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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일여 체득하면 대자유”…지허 대종사 입적

  • 사람들
  • 입력 2023.10.10 16:05
  • 수정 2023.10.11 13:2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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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제20세 종정 역임…일평생 수행으로 일관한 선지식 
10월8일, 태고총림 선암사서 종단장으로 영결·다비식 엄수

일생 수행자의 길을 걸어온 태고종 전 종정 지허 대종사가 10월2일 원적에 들었다. [법보신문]
일생 수행자의 길을 걸어온 태고종 전 종정 지허 대종사가 10월2일 원적에 들었다. [법보신문]

태고종 전 종정 지허당 지용 대종사가 10월2일 원적에 들었다. 법랍 67세 세수 83세.

지허 대종사는 일평생 수행으로 일관해온 선지식이다. 태고종단 내홍 이후 상처를 봉합할 수 있는 스승으로 꼽혀 2021년 제20세 종정에 추대됐다. “태고조사의 수행과 확철대오의 종지를 철저히 믿고 행하라”고 강조한 지허 대종사는 2022년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할 때까지 종단 화합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정신적 지주이자 존경받는 스승으로 역할을 다했다.

1941년에 태어난 스님은 15살이던 1955년 친구의 죽음에서 찾아온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삭발염의했다. 그해 12월24일 선암사에서 만우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으며 1956년 선암사에서 지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2년 전주 관음선원에서 묵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선암사에서 대중공양을 짓던 지허 스님은 당시 주지 소임을 보고 있던 선곡 스님에게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 모든 것은 연기적으로 발생했기에 만법은 본래 불생불멸임을 알라’는 화두를 받고 구법의 길에 올랐다. 1963년 해인사 용탑선원에서 2년 정진 후 통도사 극락선원을 찾아 경봉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정진은 통영 미래사, 덕숭산, 오대산 등으로 이어졌고, 고암, 전강, 구산 스님을 찾아 수행의 깊이를 더했다. 

1972년 선암사로 돌아온 스님은 폐허가 된 비로암터에 올라 토굴을 짓고 3년간 두문불출 정진했다. 선암사 칠전선원에서 차밭을 손수 가꾸며 선과 다를 익혔고, 주지 소임을 맡고선 중창불사를 일으켜 사격을 높였다. 

1979년 7월 순천 금전산을 찾은 스님은 쓰러진 3층석탑과 석불비상을 발견했다. 사지임을 직감하고 곧바로 불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백제 위덕왕 30년(583) 담혜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금둔사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대웅전과 태고선원을 포함한 10여동의 전각을 세웠으며 발견된 3층석탑과 석불비상은 문화재로 인정받아 보물 945·946호로 지정됐다. 

특히 3만3000㎡의 차밭 ‘지현다원(知玄茶園)’을 조성하고 비료·거름 없는 야생 차나무를 키워내는 데 정성을 쏟았다. 생전 지허 스님은 “차는 정신을 맑게 하는 힘이 있다”며 “선(禪) 있는 곳에 차(茶)가 있다. 차는 선정으로 이끄는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뿌리를 깊게 내린 토종 차나무가 생성한 잎은 섣불리 낙엽으로 지지 않는다. 한 번 잡은 화두를 놓지 않는 선객의 특성과 닮았다는 게 스님의 일언이다. 지허 스님이 조성한 차는 선암사 대중의 정진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후 지허 스님은 중앙종회의원, 태고중앙선원장, 선암사 부방장, 원로의원, 종정 등 종단을 위해 역할을 다했다. 종정을 사의한 뒤에는 금둔사 태고선원에 주석하며 후학을 제접하고 화두를 드는 일에 매진하다 10월2일 적멸에 들었다. 

태고종은 10월8일 태고총림 선암사에서 지허 대종사의 영결식 및 다비식을 종단장으로 엄수됐다. “생사일여(生死一如)를 체득한 사람은 대자유라는 큰 선물을 품을 것”이라고 역설했던 스님은 쟁쟁하게 울리는 나무아미타불 염불성 속에 조계산 허공 속으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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