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칼럼]선원의 해제 풍경 공개가 뜻깊은 이유

  • 데스크칼럼
  • 입력 2024.02.29 21:57
  • 수정 2024.03.02 03:37
  • 호수 1719
  • 댓글 3

해제 풍경 언론 공개 6년 만에 재개
산중 정진 출세간 수행자 본분사지만
세간의 관심 높이는 건 종단의 행정력
무차·백고좌·선사 법석도 활발해지길

산문이 다시 열린 건 꼭 6년 만이었다.

평소 일반인들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곳이 선원이다. 동장군도 범접하지 못할 정진열로 100일 동안 은산철벽과 마주한 수좌들의 성성한 선기와 그 뜨거웠던 선불장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흔치 않은 기회. 그래서 안거 해제에 맞춰 조계종 총무원이 언론인들에게 공개하는 해제 날의 선원 취재는 기자들에게도 적지 않게 낯설고 설레는 순간이곤 했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수행의 세계, 한겨울 산중 스님들의 치열한 정진 현장을 펼쳐 보이는 것만으로도 불교는 복잡하고 숨 가쁜 현대인들의 일상에 얼음장같이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되어주었다.

해제 날의 선원 공개가 매년 주목받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기라성같은 선사들을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보면 동안거 해제 선원 공개와 함께, 2018년 백담사 무문선원 무산오현 스님, 2017년 비구니특별선원 석남사 법희 스님, 2016년 석종사 금봉선원 혜국 스님, 2015년 백양사 고불선원 지선 스님, 2014년 쌍계사 금당선원 고산 스님 등 결제 동안 수좌들의 정진을 직접 지도·점검했던 선사들이 이날 만큼은 기자들과 만나 세간의 궁금증에 답하며 수행의 의미와 선의 가치를 펼쳐 보였다. 일평생 수행 정진한 선사들의 말씀은 교계 언론뿐 아니라 일반언론에도 상세히 보도되며 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심을 모으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2018년을 끝으로 중단됐던 이 행사가 조계종 총무원 주도로 5년 만에 다시 열린다는 소식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다.

티베트불교에서는 산이 험하고 골이 깊어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울수록 좋은 수행처라 여긴다. 우리나라에도 ‘산이 높아야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러 스님들이 목숨을 걸고 수행했던 수행처의 상당수가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일이 다반사다. 오늘날까지도 대다수 선원들이 일반인들에 그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인식과 관례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수행이 출세간의 일이라면 수행 이후의 전법은 반드시 세간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다. 비록 이판의 수좌라 하더라도 안거 정진의 성과를 해제 이후 중생에게 나누지 않는다면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대승불교의 가치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수좌들이 정진할 수 있도록 수행 환경을 조성하는 것 못지 않게 종무행정을 맡은 소임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의 가치가 올바르게 세간에 전달되고 꾸준히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방편을 강구해야 한다. 해제 선원 공개는 바로 그 방편으로써 오랫동안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음이 분명하다. 조계종 총무원의 이번 동안거 해제 선원 공개는 종교인구 감소, 불자 감소, 출가자 감소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던 불교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매우 뜻깊은 노력으로 평가될만 하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선사들의 법석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전국의 교구본사뿐 아니라 크고 작은 사찰들이 무차법회, 백고좌법회, 선사초청법회 등을 기획하며 선사들의 법문을 들었다. 법거량을 펼치는 야단법석들도 드물지 않았다. 서옹, 혜암, 대원, 무여, 고우, 혜국, 현산, 영진, 지유 스님 등 선사들의 법석에는 불자들이 모여들었고 덩달아 일반 언론에서도 선사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기사를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선승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남수연 국장 
남수연 국장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연일 선 명상 대중화를 강조하고 있다.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나서서 수행, 특히 간화선 수행이 현대인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는 선사들을 만나기가, 선법문을 들을 수 있는 법석이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선불장의 문고리를 잡아보고 선의 향기라도 맡을 수 있었던 해제 선원 공개가 앞으로도 매년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namsy@beopbo.com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