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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겨울 표충사에서 미래를 생각하다(끝)

기자명 최명숙

부처님께 가는 길은 모두 손 잡고 가야

장애불자 안정적 신행 위해선
공간 마련 등 불교계 관심 필요
힘 합쳐 포교 구심점 만들어야

표충사 정경을 바라보고 있는 진허 스님과 장애법우.
표충사 정경을 바라보고 있는 진허 스님과 장애법우.

초겨울 하늘은 쨍하니 금이 갈 듯 푸르다. 표충사 가는 길은 엊그제 내린 비로 가을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고 한적하기 그지없다. 그 길을 달려 도착한 표충사는 홍제교 건너에서 일주문이 먼저 반긴다.

이번 여행길은 겨울 표충사 참배와 더불어 부광맹인불자회 지도법사이신 밀양 시적선원 진허 스님을 뵙는 일정이었다. 평소 혼자 여행이 힘든 장애법우도 동행하게 하였다. 먼저 진허 스님을 뵙고 법우와 표충사를 가는 일정이었지만 장애가 있는 우리를 배려해 밀양역까지 마중을 나오시고 표충사까지 안내를 해주셨다.

표충사는 경남 밀양에 자리한 통도사 말사로 임진왜란 때 승장 사명대사를 기리는 호국 도량이다. 표충사는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해 죽림사라 불렀는데 절 주변에 대나무가 많아서 붙인 이름이다. 이후 인도사람으로 짐작되는 황면선사가 829년(흥덕왕 4년) 부처님 진신사리를 갖고 들어와 사리를 봉안할 삼층석탑을 세워 중건하고 영정사(靈井寺)로 이름을 바꿨다. 나병에 걸린 흥덕왕 셋째 아들을 치유하기 위해 약수를 찾아다녔는데 죽림사 약수를 먹고 완쾌돼 왕이 기뻐하며 가람을 중창케 하고 절 이름을 바꾸게 했다고 한다. 그 후 조선 숙종 때 다시 짓고 1839년 현종 5년에 사명대사를 기리는 사당을 짓고 표충사라고 하였다.

절의 풍경은 가람 뒤로 병풍처럼 둘러진 대나무 숲에 바람이 없어 그림같은 풍경이고 삼층석탑이 겨울햇살을 받으며 유유히 섰다.

대광전에는 비로자나불이 아닌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고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이 협시불로 봉안돼 있다. 원래 대광전은 비로자나불을 주존불로 모시는데 석가모니불을 주존불로 모신 이유의 자료를 찾을 수는 없었다.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는 동안 진허 스님은 지팡이를 짚은 장애법우가 법당참배를 잘하도록 도와주시고, 전각과 전각 사이를 오갈 때는 법우의 느린 걸음에 속도를 맞춰 주셨다. 대광전 앞을 지날 때는 법우를 전각 쪽으로 서게 해서 안전까지 살피시는 모습이 익숙해 보이시니 시각장애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에게도 관심을 두고 살피셨음을 짐작하게 하였다.

법상선원 법상 스님으로 알려지신 진허 스님이 부광맹인불자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 년이 되었고 여러 스님이 함께 해주셨다고 하셨다. 부광맹인불자회는 부산 영주시장 2층의 금광명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모임을 운영하고 스님들은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있다고 했다.

스님께서는 2017년 법당을 새로 마련하면서 세상에서 받은 것을 도로 회향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면서 봉사하고자 했던 회원들의 발원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제대로 실천할 수 없었던 것을 모두 아쉬워 하셨다. 코로나19가 얼른 종식되어 농촌의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를 펼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그대로 갖고 계셨다. 그리고 이동이 불편한 장애불자들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하려면 언제든 모일 공간이 있어야 하니 불교계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진허 스님은 통도사의 큰스님과 귀한 인연이 닿아 2022년에는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공부를 시작하신다는 소식도 전해주시면서 끝인사로 부처님께 가는 길은 모든 장애불자들이 손잡고 동행해야 하고, 혹 활동하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셨다.

11월 한 달 동안 부산, 안동, 안산, 춘천, 서울 등의 여러 장애 불자들과 가족, 스님들을 찾아가는 여정이 표충사로 끝이 났다. 장애인 포교에 관심이 있는 스님들과 포교현장에서 뛰고 있는 장애불자 당사자들, 그들과 동행하고 있는 불자들이 힘을 합쳐 포교의 구심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여정이었다.

표충사를 나오면서 장애인 포교가 하루아침에 크게 성장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가 어둡지 않음을 생각했다. 나 자신부터 삼보에 귀의하는 맘, 아나율과 주리반특의 맘으로 굳건한 수행과 실천이 필요하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613호 / 2021년 12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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