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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 종교의 출현 가능성 

올봄 나는 대학에서 ‘종교와 유튜브’라는 꽤 실험적인 제목의 강의를 시작했다. 유튜버도 아니고 유튜브 열혈 애청자도 아닌 나로서는 상당히 무모한 도전이다. 

나는 문서나 책에 익숙한 세대에게 교육을 받았으므로 문자가 아닌 영상 매체는 여전히 내게 ‘주(主)’가 아닌 ‘부(副)’로 남아 있다. 나는 항상 글이 중심인 세상을 살았고, 글로 번역되지 않거나 그럴 가치가 없는 영상은 불신하고 내치는 데 익숙했다. 나는 글의 세계를 옹호하고 글의 세계에 속하기 위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다. 텔레비전, 영화, 유튜브는 그저 여가 시간에 활용하는 오락거리나 참고자료일 뿐이다.

이런 내가 ‘종교와 유튜브’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참 이상하다. 유튜브라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상 자료를 축적하면서 성장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튜브는 계속해서 팽창하는 거대한 ‘영상의 바다’ 같은 곳이다. 물론 유튜브 알고리즘 같은 나침반이 있어서 우리는 어느 정도 안전하게 유튜브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유튜브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대륙과 섬으로 가득 차 있다.

‘종교와 유튜브’라는 강의를 통해 나는 학생들이 유튜브에서 종교 관련 영상을 조사하고, 그 조사 결과에 따라 유튜브를 적절한 학습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상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내가 원하는 항로를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나 할까. 

유튜브에는 각 종교의 역사, 교리, 의례 등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많다. 또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종교적인 사건을 다루는 영상도 꽤 있다. 그런데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현재 각 종교가 유튜브라는 매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까지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당 유튜버의 급증과 그들의 활약이다. 가장 낡은 종교적인 형태이므로 곧 폐기될 거라 여겨졌던 무속이 영상 매체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다는 점은 무척 아이러니하다. 유튜브는 사회 주변부에 있는 무당이 자기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놀라운 접근성을 제공한다. 무당은 고객과 일대일로 만나거나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종교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데 익숙하므로 어쩌면 ‘타고난 유튜버’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무속은 유튜브에 최적화된 종교 형식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무속은 글의 세계에 의존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종교 형식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교리가 빈약하거나 역사가 짧은 종교일수록, 즉 글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종교일수록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에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불교는 어떠할까? 불교의 출발은 글이고, 불교는 글의 세계이고, 따라서 불교의 영상조차도 글의 번역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불교는 거대한 문자 세계를 구축한 종교이며, 따라서 누구도 결코 다 읽을 수 없는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지피티(ChatGPT)가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나는 챗지피티에게 불교의 종교적 생존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챗지피티는 불교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면서 사람들의 삶에 적합한 종교로 남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매우 표준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또한 불교의 가르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서로 다른 것들의 간극을 넘어설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나는 불교의 모든 글을 다 읽은 ‘대화형 인공지능 불교’의 출현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인간 누구도 통독하고 완독할 수 없었지만, 인공지능은 불교를 다 읽고 심지어 우리가 불교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답변해 줄 것이다. 궁금한 것은 바로 그때 지금의 불교는 무엇으로 존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창익 고려대 민족문화 연구원 교수 changyick@gmail.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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