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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절 찾는다고 불자라 생각하면 오산”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3.06.13 15:11
  • 수정 2023.06.14 06:31
  • 호수 1685
  • 댓글 2

대학생 전법을 위한 특별기고1. 대학생, 그들은 누구인가?
이상훈(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대전대 교수)

종교와 상관없이 자신 향한 믿음이 강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
‘초월적 존재’ ‘내세의 구원’보다 현재에 충실하려는 것이 특징
대학생 전법 성공여부는 세속적 종교지향 품는 유연성이 관건

대학 불교동아리 회원들이 부스를 만들어 홍보하는 모습.
대학 불교동아리 회원들이 부스를 만들어 홍보하는 모습.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이 ‘대학생 전법을 위한 특별기고’를 법보신문에 보내왔다. 이 회장은 특별기고를 통해 요즘 대학생들의 특징을 비롯해 대학생들에게 전법을 어떻게, 무엇을 전법할 지를 깊이 있게 모색했다. 법보신문은 3회에 걸쳐 이 회장의 원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대전대 교수로 재직하며 불자교수회를 창립하고 대전대 학생불자모임(유심회) 지도교수를 맡는 등 활발한 신행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편집자

최근 초미의 화두로 떠오른 대학생 전법은 불교계에 새바람을 가져오고 불교의 미래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교지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흔히 MZ세대로 표현되는 집단의 상징적 존재다. 대학생 전법은 이들 MZ세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종교와는 상관없이 자신을 향한 믿음이 강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이다. 그들에게 기성종교란 흥미를 유발하거나 관심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힙(hip)하지 않다. 기성종교의 신행활동이 시대변화를 직시하고 있는지를 성찰케 하는 대목이다.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렵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종교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렵사리 용기 내어 법회에 참석하게 되더라도 데면데면하기 일쑤다. 반면 종교가 침묵하거나 해내지 못하는 공동체 문제들은 도덕, 정의, 공정, 나눔 등의 사회문화적 가치와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또한 이상적 세속주의자들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도 종교의 위상은 위태롭다. 뉴욕 맨해튼의 교회도 바자와 파티장소로 공간을 제공한다. 교회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신의 은총이라 여긴다. 그들은 교회 강당에서 남수단 흰코뿔소 멸종을 막기 위해 신나는 자선파티를 연다. 자연스레 교회도 멸종동물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갖춘다. 세상은 순수한 종교적 믿음보다는 세속주의의 영향으로 신(神) 없는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특별한 날에는 으레 사찰을 찾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다. 불교도의 종교적 신행이라기보다는 그간 몸에 익숙한 문화적 전통을 따르는 사회적 행위에 가깝다. 애써 불교신도라고 생각하면 오산일 수 있다.

그들은 또한 실증적 회의주의자들이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만 믿는다. 창조론보다는 다윈의 진화론이 인간생명의 탄생을 보다 과학적으로 설명한다고 여긴다. 초월적 존재에 귀의하기보다는 현실에 충실하려 한다. 내세의 구원보다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려 한다. 다소 가볍게 느껴질지언정 삶의 궁극적 의미를 찾기보다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초월적 존재를 경외하여 ‘착한 일’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반듯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행동한다. 개인 차원의 존재론적 성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한다.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점차 신(神) 없는 사회가 되어가지만 종교 없는 사회로 직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은 생각과 마음이라는 나약한 고리를 가진 존재다. 항상 위태롭고 수시로 끊어진다. 신(神) 없는 사회 속 인간은 자신의 삶의 본질을 볼 수 있는 보다 지혜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희망이 없다할 순 없다. 불교가 가진 평등사상에 기초한 인간관과 과학적 세계관은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가는 현대인의 니즈에 가장 부합한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들을 갈구하게 되고, 불멸의 인공지능과 다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답을 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한국불교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정신문화의 계승자로 자처해 왔다. 정신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적 변화를 맞이하면서 문화적 종교로서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대학생 전법에서는 우리의 다음 세대라기보다는 신인류에 가까운 이들 세대를 제대로 보는 게 중요하다. 대학생 전법의 성공여부는 불교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종교의 형식적 옳음을 너무 강조하는 근본주의에 머무를 것이냐, 세속적 종교지향도 품어내는 유연한 한국적 종교개혁을 이루어 낼 것이냐의 선택에 달렸다.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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