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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자비는 향긋한 빵 냄새를 타고

[자비로 희망 만드는 승가결사체] 대행보현회 자비애빵

한달에 4번 혜명복지원 등 3곳에 각 200인분 빵 만들어 전달
자비 실천하는 삶 발원…500인분 빵 구워내는 제빵실이 목표 

대행보현회 자비애빵 회원스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만든 빵을 개별 포장하고 있다. 
대행보현회 자비애빵 회원스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만든 빵을 개별 포장하고 있다. 

오전 7시. 서울 수안사 한켠에 마련된 제빵실로 스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밀가루. 그러나 누구하나 힘든 내색 없이 묵묵히 반죽을 시작한다. 꾹꾹 누르길 수백 번. 팔이 아플만도 하지만 스님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가득하다.

“화이팅! 화이팅! 아직 팥앙금도 넣어야하고 구워서 포장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오늘 안에 빵 다 만들려면 좀 더 속도를 냅시다.” 대행보현회 자비애빵 대표 묘담 스님이 외치자 스님들의 손은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모두들 흰 밀가루를 얼굴에 묻혀가며 빵 만들기에 열심이다. 한 쟁반에 12개씩 줄지은 빵 반죽은 곧바로 오븐으로 들어간다. 20여 쟁반 쯤 나르다 보면 팔에 힘이 쭉 빠진다. 그래도 정성껏 만든 빵을 맛보고 기뻐할 아이들과 어르신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빵이 구워졌다고 일이 끝난 건 아니다. 곧바로 다음 작업에 돌입한다. 빵 포장이다. 하나하나 포장을 하고 ‘대행보현회 자비애빵’이라고 적힌 스티커도 붙인다. 어두컴컴한 오후 11시가 돼서야 모든 작업이 끝났다.

지난해 설립된 ‘대행보현회 자비애빵’은 한 달에 4번 혜명복지원, 강북구 장애인종합복지센터, 효림복지센터를 돌아가며 각각 200인분의 빵을 만들어 나누고 있다. 소보루빵, 크림빵, 식빵 등 매번 빵의 종류도 다르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빵은 전달하기 하루 전날 만들어 따뜻한 온기를 남긴다. 존중받고 대접받는 인상을 주고 싶다는 스님들의 배려다.   

먹거리가 풍족한 요즘, 어디에 배곯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겠지만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손 큰 스님’으로 통하는 묘담 스님의 원력에 도희·혜안·도호·혜우·명신 스님이 힘을 보태 ‘대행보현회 자비애빵’이 결성됐다. 더 많은 곳에 더 많은 빵을 전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단체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빵 초보인 회원스님들은 묘담 스님의 지도아래 월 1회 제빵교육을 받으며 기술을 익히고, 모자란 일손도 돕고 있다. 묘담 스님이 한푼 두푼 아끼고 모아 200인분의 빵을 구울 수 있는 제과제빵 기구도 마련해 놓은 덕분에 빵나눔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설립 초기 군법당, 교도소, 복지관 등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여의치 않게 되자 지금은 복지관 3곳에 집중하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먹거리 나누는 묘담 스님.
노숙인들에게 먹거리 나누는 묘담 스님.

묘담 스님에게 ‘빵’은 불교를 알리기 위한 스님만의 방법이었다. ‘빵’과의 특별한 인연은 10여년 전 서울역 노숙인들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부처님 가르침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실천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님은 스스로 발품을 팔아 대기업을 돌며 남은 빵을 수거해 노숙인들에게 한끼를 베풀었다. 스님은 차갑게 식은 빵을 받고도 연신 “고맙다”는 그들에게 항상 미안했다. 세월이 갈수록 수거할 수 있는 빵은 점차 줄어들었다. 스님은 “이 기회에 내가 직접 빵 만드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한 후 2019년부터 전문적으로 제빵을 배웠다.

‘대행보현회 자비애빵’의 꾸준한 빵나눔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현재 30여명의 후원자가 있으며, 봉사를 자처하고 나서는 지원자도 여럿이다. 

스님들에게는 더 큰 목표가 남아있다. 500인분의 빵을 구울 수 있는 제빵실을 만드는 것이다. 

“큰 꿈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500인분도 많지는 않아요. 나누면 나눌수록 마음은 더 풍족해지는 법이죠. 배고프고 외로운 이들을 위해 빵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힘닿는데까지 열심히 해야죠.”

갓 구워낸 향긋한 빵 냄새를 따라 따뜻한 부처님의 자비가 구석구석 스며들고 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법보신문·조계종교육원 공동기획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고자 승가결사체를 구성해 전법교화의 길에 나선 스님들이 있다. 노숙자 쉼터, 교도소, 병원 등 사회 그늘진 곳을 찾아 부처님 법음을 전하는 승가결사체는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과 법보신문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자비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는 승가결사체 8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1586호 / 2021년 5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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