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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보살’서 ‘불교 홍보대사’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냉랭했던 스님들도 이젠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는 사이 됐죠”

국정감사서 ‘통행세’ 등 발언으로 지탄
‘문화재보호법’ 개정·지원 예산 주도
문화재관람료 논란 해소의 ‘일등공신’

불교문화재·전통사찰 환경 전승된 건
모진탄압에도 사찰 지킨 스님들 덕분
문화재 관점 ‘점’ → ‘면’ 교정하게 돼

정청래 의원은 “언제나 국민에게 진심을 다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박건태 인턴기자
정청래 의원은 “언제나 국민에게 진심을 다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박건태 인턴기자

올해 5월4일부터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65개 문화재사찰의 무료입장이 가능하게 됐다. 문화재사찰 무료입장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61년 만이다. 조계종은 이날 전국 65개 사찰의 매표소 현판을 ‘불교문화유산 안내소’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사찰과 탐방객들 간 갈등의 상징이 됐던 사찰 문화재관람료 매표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58, 서울 마포을)은 문화재관람료 논란을 해소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2021년 11월 “국가지정문화재의 유지관리 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면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듬해 4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주도했으며 사찰 문화재관람료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도 이끌어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최근 “정 의원이 한 일은 길이길이 회자 될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계종은 정 의원에 대한 감사패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해소한 일등공신이지만 한때 문화재관람료 관련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2021년 10월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봉이 김선달에 빗대 사찰이 부당한 돈을 받는 것처럼 발언해 불교계로부터 거센 반감을 샀다. 문화재관람료 징수 논란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서 비롯됐음에도 ‘통행세’ ‘봉이 김선달’을 운운하며 오히려 사찰을 겨냥한 것에 공분이 일었다. 조계종은 정 의원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그의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사와 정 의원의 마포사무실 앞에는 불자들의 비판 구호가 끊이질 않았다. 조계종은 한발 더 나아가 전국승려대회까지 개최해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불교계의 강한 비판에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 그때 심정은 어땠나?
“솔직히 조계종 문화부장 성공 스님이 지역구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때만 해도 ‘며칠 저러다 말겠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국 3000여개 사찰에 (정청래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걸리기 시작했다. 절을 찾았다가 이를 본 지지자들이 사진을 찍어 보내왔고, ‘의원님, 어떻게 된 것이냐’며 걱정하는 글들이 카톡으로 전달됐다. 사안에 따라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하고자 했던 본의가 전달되지 않고, ‘봉이 김선달’이라는 부정적인 말만 부각돼 좀 아쉽다는 생각이 있었다.”

▶국정감사에서 발언의 의도는 뭐였나?
“문화재관람료 징수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안이었다. 법원은 구례 천은사가 (도로를 막고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문화재관람료 매표소의 위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두고 계속 논란이 이어졌다.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문화재청이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하라는 취지였다.”

▶그 무렵 당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 않았나? 
“언론에 계속 보도되고, 문제가 커지니까 주변에서 조언하는 분들이 많았다. ‘불교계 어른 스님을 찾아가 봐라’ ‘잠시 탈당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등등. 그러나 탈당을 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거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인은 정치 행위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니, 법안 개정으로 이를 해소하고자 했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의 취지는 뭐였나?
“국가문화재로 지정되면 그때부터는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그렇기에 유지관리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는 사찰이 보유한 문화재에 대한 유지관리 비용을 문화재관람료로 충당하도록 했다. 대다수 국민은 이런 내용을 잘 모르다 보니 사찰의 문화재관람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사찰은 사찰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문화재관람료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대신 매표소를 없애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봤다. 이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은 예산이 동반되는 ‘예산 부수법안’이다. 그것도 1년에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법안이다. 대개 이런 법안은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심하다. 그러나 문화재관람료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고, 내가 불교계로부터 뭇매를 맞다 보니 당시 야당도 이렇다 할 반대가 없었다. 5개월여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시련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발언이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게 했다.” 

▶전국 사찰에서 참배하는 사진이 회자되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 가게 됐나?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에, 스님들에게 누를 끼쳤으니 참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법을 찾다가 조용히 사찰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규민 전 의원, 윤혜연 보좌관과 함께 전국 22곳의 사찰을 찾아 법당에서 절을 했다. 진심으로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사찰에서 스님들의 반응은 어땠나?
“미리 알리지 않고 갔기 때문에 처음 스님들은 당황해했다. 그러나 곧 차를 내주며 따뜻하게 맞아줬다.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날 역행보살이라고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나중에는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조계종 전 종정 진제 스님께서는 부산 해운정사에서 ‘지산(智山)’이라는 법명을 지어주면서 ‘지혜로운 큰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까지 주셨다. 그 인연으로 스님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천은사 주지 대진 스님과는 요즘도 자주 만나 불교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스님들과 만남을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게 됐다.”

▶어떤 것들을 알게 됐나?
“불교 문화재를 비롯해 전통사찰을 둘러싼 유수한 자연환경이 오늘날까지 전승될 수 있었던 것은 스님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스님들은 모진 탄압 속에서도 산감(山監)을 맡아 사찰과 주변 산림을 지키고 가꿔왔다. 그렇기에 불교 문화재 속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역사문화가 녹아있다. 따라서 문화재는 단순히 문화재 한 점 한 점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 문화재를 둘러싼 시공간적 의미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관점을 점에서 면으로 교정하게 된 것도 이번 논란을 통해 배운 점이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으로 문화재관람료 논란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역행보살에서 이제 불교 홍보대사쯤 되다 보니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이 보인다.(하하) 무료입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사찰을 찾고 문화재를 보게 될 텐데, 이에 대한 관리대책이 시급하다. 여러 사찰을 가보면 문화재임에도 접근이 너무 쉽다. 한두 발만 떼면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깝다. 그럼에도 문화재를 지키는 안전요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문화재가 훼손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사찰과 스님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예방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을 확대해 관리인력을 대폭 늘리고 훼손방지 시설도 강화해야 한다.” 

▶ 불교와 인연은?
“사실 난 교회에서 권사를 맡고 있지만, 어려서부터 불교와 인연이 많았다. 충남 금산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까지 태고사를 자주 다녔고, 고등학교는 대전에서 유학하며 불교재단에서 설립한 보문고등학교를 다녔다. 학창시절에는 애국가보다 찬불가를 더 많이 듣고 불렀다. 지금도 찬불가 ‘룸비니 동산’을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제등행렬에 참여해 차가 다니지 않는 대전의 번화가를 걸어 다녔던 게 기억난다. 국회의원이 돼서는 문경 정토수련원의 ‘깨달음의 장’에 참여했다. 4박5일간 묵언 수행하며 느꼈던 것이 참 많았다. 세상은 서로 연결돼 있기에 결코 혼자일 수 없고, 그렇기에 늘 이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체험했다. ‘깨달음의 장’을 통해 하심(下心)의 의미도 배우게 됐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지역구의 여러 현안을 해결한 것도 보람 있지만, 돌이켜보면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해결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제도를 고치고 법을 만드는 데,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수십 년간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던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다. SNS 댓글에서 ‘의원님 덕분에 사찰을 무료입장하게 됐다’ ‘정청래 의원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해결하는 국회의원이다’ 등의 글을 볼 때면 뿌듯하다.” 

▶훗날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언제나 국민에게 진심을 다한 정치인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 불교계에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불교에 대해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불교계가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다. 문화재관람료 폐지를 계기로 불교계도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불교가 국민들에게 더 사랑받는 종교가 되길 바란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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