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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사퇴 앞두고 드러난 수좌회 이중적 행태

기자명 권오영
  • 교계
  • 입력 2018.07.29 15:07
  • 수정 2018.07.29 22:00
  • 호수 1451
  • 댓글 93

수좌회 대표, 회견 땐 “즉각 물러나라”
설정 스님 만나선 “지금 사퇴 말라”
승려대회까지 버팀목 되겠다고 회유
조기사퇴 따른 승려대회 차질이 이유
“종단 전복 노린 정치적 발상” 비판
설조스님 측 ‘총무부장 교체’ 요구도

‘승려대회’를 운운하며 결제 중임에도 산문을 뛰쳐나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사퇴를 압박해 오던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들이 정작 설정 스님을 만나서는 “수좌들이 지켜드릴 테니 승려대회까지는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선원수좌회 20여명이 7월27일 설조 스님의 단식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승려대회’를 운운하며 결제 중임에도 산문을 뛰쳐나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사퇴를 압박해 오던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들이 정작 설정 스님을 만나서는 “수좌들이 지켜드릴 테니 승려대회까지는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선원수좌회 20여명이 7월27일 설조 스님의 단식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승려대회'를 운운하며 결제 중임에도 산문을 뛰쳐나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사퇴를 압박해 오던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들이 정작 설정 스님을 만나서는 “수좌들이 지켜드릴 테니 승려대회까지는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수좌회가 보여준 행보와 전혀 다를 뿐 아니라 수행자의 본분과 거리가 먼 이율배반적 정치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들은 총무원장스님의 사퇴와 관계없이 승려대회를 통해 종단을 전복시켜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국선원수좌회 의정, 월암 스님 등 4명은 7월27일 오후 2시경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만남은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으로서의 거취와 관련해 당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이 소식을 전해들은 수좌회 대표들이 직접 면담을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수좌회 대표들은 설정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8월21일 승려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라며 “그때까지는 총무원장스님이 계셨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특히 이들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이름으로 승려대회를 열어서 개혁과 혁신을 해야 한다”면서 “저희들이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줄 테니 사퇴하시면 안 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수좌회가 성명 등을 통해 내놓은 입장과는 크게 상반된 태도다. 특히 수좌회 소속 20여명은 이날 오전 하안거 결제 중임에도 서울 조계사를 찾아 설조 스님의 단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지금 조계종은 미증유의 법난을 맞이하고 있다”며 “일반 사람들조차 입에 담긴 어려운 범계와 범죄의혹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높은 지위에 있는 지도부일수록 더욱 개인사로 인해 의혹의 중심에 처하게 되면, 참과 거짓을 떠나 도의적 책임만으로도 즉각 그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총무원장스님의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월암 스님은 “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결단이 중요하다”면서 총무원장스님을 압박했고,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배 정진과 함께 설조 스님의 단식장에서 정진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전 종도가 참여하는 승려대회가 개최되어야 한다”며 “승려대회를 통해 종단의 적폐를 일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좌회 대표가 이중적 행태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초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조걱스)’이 선원수좌회의 공동명의로 전국 사찰에 승려대회 개최여부를 묻는 설문지를 배포하자, 수좌회는 즉각 총무원에 공문을 보내 “수좌회는 이름을 빌려준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특히 수좌회는 총무원에 보낸 공문에서 “불교중흥과 종단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총무원장스님, 총무부장스님 이하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총무원 집행부를 찬양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좌회 공동대표 의정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문경 세계명상마을 건립 관계로 전국선원수좌회가 승려대회에 신경 쓸 여력도 없다”고 밝혔었다.

그랬던 수좌회는 7월12일 문경 ‘세계명상마을’건립 기공식이 끝나자마자 입장을 번복, 전국선원장 등에게 사발통문을 발송해 7월18일 종단현안 문제와 관련해 대구에서 ‘선원장 및 유나, 수좌모임’을 갖자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 사발통문도 공동대표인 현묵 스님의 동의 없이 발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현묵 스님 등이 수좌회 대표의 불신임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수좌회 스님들은 설조 스님 단식장에서 정진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수좌회 스님들은 설조 스님 단식장에서 정진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 무조건적인 퇴장을 요구했던 수좌회가 정작 총무원장스님을 만나 사퇴표명을 만류했다는 것은 애초 목적이 총무원장 퇴진에 있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조기에 사퇴할 경우 자신들이 처음부터 계획했던 ‘승려대회’의 개최 명분이 크게 약화되고, 참석대중들도 크게 줄어 승려대회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좌회 대표들이 설정 스님의 사퇴를 승려대회까지 늦추려고 한 것은 조계종의 기본질서인 종헌종법을 인정하지 않고 현 상황을 법난이라고 인식시킨 뒤 승려대회를 통해 종단을 뒤엎으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인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이날 수좌회 대표들에게 “나는 이미 마음을 비웠다”면서 “승려대회를 하려면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꾸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설정 스님은 사실상 사퇴를 표명한 기자회견에서도 “종단 내부의 자율적 운영체계인 종헌종법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동규범”이라며 “종헌종법 질서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규라는 과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종단은 종도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회복불능 상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승려대회’와 같은 방식으로 종단 혼란을 부추기려는 일부 수좌들과 세력들에게 던지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수좌회가 총무원장 설정 스님에게 건넨 발언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종단 안팎에서 수좌회 대표들에 대한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계종 A중진스님은 “원장스님이 관련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할 때는 ‘승려대회’ 운운하며 당장 그만두라는 식으로 압박하더니, 이제 와서 그만두지 말라니 뻔뻔하기가 말할 수 없다”며 “종단 대표권자인 총무원장스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을뿐더러 선승이기를 포기한 3류 정치승들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비판했다.

중앙종회의원 B스님은 “원장스님에게 승려대회 때까지 그만두지 말라는 것은 결국 승려대회를 통해 종단을 전복시켜, 종헌종법 질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선거 때만 되면 수행은 제쳐두고 종단 정치에 기웃거리는 저들을 볼 때마다 종단의 미래가 암울하다. 저들이 바로 청정한 수행자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적폐의 표상”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의정 스님은 “수좌회와 관련된 입장은 월암 스님이 대변하기로 해서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면서도 그 같은 발언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으며, 월암 스님은 지금껏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무원장스님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설조 스님 측이 최근 총무원장 설정 스님에게 총무부장을 교체해 달라고 은밀히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설정 스님은 7월27일 오전 총무원 주요소임자들을 불러 “설조 스님 쪽에서 총무부장을 경질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임명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설정 스님은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헌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이 궐위될 경우 총무부장이 그 직을 대행한다. 따라서 설조 스님측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총무부장으로 임명해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사퇴한 이후를 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조계종 적폐청산연대 및 외부세력 등 설조 스님 단식장 주변에 있는 상당수 인사들의 궁극적 목적은 설조 스님의 단식을 이용해 종단 혼란을 부추기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얻으려는 ‘꼼수’를 펴고 있다는 분석들이 많다.

한편 40여일째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설조 스님은 군복무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호적을 고쳐 나이를 속이고, 조계종 사찰주지의 기본 의무인 분담금 납부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문화재관람료를 개인통장으로 관리한 혐의 등으로 종단 징계를 받았다. 실제 중앙일보는 최근 설조 스님의 나이가 88세가 아니라 77세임을 밝히기도 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51호 / 2018년 8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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