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가을, 통도사 중진스님이 정우 스님을 찾았다. ‘오늘 대중법회에서 법문을 하라’는 것이었다. 어른스님들과도 이야기가 된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건넸다. 군에서 제대한지 3개월이 되지 않은 무렵이었다. 사병으로 입대해 26사단 군법당 ‘호국황룡사’ ‘호국일월사’를 직접 짓고, 장병들 앞에서 법문을 했어도 어른스님들이 즐비한 통도사 대웅전에서의 법문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스물다섯 정우 스님에게 놓인 첫 난관이었다. 이날 대웅전 풍경은 스님이 생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법회에 참석한 신도는 대웅전을 넘어 앞마당까지
불사(佛事)는 불교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총칭하는 말이다. 법회를 열고 불공이나 각종 재를 드리는 것, 경전을 간행하고 전각을 짓거나 불상을 조성하는 것도 모두 불사에 포함된다. 그러나 근래에 불사는 사찰을 중창하고 전각을 중수한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이는 불교와 관련된 모든 일이 불사지만 사찰을 세우고 전각을 짓는 것이 불사의 근간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사찰은 법문, 수행, 기도, 신행, 전법, 문화 활동과 수많은 행사가 열리는 성스러운 공간이기 때문이다.부처님이 위없는 깨달음을 이룬 뒤 승가공동체를 만들고 대중교화를 펼
고요한 달마산의 새벽을 ‘옴마니반메훔’ 진언이 깨운다. 응진당에서 퍼져 나온 목소리는 미황사 경내를 휘감고 달마산 솟은 바위를 내달아 울린다. 우렁차고도 간절한 소리에 돌아보지 않는 제불보살이 없으리라. 펜화가 김영택씨가 미황사로 거처를 옮긴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전통산사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고자 펜 한 자루 들고 전국의 산문을 수없이 넘나들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상행결장(대장)암 4기’ 판결을 받고 미황사에 발을 들인 그는 그저 환자였다. 이미 복부까지 전이된 암은 수술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항암치료를 시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경남 사천의 다솔사(多率寺) 아래에 살던 청년은 진주에서 학교를 다녔다. 이왕 방 하나 얻어야 한다면 조용한 공간이 좋을 듯해 비봉산 아래의 작은 암자로 들어갔다. 법당에 들어가 ‘절에는 무슨 책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해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였는데 한 문장에 눈길이 꽂혔다. 태어나 처음 마주한 글귀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학자인 할아버지에게서 한학교육을 받으며 축적한 내공이 있었던 터라 한자로 된 원문을 단박에 읽어냈다.‘하나가 곧 일체이고 많은 것이 곧 하나
인도의 나란다(Nalanda)! 직역하면 시무염(施無厭)이다. ‘한량없는 보시’로 충만한 그곳은 부처님 10대 제자에 속하는 목련존자와 사리불의 고향이기도 하다. 굽타 왕조의 두 번째 왕인 쿠마라굽타 1세(415∼454)가 그곳에 ‘나란다 사원’을 조성하니 이내 세계 최초의 대학으로 기록된 ‘나란다 대학(Nalanda University)’이 세워졌다. 교수 1000여명에 1만여명의 학승들이 상주하며 공부했던 전당. 매일 100여군데서 강좌가 열렸는데 불경은 물론 인명(因明, 논리)·천문·언어·의학을 넘어 범패·문학·베다까지도 연구
‘국립’과 ‘관장’이라는 직함이 주는 선입견만 없다면 그는 여전히 자유로워 보인다. 트레이드마크인 모자는 여전하지만 그 흔한 넥타이는 사양했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옷섶을 잡아주는 정도의 매너가 그와 세상의 타협선일지 모른다.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된 윤범모(69) 관장의 이력은 빼곡하다. 가천대 교수,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최근까지도 동국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 창원 조각비엔날레 총감독으로 현장을 지휘했고 한국민화센터 이사장, 가나문화재단 상임이사, 한국큐레이터협회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불자님 생일 축하합니다.”따스한 봄날, 생일 축하 노래가 ‘낙산불자마을’에 퍼졌다. 이날 주인공은 20년 넘게 낙산사 아래서 건어물을 파는 어경희씨. 어씨는 생일날 케이크를 직접 들고 찾아온 낙산사 포교국장 수미 스님에게 연거푸 감사인사를 전했다. 스님은 “항상 건강하고 집안이 평안하기를 기도드린다”며 진심어린 축원까지 잊지 않았다.스님이 즉석에서 사진을 뽑아 선물하자 어씨는 “상가 전체가 불자마을이 된 후 스님께서 생일이면 꼭 찾아와 축원까지 해주시니 앞으로 일이 더 잘 풀릴 것 같다
부처님이 열반을 앞둔 어느 날, 쿠시나가라 숲속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었다. 한 늙은 바라문이 찾아와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한 것은 우담바라가 피는 것처럼 드문 일이니, 제발 잠시만이라도 뵙게 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아난은 “부처님을 번거롭게 하지 말라”며 만류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처님은 자비로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늙은 바라문은 정중히 예를 올리고 자신의 의심을 부처님께 물었다. 그의 질문을 받은 부처님은 팔정도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설했다. 이에 감복한 바라문은 “저도 여래의 법 가운데 출가해 구족계를 받을
“즐겁고 행복한 부처님오신날 되세요.”국내 여자당구 3쿠션 랭킹 1위, 세계 랭킹 3위인 스롱 피아비 선수가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법보신문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캄보디아 출신의 피아비는 뛰어난 성적과 상냥한 성격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한 프로 당구선수다. 지난 3월에는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행사장에 함께해 더욱 유명해졌다.푸른 새싹과 봄꽃 그리고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연등 물결 가득한 5월1일 피아비 선수를 만났다. 빌킹코리아 소속의 피아비 선수는 5월의 푸르름을 뒤로한 채 2주 앞으로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열린 제 6회 신행수기 공모에서 이정희 불자의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이 대상인 총무원장상을 수상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불교방송이 공동주관 한 신행수기 공모에는 총 162편이 접수됐다. 수상작 20편 중에 총무원장상을 비롯해 포교원장상, 중앙신도회장상 등 10편을 지면에 소개한다. 편집자주출근길에 내가 다니고 있는 절 죽림사에 들렀다. 죽림사는 도심 절이지만 대나무와 산으로 둘러 쌓여있어 아늑함이 느껴지는 포교당과 불교대학이 있는 사찰이다. 전생부터 지은 죄업을 참회하는
태어나서부터 나는 고국인 대한민국에 오기 전까지 한 번도 사찰을 방문해본 적도, 가사를 입은 스님들을 만난 적도 없는 그야말로 불법의 불모지에서 살아온 중생이었다. 비록 육조혜능 대사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선종의 5가7종이 꽃을 피운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내가 태어난 연변이란 곳은 조선족 교포들이 모여 사는 변방의 산촌으로 변변한 사찰 하나 없었던 곳이었다. 오로지 박사학위를 받아 교수가 되면 앞날에 탄탄대로가 펼쳐지리라는 출세의식에만 젖어 시작한 유학생활이었지만 나는 고국인 이곳 대한민국에서 부처님을 만났다. 어찌 보면 도망치듯
어릴 적부터 계절 알레르기 때문에 밖에도 잘 못나가고 학교도 자주 빠졌다. 그러다보니 친구도 많은 편이 아니었고 늘 집에서 동생과 아니면 장난감과 지냈다. 가까이 살고 계시던 할머니 댁에 가서 친척 형, 누나와 작은 고모와 시간을 보냈다. 작은 고모가 망월사에 처음 데리고 갔던 걸로 기억이 난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자주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기가 끝났을 때는 자유롭게 다녔다. 그랬다. 어렸던 나에게 산 끝자락에 있는 망월사는 더 커보였고 더 웅장해 보였다. 절에 가면 마냥 모든 것이 신기했고 너무 편안하고 좋았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