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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식 전법은 ‘노이즈 캔슬링’ 대상”

  • 기고
  • 입력 2023.06.19 10:53
  • 수정 2023.06.23 22:19
  • 호수 1686
  • 댓글 1

대학생 전법을 위한 제언 2. 대학생 전법, 어떻게 할 것인가

전법 기본은 상호존중과 배려
상대반응 무시 땐 곧바로 혐오
대학생은 전법 대상이자 주체
동기·후배 전법하도록 도와야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이 ‘대학생 전법을 위한 특별기고’를 법보신문에 보내왔다. 이 회장은 특별기고를 통해 요즘 대학생들의 특징을 비롯해 대학생들에게 전법을 어떻게, 무엇을 전법할 지를 깊이 있게 모색했다. 법보신문은 3회에 걸쳐 이 회장의 원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대전대 교수로 재직하며 불자교수회를 창립하고 대전대 학생불자모임(유심회) 지도교수를 맡는 등 활발한 신행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편집자

요즘 대학생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마뜩잖은 환경을 만나면 먼저 마음을 닫는다. 상황 때문에 애써 웃음 짓기도 하지만 두 번은 없다. 입이나 눈 그리고 코와는 달리 귀가 가진 신체 구조에 비추어보면, 소리는 들리는 대로 들어야 함에도 싫으면 단연코 거부한다. 세상 무엇보다도 자신과 자신의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최근 자신이 원하는 소리만 듣고 불필요한 소음은 아예 듣지 않으려고 ‘노이즈 캔슬링(잡음 제거)’ 기능이 있는 이어폰(헤드폰)을 끼는 젊은이들이 부쩍 눈에 띈다. 이 장치는 바깥소리를 기술적으로 막아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 데 도움을 주는데, 대학생들은 외부의 불필요한 간섭을 통제하는 나름의 방편을 하나둘 가지게 된 셈이다. ‘내가 선택한 소리만 듣겠다’는 이들의 상황 주도적 심리와 의지가 엿보인다. 

전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대화다. 주로 몸짓과 음성을 주고받는 대화는 상호간의 존중과 배려가 필수다. 그래서 입으로 말하기 전에 먼저 눈과 마음으로 상대의 형편도 살피는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 생각에 대해 지나친 확신을 갖는 사람과 대면하기를 피한다. 이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른바 꼰대는 ‘신념과 의욕이 넘쳐 상대의 반응을 무시하고 자기중심적 대화를 하는 사람’이다. 대화라기보다는 소음이어서 ‘극혐(극도의 혐오)’ 대상이다. 대학생 전법에 열의가 있는 분들은 대개 대학생들보다 연배가 높고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을 것이다. 열정만 앞세워 ‘너는 들어라’는 식이라면 노이즈 캔슬링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동료 불자교수님들과 템플스테이를 갔다가 곤혹스런 시간을 보냈다. 경전공부를 제법 하신 분이 주제와 시간을 독점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흔치 않은 기회이고 자신의 귀한 경험과 지혜를 나누려 하신 것 같은데 의욕이 과하셨다. 그 후 그분과는 경전공부가 아니더라도 다른 일로도 슬금슬금 피하게 되었다. 부처님 말씀이 제일 좋다 한들 상대방이 궁금해 하지도 않는 것에 장광설을 내놓진 말아야 한다. 대학생들이 말하는 꼰대를 다시 정의하면 ‘묻지 않은 것을 말하는 사람’이라 하겠다. 자비를 말하면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대학생들은 리포트와 평가시험, 취업, 면허나 자격증, 영어성적 등등 졸업요건이든 취업 준비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이들을 특정 시간에 별도의 공간에 모아 전법할 기회를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대학생 전법은 같은 캠퍼스 공간을 중심으로 학생들과 같이 동고동락하는 불자교수들의 희생과 봉사가 필수다. 나아가 전법에 필요한 일정 수준의 자질을 갖춘 동료학생들이 대학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기와 후배들에게 불법을 전하는 방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대학생들을 전법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대학생 중에서 우수자를 선발하여 미래의 전법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전법조직을 계층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4일 함께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조선의 승려 장인’을 전시 관람한 대불련 학생들. []
지난해 3월4일 함께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조선의 승려 장인’을 전시 관람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학생들. [사진=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홈페이지]

지난 대학시절에는 학과선배나 동아리선배가 손에 쥐어준 책은 밤새 읽었다. 모든 게 선배의 관심과 사랑이고 선배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요즘 대학의 상황이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문으로서의 동질감과 같은 전공이어서 직업적으로도 미래를 함께할 숙명적 만남을 이어가려는 대학생들의 욕구는 아직도 캠퍼스에서 꿈틀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옥이 텅 빌 때까지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의 대원을 세웠다면, 불교의 오랜 전법의 네 가지 방편을 담은 사실단(四悉檀)을 다시금 읽어 중생의 마음을 살피고 단계별로 상황을 분별하여 법을 전한 지혜를 늘 마음에 새길 일이다.

[1686호 / 2023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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