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동성자’라 찬탄 받은 원효 대표저술

  • 출판
  • 입력 2022.11.07 14:16
  • 수정 2022.11.07 16:15
  • 호수 1656
  • 댓글 1

원효의 논리사상과 판비량론
김성철 지음 / 도서출판 오타쿠 
563쪽 / 3만원

원효 사상의 핵심으로 흔히 일심, 화쟁, 무애를 꼽는다. 그러나 일심은 ‘대승기신론’ 사상이지 원효의 고유사상은 아니며, 승속을 넘나들었더라도 요석공주와 결혼 후에는 속인으로 돌아갔기에 무애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판비량론’에 나타나는 원효의 학문세계와 논쟁가로서의 모습은 원효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원효가 당나라 유학을 접고 집필한 ‘판비량론’은 문자 그대로 ‘비량을 비판하는 논서’다. 비량은 삼단논법과 같은 추론으로 ‘판비량론’에서 원효의 논쟁 실력은 빛을 발한다. 그 비판 대상은 현장과 그 제자들이었다. 불교적 인식논리학인 인명학 이론을 토대로 원효는 ‘소거법’이라는 기발한 방법까지 고안해 현장의 비량 타당성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후 비판 내용을 알게 된 당의 학승들은 원효를 인도 유식학파의 대가인 ‘진나의 환생’ ‘해동성자’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판비량론’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현장 사상을 비롯한 당대 불교사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초서체 필사본 해독 능력, 인명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존자료를 일일이 찾고 기존 연구 성과를 검토했다. 판각수가 나무에 글을 새기듯 ‘판비량론’ 내용을 공들여 교정하고 우리말로 새롭게 번역했다. 또 ‘판비량론’을 주제로 한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그 가치를 드러냈다. 저자의 학문적 깊이와 안목, 성실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3년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 연구’가 출간됐을 때 “원효의 진면목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제19회 불이상 수상 등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20여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책이 절판돼 원효를 공부하려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원효의 논리사상과 판비량론’은 근래 정년퇴임을 앞두고 기존 연구 성과를 새롭게 정리하고 있는 저자가 예전 펴냈던 책을 대폭 보완했다. 학술 논문들도 더 추가하고 ‘판비량론 필사자의 정체’ ‘불교논리학의 흐름과 판비량론의 논쟁학’ ‘판비량론을 통해 본 원효의 논리사상’ ‘원효의 판비량론에서 배우는 학문의 자세’ 등 난해한 ‘판비량론’의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논문들도 여러 편 수록했다. ‘인명입정리론’이라는 동아시아 불교논리학 개론서에 대한 원효의 주석 모음 관련한 논문들도 실은 것도 특징이다. 독자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많은 한자를 괄호 속에 넣거나 그 발음을 함께 적은 것도 눈길을 끈다.

원효는 한국불교사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다. 눈 밝은 불교학자의 오랜 노력 끝에 원효의 대표적인 저술이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