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성과 막말과 삿대질…‘태고종 총무원장 후보 정견 발표’ 파행

  • 교계
  • 입력 2023.04.11 23:18
  • 수정 2023.04.12 12:07
  • 호수 1677
  • 댓글 1

4월11일, 중앙종회 147회 임시회서 마련한 토론회
25대 총무원장 도산 스님 난입 등으로 진행 중단
후보자 성오 스님, 가사 벗은 채 토론장 박차고 나가
선거인단 질의 한 번 못하고 시작 1시간 만에 끝나

태고종 중앙종회가 147회 임시회를 열어 ‘제28대 총무원장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막말과 고성 등으로 얼룩지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승가의 위의에 걸맞는 종책선거를 기대했던 종도들의 바람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토론회 파행은 제25대 총무원장을 역임한 도산 스님의 돌발적인 언행에서 비롯됐다. 도산 스님은 토론회 시작에 앞서 느닷없이 “나는 청련사재단 설립을 승인한 적 없다”면서 “상진 스님은 후보자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중앙종회의장 법담 스님이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러시면 안된다”며 “오늘은 선거인단 가운데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종회 의원들이 후보자 정견을 들을 수 있게 마련한 자리다. 의원이 아닌 경우는 질의 내용을 종이에 적어 제게 전달해 달라”고 제지했다.

그러자 도산 스님은 회의장 한 가운데로 난입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스님이 이를 막아서자 “어디 건방지게 내 몸에 손을 대냐”면서 “나에게 발언권을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도산 스님은 자신이 총무원장 당시 청련사 재단법인 설립 과정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무원장 후보로 나선 기호 2번 성오 스님도 토론회 개최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성오 스님은 “솔직히 후보자 토론회 공문을 어제 받았다”면서 “중앙종회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이 토론회를 보고하고 개최하는 것인가. 보고한 게 있다면 (공문을)가져와 보라”고 법담 스님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의장(법담)스님도 선거권 갖고 있지 않느냐.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구산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 일주일 전 중앙종회가 열리니 이때 서울·경기권 선거인단도 같이 참석해 후보자 정견 발표를 듣자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이런 의안이 올라와 자연히 진행된 것인데 일이 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앙종회와 선관위가 토론회를 같이 진행한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논란 끝에 20분 뒤 토론회가 재개됐다. 정견 발표에 앞서 상진 스님은 “어수선한 자리를 만들어 제가 죄송하고 부끄럽다”면서 “하지만 저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선관위 적부 심사를 통과했다. 오늘은 서로 토론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진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상진 스님은 이어 △문화재 발굴·유지보존 사업 전개할 태고종문화사업단 운영 △태고종 성보 지정문화재 추진 △각 문화재 분야 유관 기관과의 협력 관계 구축 △민원 서류 발급 편리 위해 총무원 전산시스템 개정 △태고종 전담 법무지원실 설치 운영 △동방불교대학원대 사이버대학으로 전환과 학위취득 통로 개척 △해외 대학과 교류할 학점 은행제 운영 △태고종 신도용 기초 교리 서적 종단 차원 보급 △태고종 사회복지법인 연계 요양원 및 노인병원 운영 △태고종 장례 의식 구체화 등을 공약했다.

성오 스님은 “높은 담을 허물고 편가르기와 적폐의 늪에서 벗어나자”며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했지만 여전이 태고종 종무 행정은 주산이나 튕기고 계산기 두드리는 수준이다. 태고종도 이제 확 바뀌어야 한다. 연륜과 경험으로 제가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성오 스님도 이어 △종헌종법 개정과 종단 기구 개편 △디지털 교육 실현 △동방불교대학·선암사강원·중앙강원 장학사업 도입 △동국대·중앙승가대, 일본·미얀마·스리랑카·태국 등 유수 교육기관과 상호 교류 유학 제도 마련 △사찰운영 프로그램 고도화 △대기업 연계 봉사 체계 수립 등을 약속했다.

공약 발표가 끝난 뒤 후보자 질의가 시작됐지만 도산 스님이 특정 후보를 겨냥해 다시 언성을 높였다. 이내 회의장은 소란스러워졌고 몇몇 종회의원 스님들도 “도산 스님은 퇴장하라” “종회를 방해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도산 스님도 이를 받아치면서 결국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이때 돌연 성오 스님이 걸쳤던 가사를 벗고 ‘편파 진행’이라며 토론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법담 스님이 이탈하는 성오 스님을 향해 “지금 퇴장하시는 거냐”며 “토론회를 그만하자는 것이냐”고 묻자, 성오 스님은 “(도산 스님이) 후보자(상진 스님)에게 질의하는 것을 왜 의장(법담 스님)이 막고 있는가”라며 “이게 무슨 정견 발표냐. 말이 되냐”고 소리를 질렀다.

언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서로에게 고성과 삿대질을 해댔고 토론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스님들은 옥신각신 설전을 주고 받았다. 첨예한 대립 끝에 결국 단 한 명도 질의하지 못하고 토론 시작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선거 일주일을 남겨두고 기대 속에 열린 토론회가 파행으로 치닫으면서 모두에게 실망감만 안기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