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 달라이라마 방한’ 가능하다

  • 사설
  • 입력 2023.11.03 22:10
  • 수정 2023.11.30 13:56
  • 호수 1703
  • 댓글 3

가톨릭 교황 세 번 방문 동안
달라이라마, 공항에도 못 내려
20여 년 숙원 풀어낼 원동력은 
교계의 역량 결집 통한 간절함

상월결사 회주이자 불교광장 총재인 자승 스님이 “20만 청년 불자가 동참하는 달라이라마 초청 대법회를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10월31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종책 모임 불교광장 간담회서 자승 스님은 탈 종교화 시대를 맞이한 작금의 현실에서 전법의 절박함을 토로하며 “내년(2024) 3월 종회 전까지 추진 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집행부에 당부했다. 중앙종회 최대 규모의 종책 모임인 불교광장의 추진 속에 총무원과 교구본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힘을 더한다면 20여 년 동안 갈망해 왔던 ‘달라이라마 방한’은 성사될 수 있다고 본다. 

‘달라이라마 방한’이 교계 최대 이슈로 처음 떠오른 건 달라이라마 방한 준비위원회가 발족한 2000년 9월이다. 조계종 제30대 총무원장이었던 정대 스님과 수덕사 주지 법장 스님(제31대 총무원장)이 각각 상임고문과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무게감이 있었다. 관건은 달라이라마의 입국 비자 발급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정부는 “종교 지도자의 옷을 입고 중국의 분열을 선동하는 분열주의자”라고 못 박으며 한국 입국을 저지하고 있다. 2001년 5월 중국을 방문 중이던 한승수 외교부 장관은 “한국엔 종교의 자유가 있다”라며 ”민간활동을 정부가 막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달라이라마 입국 허용을 시사한 것이어서 ‘2001년 7월 방한’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방한 한 달 전인 6월 외교통상부는 ‘불허’를 통보해 왔다. 국무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용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자주권’을 주장하다가 ‘관례’를 이유로 불허로 돌아선 외교부의 행보는 실로 무책임한 처사였다. 중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2002년 8월에는 달라이라마가 몽골로 가기 위해 직항편이 있는 서울을 경유하려 했으나 아시아나항공이 돌연 탑승권 발급을 거부했다. 

사실 교계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교계가 ‘수모’를 감내하면서까지 지속적인 요청을 이어간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는 1989년 이 상을 받았다. 남북평화에 앞장선 김대중 대통령이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내심 지지할 거라는 신뢰가 있었기에 방한 추진을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압박에 두 손을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지도자로는 달라이라마와 가톨릭 교황이 꼽힌다. 의미 깊은 조사 결과가 있다. 2002년 독일 언론의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오른 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아닌 달라이라마였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4년에 이어 1989년에도 한국 땅을 밟았다. 2014년에는 프란시스크 교황이 방한했다.

프란시스크 교황의 방문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교황청 인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해 이뤄졌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까지 구성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는데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교황의 방한을 돕겠다고까지 했다. 정부의 협력 속에 교황의 방문은 세 차례나 이뤄졌으나 달라이라마 방한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지나는 20여 년의 세월 속에서 단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달라이라마 입국 비자 발급은 가능할까? 앞서 언급한 정부와는 결이 다르게 중국과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는 정부인만큼 긍정적으로 이 사안을 들여다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다. 달라이라마 방한에 관한 한 역대 정부가 이상하리만치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속단을 내릴 이유는 없다. 그보다는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향한 우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게 중요하다. 이 불사의 원동력은 우리의 열정과 간절함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국비자 발급 결정은 그다음에 기다릴 일이다. 자승 스님이 “역대 정부도 중국 압력에 의해 초청을 단 한 번도 허락한 적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과거는 과거”라고 힘주어 말한 연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