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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기독교 성지’ 조성 사업 멈춰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08.16 13:24
  • 호수 1644
  • 댓글 1

기독교 상징 ‘1004‧12’ 코드 앞세워
섬 일대 천사상‧예배당‧순례길 조성
문화관광산업 주장은 항변에 불과
기독교인 위한 사업 주도면밀 전개 

1004섬·12사도 순례길 등 기독교 성지를 조성해 온 전남 신안군이 기독교체험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적자금 95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기독교계의 자부담은 0원이다. 땅 매입부터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까지 모두 국비와 군비로 충당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 기념관은 정토‧화엄 사상 중흥의 대 전환 계기를 제공한 가흥대장경(嘉興大藏經)이 발견됐던 임자도에 세워진다. 

1681년(숙종 7년) 대만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상선이 태풍에 임자도 앞바다에서 난파됐는데 그 배에는 명나라 말기부터 120여년에 걸쳐 간행된 가흥대장경이 실려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백암성총 스님(柏庵性聰‧1631∼1700)은 임자도로 달려와 난파선에 실린 경전은 물론 물론 섬 전역을 돌며 떠내려온 경전을 수집하고 필사했다. 15년의 노력 끝에 197권 5000여판의 방대한 서적을 간행했다. 정작 임자도에 들어서야 할 문화역사관은 기독교체험관이 아니라 성총 스님의 기념관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불교의 문화‧역사성마저도 애써 외면하는 것을 보면 문화관광산업이라는 항변과는 달리 신안군은 예상보다 더 노골적이고도 치밀하게 ‘기독교 성지화’ 사업을 전개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신안군이 ‘희망이 샘솟는 1004섬, 신안군’ 표어를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건 2012년부터다. 신안군에 소속된 섬은 총 1025개. 10진법에 익숙한 현대인을 향한 홍보전략이라면 ‘1000섬’이 적정한데 굳이 ‘1004섬’이라고 했다. 열의 아홉은 ‘희망이 샘솟는 천사의 섬’으로 인식할 것이다.

불교 언론의 이러한 지적에 김현석 신안군 가고 싶은 섬 지원단장은 “신안군의 1025개 섬 가운데는 물이 들면 잠기거나 풀‧나무가 자라지 않는 21개 섬을 제외하면 1004개섬이 맞다”며 “지자체의 수익사업과 관련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화관광산업을 위해 도입한 ‘1004’일 뿐 ‘천사(天使)’와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그럴까? 

2012년 ‘희망이 샘솟는 1004섬 신안군’ 표어가 내걸리더니 증도에 문준경 순교기념관(2013)이 들어서고 교회 복원사업(2019∼2022)과 성지순례관(2021∼2022)이 추진‧조성됐다. 그 사이 신안군의 문화관광산업 전반에 ‘천사’라는 단어가 붙었다. 천사 뮤즈엄 파크, 천사 분재공원, 천사 야생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 천사대교가 대표적이다. 

신안군은 압해도에서 암태도를 잇는 교량의 주탑 간 길이를 1004m로 건설(2019) 하여 천사대교로 이름했는데 도량 위에 천사를 상징하는 ‘날개’ 조형물을 세웠다. 이건 누가 보아도 ‘1004 대교’가 아니라 ‘천사대교(天使大橋)’이다. 여기에 취소되기는 했지만 ‘성경식물원’ ‘바이블 푸드 카페’ 조성 계획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1004’에 이어 ‘12’ 코드를 앞세운 신안군은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을 12km의 구간으로 잇고는 예수의 ‘12사도 순례길’로 명명했다. 배드로의 집, 요한의집, 야고보의집 등의 이름을 붙인 12개의 예배당도 지었다.(2017) 그 예배당을 두고 신안군 관계자는 조계종 사회부장 원경 스님에게 “불당의 의미도 있다”고 하니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병풍도에서 노두길로 연결된 기점·소악도는 2017년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됐는데 그곳에도 예수 12제자 천사조각상이 늘어서 있다.(2020) 신안군이 자랑하는 섬 어디를 가도 천사와 12제자, 예배당이 천혜의 자연풍광을 가로막고 있으니 기독교인이 아니면 이질감을 넘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러한 사업에 투여되는 혈세만도 210억여원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정도면 문화관광산업 보다는 기독교 성지화 조성에 방점을 찍은 신안군의 종교편향 행정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이라도 ‘기독교 성지화’ 조성으로 인식되는 사업들은 당장 멈춰야 한다. 기독교체험관 건립은 백지화하고 ‘12사도 순례길’, ‘천사대교’, ‘천사섬’, ‘천사 뮤즈엄’ 등의 이름은 바꿔야 한다. 천혜의 자연풍광을 가로 막고 있는 천사상들도 철거해야 한다. “예산이 확정‧집행되는 단계이므로 중지할 수 없다”는 박우량 신안군수의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1644호 / 2022년 8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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