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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불사’ 원력 세우고 ‘전법 노하우’ 공유

  • 교계
  • 입력 2023.10.23 09:00
  • 수정 2023.10.23 19:32
  • 호수 1671
  • 댓글 0

전국 교수불자 40여명 10월21일 봉은사 총출동해
'대학생 전법 위한 동아리 지도교수 간담회' 개최
"신행·교리보다는 문화로 먼저 다가가는 노력 필요"
돈관 스님 "동아리 창립은 캠퍼스에 사찰 짓는 불사"

강원부터 제주까지 전국 교수불자 40여명이 봉은사에 총출동했다. 이들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취향을 파고들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전법 현장의 고민을 함께 나눴다.

사단법인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가 10월21일 오후 1시30분 서울 봉은사 향적원에서 ‘대학생 전법을 위한 불교동아리 지도교수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원장 돈관 스님(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과 조계종 포교원장 선업 스님도 끝까지 자릴 지키며 교수들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이상훈 회장은 토론에 앞서 캠퍼스 전법에 교수가 중심이 돼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학생은 졸업해도 교수는 졸업하지 않는다”며 “교수가 중심이 되면 25~30년 간 안정적으로 동아리를 이끌 수 있다. 동아리 방을 얻는 것부터 학생처와 소통해야할 일이 많은데 이 부분에서도 학생이보다 교수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2018년 끊어질 뻔한 대전대 불교학생회(유심회) 명맥을 되살린 주인공이다. 현재도 불교학생회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는 "동아리를 운영하려면 학생들 니즈(Needs)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이 소비자라면 어떤 물건을 필요로 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이제 종교도 소비되는 시대다. 생산된 물건이니 당연히 사가겠지 하는 태도로 일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 계신 교수님들도 느끼고 있겠지만 학생들은 불교를 종교로만 느끼지 않는다. 문화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즐기고 싶어한다. 우리가 즐길 마당 정도는 열어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MZ세대가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를 불교가 충분히 갖췄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이들은 신을 믿지 않고 자신을 믿는다. 또 실용적, 현실적 이익을 추구한다"면서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어쩌면 불교와 꼭 맞다. 불교는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자신을 믿으며, 현실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고득락의 종교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 회장의 발표로 토론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수들도 하나둘 일어나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다. 첫 번째 의견으로는 '종교색부터 강조하지 않기'가 제시됐다. 불교학생회는 그동안 교리나 신행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보다는 ‘문화’로 다가서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강옥희 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불교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학생과 만났다"며 "이들은 전통적인 방식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종교에 관해 기본적으로 반감을 가진다. 이 때문에 기독교 동아리들도 곤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불교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요즘 친구들이 운동이나 몸에 굉장히 관심이 많더라. 불교 성격을 담아낸 요가 강좌 개설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효 공주대 영어교육과 교수도 “지난해 개설한 저희 동아리의 경우도 교리나 신행보다는 걷기 명상을 주로 하고 있다”며 “마곡사 스님 지도 아래 매주 40분간 학교 안 아늑한 잔디밭 정원을 걷는다. 초반에는 학생들이 왔다갔다 하더라. 그러나 1년 반쯤 지나니까 구성원 끼리 결속하는 게 보였다”고 했다.

이상훈 회장은 "한 대학의 경우 '불교학생회 신입생 모집'이라고 하지 않더라. '무료 템플스테이'라고 홍보해 데려간 뒤 일정을 마칠 때쯤 동아리 가입서를 딱 내놓는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그러면 회원수가 30명에서 50, 70명으로 급격히 올라간다고 한다. 이런 방식도 참고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현효 교수도 “저희의 경우가 그랬다”며 “학생들에게 ‘마곡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니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을 데려와도 좋다’고 홍보했다. 회원 수 증가는 물론 학생회 결속에 큰 도움이 됐다. 템플스테이에 동행한 교수들끼리 불자교수회도 만들었다”고 전했다. 공주대 불자교수회 창립 소식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사찰, 지도 법사, 지도 교수, 학생이 자동차의 4개 바퀴처럼 맞물려 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장상목 동아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우리 학교의 경우 교수들 노력에도 불교학생회 활성화가 잘 안됐다"며 "학교 측에서 없애겠다고까지 했다. 이 난감한 상황에서 한 학생이 등장했다. 자기가 한 번 활성화해보겠다고 하더라. 학생이 나선 만큼 학생들끼리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됐고 이내 활성화 됐다. 교수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열정적인 학생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경상국립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저희 동아리의 경우도 처음에 주로 장학금을 주며 핵심 멤버를 양성했다. 이 학생들이 다른 학생에게 전법하는 방식으로 동아리 규모를 확장해 나갔다”고 말했다.

장호경 대구한의대 재활치료학부 교수는 “우리 대학 기독교 동아리의 경우, 경북 경산에 있는 교회 3곳에서 20만원씩 각출해 매월 60만원을 지원 받는다고 하더라. 또 전도사 2명이 돌아가며 학생을 관리한다"며 "지도교수만 고군분투해선 한계가 분명하다. 특히 교수가 연구년을 가거나 보직을 갈 경우 신경 쓰기 더 어렵다. 사찰, 지도법사, 교수, 학생이 자동자 바퀴처럼 균형을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나자 돈관 스님은 “불교학생회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동아리를 창립하는 게 아니다. 도심 속 캠퍼스에 절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미 학생회가 있는 대학은 새롭게 중창 불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저는 요즘 대학생전법위원장이라는 타이틀(소임)로 인해 잠을 잘 못잔다”고 웃으며 “어쩌면 회주(자승)스님 말대로 이 일이 한국불교의 마지막 몸부림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한민국 허리(중추)를 이루는 청년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행복해지고, 더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면 한다. 캠퍼스 불사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저는 더 낮은 자세로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포교원장 선업 스님은 “대학생들이 불교를 통해 삶 자체가 케어(보호)받는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2030년까지 청년불자 100만명 양성이 목표다. 함께 힘을 모으자”고 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도 토론에 앞서 교수불자단을 찾았다.스님은 “오전에 있던 오찬에서 '마곡사 한 스님이 대학 캠퍼스에 텐트를 치고 학생들을 모집했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여러 생각이 들더라. 사실 참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회주(자승)스님이 대학생 전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늘 말한다. 이들이 사회의 중추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 참 힘든 소식이 많다. 가자지구부터 우크라이나까지. 우리나라만 해도 여야갈등이 극에 달했다. 왜 문제가 생기는가.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너와 내가 다를 게 없다. 부처님 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사활을 걸고 부처님 법을 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생 전법으로 사회에 변화가 오길 바란다. 그 중심에 우리 교수님들이 계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회장도 “사랑스런 제자들이 불교를 통해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것보다 ‘으뜸’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을 위한 일이지만 법보시 공덕을 생각하면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여러분 모두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어려움을 나누고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봉은사 주지 원명, 동국대 이사장 돈관, 조계종 포교원장 선업, 포교연구실장 문종 스님,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을 비롯해 혜명 스님(동국대 와이즈캠퍼스 불교학부), 박치완(한국외대 철학과), 김용진(경상국립대 생물교육과), 장상목(동아대 화학공학과), 김현효(공주대 영어교육과), 송윤미(강원대 중어중문과), 김성천(중앙대 법학과), 김기봉(경기대 사학과), 강옥희(상명대 국어교육과), 김종오(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오규철(영상대 경찰행정학과), 김창윤(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김민석(대구경북과학기술원), 오세덕(신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이철호(남부대 경찰행정학과), 장호경(대구한의대 재활치료학부), 석지윤(대구보건대), 김순남( 신한대 교양교육대학), 윤승규(동국대 법과대학), 남진숙(동국대 다르마칼리지), 백경희(서경대 연기과), 함혜현(부경대 해양경찰학과), 김상겸(동국대 법학과), 이효인(경희대 국제캠퍼스 연극영화학과), 양형우(홍익대 법학과), 이득민(한경국립대 동물학과), 이영재(한양대 ERICA캠퍼스 주얼리패션디자인학과), 최창영(신한대 국제어문학과), 김양현(신라대 경찰학과), 서정(대동대 간호학부), 채진영(부산대 유아교육과), 김제욱(한서대 자유전공학부), 박아르마(건양대 교양학부), 김성윤(영진전문대 보건의료행정학과), 이윤호(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김광기(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참석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02호 / 2023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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