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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터서 쏟아진 고려 사찰 공예품 보물 된다

  • 성보
  • 입력 2021.07.01 11:07
  • 수정 2021.07.02 18:18
  • 호수 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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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서원서 출토된 고려 영국사 의식구…‘숭유억불’ 현장 입증
문화재청, ‘부산 고불사 예념미타도량참법’도 보물로 지정 예고

조선시대 유학자 조광조(趙光祖, 1482~1519)를 기리고자 세운 도봉서원터에서 쏟아져 나온 서울 영국사 금속 공예품이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7월1일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10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금동금강저(1점), 금동금강령(1점), 청동현향로(1점), 청동향합(1점), 청동숟가락(3점), 청동굽다리 그릇(1점), 청동유개호(1점), 청동동이(1점) 등이다.

2012년 도봉서원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해당 공예품은 고려시대 번성했던 대찰(大刹) 위에 서원이 세워진, 숭유억불 및 폐불의 현장을 입증한 문화재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출토된 유물은 청동제 불교공예품 79점. 2017년 발굴조사에서는 고려 초기 혜거국사 홍소 스님(弘炤, 899~974)의 비석 파편이 추가로 발견됐다. 비문에 ‘도봉산 영국사(寧國寺)’가 있어 이곳이 영국사였다는 것이 새롭게 밝혀졌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금동금강저’와 ‘금동금강령’은 완형의 세트로 발견됐다. 주조 기술이 정교하고 세부 조형이 탁월해 현존하는 고려 금강저·금강령 가운데 완성도가 가장 높다. 특히 ‘금동금강령’ 부속품인 물고기형 탁설은 국내서 발견된 유일 사례다. 또 몸체 상단에 오대왕명이 새겨지고 하단에 범천·제석천·사천왕 등 11존상이 배치된 것은 희귀 사례로 밀교 의식법구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동굽다리 그릇’은 굽다리에 새겨진 명문으로 고려 숙종(肅宗, 1054~1105)이 시주해 조성됐다. 문화재청은 “그릇에 새겨진 명문 ‘계림공시(林公施, 계림공이 시주함)’는 1077~1095년 사이 내려준 계림공 작위명으로 숙종이 시주한 사실을 알 수 있어 고려 왕실 후원으로 제작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동현향로’ ‘청동향합’ ‘청동숟가락’도 명문을 통해 유물 사용처와 사용방식, 중량, 제작시기, 시주자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영국사에서 사용했다 일괄 매납(埋納)한 유물로 출토지가 확실하고 원형도 잘 유지돼 있어 기물 용도나 의례 성격은 물론 높은 수준의 금속공예기법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같은날 부산 고불사 소장본 ‘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성종 5년(1474) 세조의 비 정희왕후 발원으로 간경도감에서 개판한 왕실판본이다. 이 의식집에는 아미타불에 지극한 마음으로 예배하고 모든 죄업을 참회해 보리심을 내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존하는 최고본은 고려 우왕 2년(1376) 혜랑 스님 등이 간행한 것이다. 고불사 소장본 ‘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은 그보다 100여년 뒤인 성종 5년(1474)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문화재청은 “이 판본은 전국 사찰에서 간행된 ‘예념미타도량참법’의 모태가 되는 자료로서 조선 전기 불교 사상과 인쇄 문화사를 살필 수 있는 중요자료”라고 강조했다.

의식집 앞머리에 수록된 삼세불 도상은 화원(畵員) 백종린(白終麟)과 이장손(李長孫)이 그렸다. 문화재청은 “연대와 작가가 확실한 조선 초기 판화라는 점에서 당시 불교사, 인쇄사, 회화사 연구에도 의의가 크다”고 덧붙였다.

신미(信眉), 학열(學悅), 학조(學祖) 스님 등 당대 고승과 왕실 인사가 참여한 정황도 분명했다. 문화재청은 “인수대비, 인혜대비를 비롯해 공주, 숙의, 상궁 등 여인들과 월산대군(月山大君), 제안대군(齊安大君) 등 왕실 인사들, 당대 중요 고승들이 참여한 정황이 명확하고 판각과 인쇄에 참여한 장인들의 이름이 모두 나열돼 있어 조선 초기 왕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국가적인 불경 간행사업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검토하고 심의를 거쳐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와 ‘부산 고불사 소장본 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권’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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