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여섯 살 아내가 입원했다. 몸져 누운지 3년 만에 결국 병원으로 보냈다. 코로나19로 면회도 못하는 남편은 애가 끓었다. 평생 남편과 자식들만 살피던 아내다. 수술에, 검사에 시달리는 아내는 병실인지 집인지도 분간을 못 한다. 그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남편 걱정이다. ‘식사하고 내복 갈아입으라 한다’ 전화기 너머로 간병사가 전해주는 말에 남편은 또 가슴이 저민다.
‘간병일지’는 남편의 기록이다. 24시간 돌보던 아내를 병원으로 보내야 했던 남편은 아내의 빈 자리가 휑하다. 외롭고 안타까운 그 심정을 담담하게 시로 옮겼다.
“여보, 나 세수하니. 상 차려요.”
벽을 향해 속으로 말해본다
목이 콱 막히며 눈물이 난다.
-‘아내의 빈자리’ 중에서
남편은 아내를 걱정하고, 후회하고, 그리워한다. 그리고 어머니도 떠올린다. 50여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빈 자리가 너무 커서 연작시를 썼다. 그 시에서 ‘어머니’를 ‘아내’로 바꾸어 부른다. 반세기 전 ‘어머니, 그 이름은’이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내던 심정으로 ‘간병일지’를 펴냈다.
1959년 등단한 시인이자 교육자로 교육 현장을 지켜왔다. 교과서에 실린 수 많은 동시의 작가이며 100여권 책을 낸 문단계 원로이자 한국불교아동문학회장을 역임한 신심 깊은 불자이기도 하다. 법명 조차 ‘불심’인 그의 시 속에는 신심 녹아든 불자의 세상보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61호 / 2022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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