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형편은 어렵지만우리가 길 닦아 놓으면다음 세대가 혜택 볼 것” “스님은 순수한 열정과신념으로 현장 지키는 분작은 힘이라도 돕고 싶어” 인터뷰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10여 년을 함께 일해 온 진관 스님과 조혜은 간사를 한 자리에 불러 앉히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관 스님하고 말씀하세요. 전 별로 할 말도 없어요.” 누차 자리를 사양하는 조 간사를 떠밀듯 끌고 와 한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조 간사 앉은 자세가 영 불편하다. 스님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더니 의자 끄트머리에 겨우 걸터앉은 모습이 금방이라도 일어날품새다.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진관 스님은 1990년 11월 불교인권위원회를 설립해 민주, 통일, 인권 운동에 헌신한 불교계의 대표적인 스님으로 손꼽히고 있다. 조
지현 스님과 최면숙 씨가 청량사 홈페이지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03년 가을, 부쩍 짧아진 해가 벌써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이다. 산사의 해질녘이란 것이 노루꼬리만큼이나 짧으니, 아직 경내에 남아있던 몇 안 되는 참배객들도 서둘러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어두운 산길 조심해서 내려가길 바라며 참배객들의 뒷모습을 살피고 있던 스님 눈에 막 계단을 올라 절 마당에 들어서는 사람이 띄었다. 다 늦은 시간, 그나마 얼핏 보기에도 편한 몸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곳까지 올라왔을까 싶었지요.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30분은 걸어 올라와야할 산길인데, 걸음도 불안하고 몸 가누기도 그리 편치 않아 보이는 여자 분이 올라오셨으니 눈길이 갈 수밖에요.” 안쓰럽고 고마
종림 스님과 허인섭 교수는 함께 만들어 가려는 사이버 불국토가 어떤 세상인지 서로의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하는 승속을 넘어선 도반이다. 두 사람 걷는 품새가 영락없이 닮았다. 느긋이 뒷짐을 지고 활짝 핀 꽃망울을 감상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어찌나 똑같은지 바라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아니나 다를까, 별스런 얘기도 아닌데 서로 한마디씩 던지며 주고받는 대화마다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연신 큰 웃음을 터트린다. “스님, 우리 같이 일한지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그럭저럭 벌써 십년 됐네요. 허참, 내가 스님한테 포섭 당하게 분명해요.” “그러게 말이야. 어쩌다가 사람들이 자네하고 나를 ‘한 세트’로 생각하나 모르겠어. 자네가 영어를 좀 해서 내가 시도 때도 없이 일을 떠맡기긴 했는데
4월 13일 열리는 ‘마음산책 음악회’를 앞두고 행사를 논의하는 정덕 스님과 황선정 사무국장. 때론 진부한 만남이 극적인 인연사보다 더 극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직장 상사와 직원이라는 만남은 너무 무미건조해서 그 속에서 과연 사람 내음 풍기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선입견이었나 보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그치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선 하나의 향 쌈지를 함께 품고 있는 듯 비슷한 향이 풍겨났다.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정덕 스님은 1994년 7월 자비의 전화 간사로 채용돼 처음만난 황선정 씨의 모습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어찌나 마르고 여린지, 그야말로 한들한들 하더군요. ‘아이구, 저리 여려서 어쩌나’ 싶으면서도 낯설지 않은 얼굴이었지요. 왠지
“상을 내지 않고 하심하는 자세로 사는 참불자”라고 이상현 거사를 소개하는 월운 스님. “겸양지덕 실천하는 재가불자의 모범상” “이보시오, 거사님. 뉘 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그리 무심하신가. 허드레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서도 두 번째 올 때는 ‘나 또 왔습니다’하며 눈인사라도 하는 게 우리네 인정인데, 어찌 그리 말 한마디 없이 가시나. 예불 끝났으면 공양이라도 하고 가시게나.” 1976년 봉선사 주지 소임을 맡게 된 월운 스님은 그야 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야 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던 봉선사의 사격을 다시 세우기 위한 중창 불사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있었을 뿐 아니라, 주지 소임을 맡고 보니 사중 어느 한 곳 스님의 손길이 소홀할 수 없었기 때문이
부처님께서는 공양 받고 공양 하는 이, 설법하고 설법 듣는 이, 법을 잇고 법을 외호하는 이로서 출가자와 재가자가 상호보완적인 불가분의 관계임을 보여주셨다. 출가자와 재가자의 관계가 상하-종속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오늘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네 부류의 도반으로서 사부대중의 조화는 이 시대 우리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과제이다. 본지에서는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서로를 이끌어 주고 있는 출가자와 재가자의 인연, 그들이 만들어가는 포교와 수행,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 가는 정토의 모습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유독 붉은 가을노을이 창문 가득 들어서고 있었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조계사 백송은 노을을 받아 점점 더 홍조를 띄어가고, 대웅전에서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