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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원 스님들, 종단서도 선학원서도 설자리 없어”

  • 교계
  • 입력 2021.10.12 17:14
  • 수정 2021.10.12 18:47
  • 호수 1605
  • 댓글 0

10월12일, 선학원정상화추진위 공청회서 선학원 스님들 울분 토로
“조계종에선 권리제한, 선학원에선 승적 포기 강요…이중고 내몰려”
“이사회 관여할 수 없는데 소속 분원장에 책임부여는 과도한 규제”
조계종, 미등록법인 도제 권리제한 폐지하는 개정안 11월 종회 발의

“선학원 소속사찰 도제들은 이제 조계종 승려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살지 여부를 두고 갈림길에 서 있다.”

“선원에서 안거 정진해도 선학원 소속이라는 이유로 방함록에 이름조차 올릴 수 없다. 이대로라면 선학원 스님들은 종단에서도, 선학원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

“은사스님이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했다는 이유로 상좌들까지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국가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와 다름 아니다.”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금곡 스님)가 10월1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미등록법인 권리인 및 관리인 도제의 권리제한에 관한 종법개정안 공청회’에서는 각종 권리제한을 받고 있는 선학원 소속사찰 스님들의 울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은사스님 사찰이 선학원에 등록됐다는 이유로 조계종으로부터는 권리제한을, 선학원으로부터는 조계종 승적 포기를 강요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탄식이기도 했다. 조계종이 이날 공청회를 개최한 것도 이런 이유다.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곡 스님은 “2014년 법인법을 제정할 당시, 신속한 법인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로 미등록법인과 소속사찰에 대해 도제까지 권리를 제한하도록 규정해 시행해오고 있지만, 근래에 도제까지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는 부정적 의견이 다수 제시되고 있다”며 “이에 선학원정상화추진위 상임위는 도제들의 권리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종도들의 소속감과 종단에 대한 신뢰를 고취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2014년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법인관리법)’을 제정하면서 미등록법인의 권리인 및 관리인과 그 도제까지 종단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제한하는 권리제한 규정을 마련했다. 미등록법인의 종단등록을 촉구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법이 도입된 이후 법인관리법에 반발한 선학원 이사회가 탈조계종화를 추진하고, 소속사찰 창건주 및 분원장들에게 조계종 승적 포기를 강요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찰 재산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종단 일각에서는 “조계종 법인관리법에 반발해 독자노선을 추진하는 것은 선학원 이사회이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창건주와 분원장, 그 도제들만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는 현행 법인관리법에 대한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미등록법인 소속사찰의 실질적 운영권한을 갖지 않은 도제들을 우선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 결과 미등록법인 소속사찰의 도제에 대한 권리제한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성안했다.

이날 선학원정상화추진위 소위원회 위원장 주경 스님이 발제한 개정안에 따르면 ‘법인관리법’에서 규정한 미등록법인 소속사찰 도제에 대한 권리제한이 모두 폐지됐을 뿐 아니라 ‘교육법’ ‘사찰법’ ‘선거법’ ‘선원법’ ‘승가고시법’ ‘승려법’ ‘승려복지법’ 등에 명시된 미등록법인 소속사찰 도제에 대한 권리제한 규정도 모두 삭제됐다. 법안이 가결될 경우 미등록법인 소속사찰 권리인 및 관리인의 도제들은 교육 및 수행시설에 입방할 수 있고, 법계자격을 득할 수 있는 승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으며, 종단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도 받을 수 있다.

주경 스님은 “조계종이 법인관리법을 제정하면서 권리제한 규정을 마련한 것은 선학원 소속 창건주와 분원장 스님들이 이사회를 압박해서 종단등록을 하도록 이끌자는 취지였다”며 “그러나 선학원 이사회는 이 법을 이유로 오히려 소속 창건주와 분원장, 그 도제 스님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우선 도제들에 대한 권리제한을 완화해 종도로서 소속감과 신뢰를 고취하고자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선학원미래포럼 상임위원 심원 스님은 “선학원 도제들에게 권리제한을 하는 것은 국가법에서도 금지한 연좌제 성격이 강하고, 권리제한에 따른 실익도 없다”면서 “개정안에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스님에 따르면 선학원의 모든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있고, 창건주나 분원장들은 이사회의 결정에 관여하거나 막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사회의 결정까지 창건주나 분원장, 그 도제들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법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창건주나 분원장, 그 도제에게 권리제한을 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심을 키우고,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게 심원 스님의 설명이다.

공청회에서는 도제뿐 아니라 미등록법인 소속사찰의 권리인 및 관리인에게 적용되는 권리제한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비구니 스님은 “선학원에 사찰의 재산이 등록된 상태에서 현재로선 분원장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이런 상태에서 종단에서 권리제한까지 하는 것은 선학원 소속사찰 스님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만 낳는다. 이제 권리인 및 관리인에 대한 권리제한도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비구니 스님은 “출가자 감소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기존에 출가한 스님까지 선학원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종단적으로 큰 손실만 가져온다”며 “일불제자라는 마음으로 함께 정진하고 수행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경 스님은 “선학원 스님들의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도제들에 대한 권리제한을 푸는 논의도 7~8년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 도제들에 대한 권리제한을 푸는 데 중점을 두고 추후 여론을 수렴해 권리인 및 관리인에 대한 문제도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추진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의견수렴을 거친 종법개정안을 11월 정기 중앙종회에 입법 청원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이어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의 발제로 ‘재단법인 선학원 설립취지와 설립초기 제도 회복을 위한 법률적 방안을 모색하는 학술연찬회도 진행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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