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결자해지해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09.17 19:42
  • 수정 2022.09.17 19:44
  • 호수 1649
  • 댓글 2

객관성 훼손‧가톨릭 편향 디자인
‘역사 회복’ 아닌 ‘역사 왜곡’ 광장
이순신 동상 세운 이유 명확하지 않나!
‘애국‧애민’ ‘소통‧상생’ 공간 거듭나야 

‘가톨릭 서울 순례길’ 코스의 하나인 광화문광장에 대한 교계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광화문광장 가톨릭 성지화’를 위해 불교 역사까지 왜곡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역사물길 연표석’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조선 중기 불교 중흥을 이끈 허응 보우 스님이 주석했던 봉은사는 “서울시의 조선 불교사 폄훼와 조선의 역사 왜곡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대한불교청년회(이하 대불청)는 “대한민국 유구한 역사 문화가 담긴 공간을 특정 종교의 시설물로 채우는 일은 공공 역사를 독점하는 편협한 행위”라고 했다.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당선인 진우 스님도 ‘역사 왜곡’에 우려를 표명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실수가 있던 부분을 바로 잡아 나가겠다”고 개선 의지를 보였다.

지난 8월 불교사회연구소가 주최한 ‘세계 공공성지 운영의 현황과 검토’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언급된 공공성(公共性)은 이 시점에서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공(公)은 사회집단이나 민족, 국가 등 공적 영역을 가리키고, 공(共)은 집단 내 구성원들 간에 서로 공존과 소통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공공성에는 ‘이질적인 개인이나 존재들과 함께 하는 복수성이 있고, 이러한 개인들이 배제되지 않고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규제가 함께 포함된다.’ 광화문광장은 이러한 공공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을까? 서울시가 가톨릭 성지화에 초점을 맞추며 시민과 특정 종교 간의 갈등까지 불러일으켰으니 그 ‘공공성’은 이미 무너졌다고 보아야 한다.

건축계 전문가들이 말하듯 광화문광장의 정체성은 “원형 복원‧재현의 물리적 환경과 시민들의 활동” 등에 형성된다. 그렇다면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며 서울시가 표출한 의지‧의도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시민들의 활동’에 직간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화문광장의 설계, 즉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 채운 내용도 들여다보아야 한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시청, 청계천, 경복궁, 북악산을 잇는 국가 상징 축의 경관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선 시대의 관아행정 구역을 형성한 육조거리를 최대한 재현하고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웠다. 그리고 ‘역사물길’도 조성했다. 이 설계에 함축된 건 ‘역사를 회복하는 광장’이다. 오세훈 시장도 광화문광장 공사를 마치며 “광화문 광장은 훼손된 역사를 회복하고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선 역사를 새기는 그 역사물길은 가톨릭을 향해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훈 천주교 선교’ ‘최초의 기독교 선교사 귀츨라프 한국에 들어옴’ ‘명동성당 준공’ ‘YMCA 창설’ 등 기독교의 역사는 일일이 기록했지만 ‘성균관 한양 이전’ 기록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을축년(1925) 대홍수’를 기록하면서도 배를 띄워 708명의 인명을 구한 봉은사 주지 청호(晴湖) 스님은 없다. 당시 4차례에 걸친 호우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647명이었다. 청호 스님은 이후에도 사중의 정재를 모두 풀어 이재민을 구호했다.

‘남한산성 쌓음’은 기록하면서도 목숨 바쳐가며 그 산성을 쌓고 지킨 스님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현종실록’의 한 줄을 보라, ‘민정이 3일 걸려도 못해 내는 일을 승군은 하루 만에 끝낸다(民丁三日之役不及 僧軍一日之役槪).’ 왜인가? 죽을힘을 다하기 때문이다(僧人赴役必盡其死力).’ 당시 승군은 산기슭을 밭으로 갈아 쥔 조, 피, 기장, 감자로 허기를 메웠다. 최소한 남한산성 축조를 이끈 각성(覺性) 스님은 ‘남한산성 쌓음’ 옆에라도 기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작금의 광화문광장은 ‘역사를 회복하는 광장’이 아니라 ‘역사를 왜곡하는 광장’이다. 

봉은사가 설파했듯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과거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감사해하며, 다시 그러한 역사가 반복될 때 분연히 일어설 것을 다짐하는 애국과 애민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가톨릭 성지화’는 물론 ‘가톨릭 서울 순례길’ ‘서소문 역사공원 가톨릭 성지화’ 등을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지 전향적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1650호 / 2022년 9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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