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 둘레 활짝 핀 접시꽃이 가득하다. 육지에서는 한여름을 장엄해 주는 꽃이지만 제주는 계절이 빠르다. 수국도 다 져버리는 시기, 한 켠에서 나리꽃 망울이 가득 부풀어 올라 내일이라도 툭 터져 나올 듯하다. ‘이러다 모든 꽃들이 다 터져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바라보니 늦게 파종한 봉선화가 꽃밭 가득 힘껏 솟구치고 있다. 계절의 아름다움이 도량에 가득 차오르고 있다. 가을 생각에 국화도 넉넉히 기르다 보니 늘 새 계절의 설렘이 가득하다.꽃이 좋다. 무채색 무기질의 토양에서 푸른 잎을 피우며 자라나 형형색색의 빛깔을 뿜어내는 일이
부산시립합창단이 부산불교연합회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곡이 기독교 찬양곡으로 편성된 정기연주회를 강행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부산시립합창단은 기독교 찬양곡에 대한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앙코르곡마저 기독교 찬양곡을 불러 빈축을 샀다. 부산불교연합회는 부산시에 항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 부산시립합창단의 선교공연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부산시립합창단은 6월2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182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위로의 메세지’를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은 예정된 곡목 레너드 번스타인의 ‘치체스터 시’, 윌리엄 월튼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기본법이 6월29일 본회의에 상정 예정된 가운데 불교환경연대가 기후위기대응법안에 대한 정부안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통한 합의안 도출을 촉구했다.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법만 스님)는 6월25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탄소중립은 급격한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 없이는 엄청난 갈등과 혼란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기후위기대응번안에 대한 정부안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28일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쳐 29일 바로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마크 트웨인을 잇는 20세기 미국 최고의 유머작가, 만화가”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은 제임스 서버는 공상의 전문가다. 어린 시절 형제들과 빌헬름텔 놀이를 하다가 화살을 눈에 맞아 한쪽 눈을 실명한 그는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구축해냈다. 그가 이후 신문사에서 기자로 재직하며 그림을 그리고 뮤지컬 대본을 쓰고 단편소설을 쓴 바탕에는 그가 공상으로 만든 세계가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다.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한편 어딘가 어둡고 아이러니한 세계가. 그가 완벽한 환상의 세계를 창조해냈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지난 4년,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대통령이 이룩한 성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신부와 수녀를 관저에 초청해 기도를 하고 현직 가톨릭 주교를 로마 교왕청에 특사로 파견하는가 하면, 로마방문 시 미사 참석 장면을 생중계하고 교왕과의 만남을 알현(謁見)이라고 발표하는 등 개인 종교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대통령이 국민화합을 깨뜨린다’는 비판을 받게 하였다. 결국 올해 5월22일 꽉 짜인 방미 일정에서 틈을 내 가톨릭교회 워싱턴 교구장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
“신행과 포교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 포교가 불도 부산에서 더욱 활성화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김수현 불교여성개발원 부산지원장이 5월27일 어린이 포교 단체인 사단법인 동련 부산지구에 ‘부산 어린이 포교 발전기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이 기금은 김 지원장이 지난 5월16일 봉행된 ‘불기 2565년 부산 연등축제 회향식’에서 제3회 부산불교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가운데 절반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김 지원장은 “어려운 시기지만 새로운 불자를 양성하는데 있어 어린이 포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라는 ‘중대’에 들어와 왕권의 정치력이 크게 강화되고, 종교적 신성의 요소가 퇴색됨으로서 정치권력의 정상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리고 국왕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체제로서 율령제도와 정치제도가 정비되었는데, ‘중고’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그를 바탕으로 당의 율령체제를 받아들여 접목시킴으로써 신라의 정치를 크게 발전시켰다. 이른바 율령체제라는 것은 당나라의 법률체계, 즉 당률(唐律)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중국의 후세에 이르기까지 계승된 중앙집권적 관료조직의 기본틀을 정립한 것이다. 신라는 김춘추가 집권하면서부터 당나라
“사찰 주련이 한 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도량마다 걸린 주련은 그대로 부처님 공부의 교재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법보신문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페이지마다 부처님 가르침이 풍성함을 발견하실 겁니다.”법보신문에 ‘사찰의 주련’을 연재 중인 경남 김해 정암사 주지 법상 스님이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스님은 전국 사찰을 순례하며 도량의 벽화와 주련에 관심을 갖고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 ‘사찰에서 만나는 주련’을 잇따라 발간했다. 올해 법보신문에 ‘주련’ 연재를 시작한 스님은 신문을 더욱 유심히 읽게 됐고, 자연스럽게 불자들에게도
고통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생명의 속성이다. 그래서 불교에선 나와 남이 둘이 아니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을 악업으로 간주한다.2600년 전 인도사회에서는 동물을 제물로 바쳐 복을 얻으려는 제사문화가 만연했다.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적게는 한두 마리에서 많게는 수백수천 마리에 이르렀다. 부처님은 이러한 희생제의로 복을 받기는커녕 다른 생명을 무참히 죽인 무거운 과보를 피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불교의 생명관이 가장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이 부처님의 전생을 다룬 ‘자타카(본생담)’이다. 여기에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악이다. … 악에 맞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악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악에 맞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악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에릭 매택시스의 ‘디트리히 본회퍼’ 전기에서)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도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디트리히 본회퍼는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할 모략을 꾸밀 때 독일 안에서부터 나치를 무너뜨리려고 은밀히 움직였던 소수의 독일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는 히틀러 암살 공모에 가담했다가 1945년에 플로센뷔르크 강제수용소에서 처형
지난 2015년 인구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불교와 천도교는 그 교세가 비슷하다. 그런데 원불교는 ‘불교-개신교-가톨릭’에 이은 제4대 종교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정부에서도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천도교 쪽에서도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있어서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이 상태가 앞으로 오랜 동안 굳어질 것 같다.그런데 원불교가 언제, 어떻게 해서 ‘4대 종교’의 틀 안에 자리를 잡게 되었을까.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여러 차례 국장·국민장이 치러졌는데, 2006년 10월 최규하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 이르기까지
觀音竹繞菩提路 先超苦海有慈航관음죽요보리로 선초고해유자항羅漢松圍般若臺 立絶俗塵憑慧劍나한송위반야대 입절속진빙혜검경북 문경 대승사 응진전에 걸린 주련이다. 그러나 순서가 틀렸다고 볼 수있다. 위의 문장에서 상련은 ‘관음죽요보리로’이고, 하련으로는 ‘나한송위반야대’가 대구되는 시문이다. 그리고 ‘입절속진빙혜검’에 대구되는 하련은 ‘선초고해유자항’이다. 참고로 예천 서악사의 나한전 주련은 대승사 응진전 주련과 같은 필체다. 대승사 주련의 글씨를 번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련의 순서는 바르게 걸려있다. 그러므로 이를 정리해 바로 잡으면
한국이 속해 있는 아시아든 유럽·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이든 가릴 것 없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가가 특정종교에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특혜는 ‘국가종교[國敎]’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지위를 얻어낸 종교가 휘둘렀던 권위와 힘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무서운 것은 근대 이전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종교재판과 마녀사냥 역사를 돌아보거나 최근 일부 이슬람 국가가 신정(神政)일치 체제를 도입하면서 보여준 모습에서 생생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이웃 중국에서도 2000여년 전부터 ‘유교만을 존중한다’는 독존유술(獨尊儒術)을
검찰이 후원금 횡령 등 나눔의집 이사진에 제기됐던 모든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경기 남부경찰청이 후원금 횡령에 대해 ‘혐의 없음’을 확정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나눔의집을 횡령과 학대로 얼룩진 비리집단처럼 매도한 경기도의 주장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2020년 5월19일 방영된 MBC PD수첩 ‘나눔의집에 후원하셨습니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양로시설인 나눔의집에서 ‘조직적 횡령’과 학대가 가해졌다는 의혹을 다뤘다. 이 보도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후원금
진덕여왕 2년(648) 김춘추와 당 태종 사이에서 나당동맹협정이 체결된 것은 삼국통일전쟁의 출발점이 된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사실은 신라인들에게 크게 각인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신라말기 최치원이 찬술한 ‘성주사낭혜화상비명’에서 구체적으로 특필하였던 내용에서 알 수 있다. 그런데 김춘추의 대당외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군사원조를 요청하는 동맹협정의 체결을 전후하여 다양한 문화외교활동을 전개하였다는 점이다. 김춘추는 당에 도착하자, 먼저 국학에 가서 석전(釋奠)과 강론(講論)에 참관하기를 요청하여 당 태종의 허락을 받았고, 군사
오늘 부산 동명불원의 대웅전 삼존불 개금불사 회향 법회를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렇게 귀한 법회를 통해 여러분과 만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개금불사 회향법회인 만큼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는 참 의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동명불원은 그 역사만큼이나 부산에서 포교와 전법의 의미가 깊은 도량입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당시 강석진 동명목재 회장은 부산 경제발전을 위해 많은 공을 세우셨습니다.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저보다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고
요하네스 브람스는 1853년 슈만과 클라라를 만나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1번, Op.1을 연주했다. 그의 연주를 들은 슈만은 ‘신인(神人)과 미(美)의 여신 세 명이 지켜보았다’라는 평론으로 스무 살의 청년을 극찬했다. 신중하고도 진지했던 청년 브람스는 평소 존경하던 선배 음악가의 찬사에 ‘제 능력 이상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발표할 작품들에 상당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편지를 쓰기도 했다.브람스는 그의 첫 피아노 협주곡을 1854년부터 4년여에 걸쳐 작곡했다. 원래 교향곡을 작곡하려던 그는
부처님이 “있는 그대로 보라”며 가리키실 때, 부처님 눈에는 무엇이 보였던 것일까 상상했다. 우리가 겨우 부처님의 손가락 끝이라도 보려고 애쓸 때 부처님은 어떤 광대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보고 계셨던 것일까. 부처님은 자신이 볼 수 있으니 같은 인간인 우리 또한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언해주셨지만 여전히 나는 못미더웠다. 내 손의 한 뼘 자로 지구의 둘레를 재볼 수 있을까? 돌을 힘껏 던져 닿는 거리가 몇 번이 반복되어야 달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아이슬란드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이다. 그는 지금의 긴박한 위기와, 그 위
근세의 선지식 향곡(香谷) 선사는 주장자(拄杖子) 하나 걸어 두고 부산 묘관음사에서 눈 푸른 납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한 자루 지팡이를 청산에 걸어 두었나니(一條拄杖掛靑山)/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또한 물건도 아니네(非心非佛亦非物)/ 그대 이 속을 뚫고 지나간다면(有人這裡透過)/ 기나긴 세월 가도 언제나 깨어 있으리(塵劫圓明長不昧).’ (석지현 역)법원(法遠) 스님이 그 앞에 섰다. 절을 올리고 게송(偈頌)을 내보였다.‘이 주장자 이 진리 몇 사람이나 알겠는가(這箇拄杖幾人會)/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알지 못하누나(三世諸佛總
제200칙: 염불한 공덕을 일체중생을 위해 회향하라.사람의 일생은 사사건건 거짓으로 꾸밀 수 있지만, 죽음에 임할 때는 거짓으로 꾸밀 수 없거늘 하물며 모친께서 임종시 애착의 정이 없이 기쁜 안색으로 편안히 앉아 돌아가심이겠는가. 만약 정업이 무르익지 않았다면 어찌 이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형제와 가족들이 진지하게 모친을 위해 염불하기만 하면 모친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실로 자신이 염불한 공덕보다 훨씬 더 크다. 부처님께서 그래서 독경하거나 주문을 외거나 염불하여 갖가지 공덕을 지어서 모두 법계중생을 위해 회향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