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암곡 마애불’ 세워야 할 역사·문화재적 가치 밝혔다

  • 교학
  • 입력 2023.04.15 16:32
  • 수정 2023.04.15 20:01
  • 호수 1677
  • 댓글 1

4월14일, 문화재청·경주시 주최…하이코서 연구논문 13편 발표 
“마애불의 독특한 수인, 신라서 유일…화엄과 정토사상의 결합”
“공공가치 확보해 불교문화재 넘어 세계인 사랑받는 유산돼야”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첫 학술토론회가 4월14일 경주 하이코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우리사회 쟁쟁한 미술사·건축·역사 등 전문가들이 ‘열암곡 마애불’ 보존 관리에 효율적 방법을 찾고자 머리를 맞댔다. 발표는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과 정은우 부산박물관장의 기조강연에 이어, 1부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의의, 2부 마애불상 보존 이론 및 사례, 3부 열암곡마애불상 정비 및 보존관리로 진행됐다.

열암곡 마애불은 2007년 5월 경주 남산 열암곡(列岩谷) 일대를 발굴하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신참 연구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한 치만 앞으로 밀렸으면 여지없이 바스라졌을 만한 거리였다. 천년 세월을 견뎌낸 부처님 모습에 세상은 ‘5㎝의 기적’이라고 떠들석했지만 정작 15년간 발표된 연구 논문은 3편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37대 총무원 집행부 첫 원력사업으로 ‘열암곡 마애불 바로세우기’를 채택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열암곡 마애불이 전국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문화재청·경주시 등 정부 관계자들도 이에 주목했다.

2007년 발견 당시 열암곡 마애불상을 두고 ‘석가여래’ ‘아미타 여래’ 등 종류에 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날은 ‘아미타여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희진 울산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왼쪽 손등을 바깥으로 하고 손가락은 가지런히 펴 가슴 위에 얹었으며, 오른손 역시 손등이 밖을 향한 채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감싼 채 네 손가락을 하복부에 대고 있는 ‘수인(手印)’에 주목했다. 이 학예관은 “이런 형식은 왕정곡(계곡) 불상이라 한다”며 “마애불이 바라보는 방향이 서북서일 가능성도 높아 신라 화엄사상과 결합한 아미타 정토신앙의 유행·확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열암곡 마애불은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라만의 아주 독특하고 새로운 도상이다. 경주 남산에서 처음 출현한 모습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열암곡 마애불 발견으로 통일신라 불교미술사의 오류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정민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마애불의 ‘편단우견(右肩偏袒·법의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형식)’ 모습에 주목했다. 하 교수는 “이 마애불은 통일신라시대의 편단우견 불입상의 성행을 증명하는 중요한 불상이다”면서 “이런 독특한 모습은 당시 유행했던 여러 시각적 특징을 신라인이 창의적으로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도 열암곡 마애불이 입실리 절터 석탑과 비교해보면 ‘아미타불’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마애불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관한 제안도 쏟아졌다. 김영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수리기술학과 교수는 열암곡 마애불이 ‘불교문화재’ ‘성보’를 넘어 ‘한국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높일 때 좀 더 단단한 종합적 보존계획 수립을 세울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 불상의 가치는 미학·학술·사회·역사적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는데 이 가치 해석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전 세계인에게 공감받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 방법은 ‘공공성’을 담아내는 데 핵심이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학술 토론회 진행과정을 유튜브로 중계했다. [유튜브 캡처]
경주시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학술 토론회 진행과정을 유튜브로 중계했다. [유튜브 캡처]

이수정 유네스코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 연구실장은 마애불을 세움으로써 부여될 가치에 주목했다. 이 연구실장은 “열암곡 마애불의 가치는 이미 종교적 가치를 뛰어넘는 사회적 가치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성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13명의 발표자와 200여명의 청중은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이 역사·미술사적 가치로도 손색 없는 부처님이라고 뜻을 모았다. 마애불을 이대로 아슬하게 방치하는 건 국가적으로 보아도 큰 손실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