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이 부정했던 문자는자신이 아닌 타인의 문자 등불은 밝음과 어둠을 구분꺼지는 순간 구분 사라져 경전도 등불처럼 한계 명확자신마음 의지해 홀로 가야 덕산(德山)이 가르침을 청하러 왔을 때 마침 밤이 되자 용담(龍潭) 스님은 말했다. “밤이 깊었으니 그대는 그만 물러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래서 덕산은 인사를 하고 발을 걷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이 너무 어두워서 되돌아와서 말했다. “바깥이 깜깜합니다.” 그러나 용담 스님은 종이 등불에 불을 붙여 건네주었다. 덕산이 그것을 받으려고 할 때, 용담 스님은 등불을 불어 꺼버렸다. 바로 여기서 덕산은 갑자기 깨닫고 용담 스님에게 절을 했다. 그러자 용담 스님은 물었다. “그대는 어떤 불법의 도리를 보았는가?” 덕산은 “저는 오늘 이후로 천하의
남전스님이 죽인 고양이는수행승들의 의심과 집착들 조주 스님, 창의적 행동으로기존의 통념 경쾌하게 부정 예측할 수 없는 창조적 삶이무애 자재한 깨달음의 징표 남전(南泉) 화상은 동당(東堂)과 서당(西堂)의 수행승들이 고양이를 두고 다투고 있으므로 그 고양이를 잡아들고 말했다. “그대들이여. 무엇인가 한 마디 말을 할 수만 있다면 고양이를 살려줄 테지만, 말할 수 없다면 베어버릴 것이다.” 수행승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전은 마침내 그 고양이를 베어버렸다. 그날 밤 조주(趙州)가 외출하고 돌아왔다. 남전은 낮에 있던 일을 조주에게 이야기했다. 바로 조주는 신발을 벗어 머리에 얹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남전은 말했다. “만일 조주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고양이를 구할 수도 있었을
스승 대신 손가락 든 동자깨달은 사람 흉내 냈을 뿐 걸음 같다는 생각은 관념사람 걸음은 제각각 달라 본래면목 자각하게 되면모양 같아도 모방 아니다 구지(俱胝) 화상은 무엇인가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단지 손가락 하나를 세울 뿐이었다. 뒤에 동자 한 명이 절에 남아 있게 되었다. 외부 손님이 “화상께서는 어떤 불법을 이야기하고 계시나요?”라고 묻자, 동자도 구지 화상을 본따서 손가락을 세웠다. 구지 화상이 이런 사실을 듣고, 동자를 불러 칼로 그의 손가락을 잘랐다. 동자는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방 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구지 화상은 동자를 다시 불렀다. 동자가 고개를 돌리자, 바로 그 순간 구지 화상은 손가락을 세웠다. 동자는 갑자기 깨달았다. 구지 화상이 세상을 떠나면서 여러
주장자 주겠다는 의미는거짓 깨달음에 대한 풍자 성불하겠다는 그 생각이수행자에겐 커다란 장애 없어진 것에 집착하면과거에 매여 살게 될뿐 파초(芭蕉) 화상이 대중들에게 말했다. “너희에게 주장자가 있다면, 너희에게 주장자를 주겠다. 너희에게 주장자가 없다면, 너희에게서 주장자를 빼앗을 것이다.” 무문관(無門關)44칙 파초주장(芭蕉拄杖) ▲그림=김승연 화백 1. 주장자는 깨달음을 상징 주장자(拄杖子)를 아시나요. 큰 스님들이 길을 걸을 때나 설법을 할 때 들고 계시는 큰 지팡이를 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장자는 불교에서는 깨달은 사람이나 불성(佛
불교는 절대적 관념론 아닌근본적인 경험론에 가까워 모든 것 ‘있는 그대로’지만마음이 좋다 싫다 가치평가 말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혀 끝은 비로소 의식된다 송원 화상이 말했다. “힘이 센 사람은 무엇 때문에 자기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없는가?” 또 말했다. “말을 하는 것은 혀끝에 있지 않다.” 무문관(無門關)20칙 대역량인(大力量人) ▲ 그림=김승연 화백 1. 美醜는 해골물에 있지 않다 초기에 서양학자들은 불교 사상을 절대적 관념론(absolute idealism)이라고 규정하곤 했습니다. 절대적 관념론이란 세상의 모든 것을 절대적인 관념, 그러니까 절대적인 하나의 정신이 만들었다는 주장입니다. 절대적
대승이 꿈꾼 화엄의 세계는각각의 개성이 만개하는 곳 자신 존귀함 모르는 우리는동화 속 미운오리새끼일 뿐 마마보이의 주인 아닌 사랑자신·타인 모두에 비극 초래 서암 사언 화상은 매일 자기 자신을 “주인공!”하고 부르고서는 다시 스스로 “예!”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깨어 있어야 한다! 예! 남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 예!예!”라고 말했다. 무문관(無門關) 12칙 암환주인(巖喚主人) ▲그림=김승연 화백 1. 깨달음은 주인으로 사는 것 ‘화엄경(華嚴經)’이란 불교 경전이 있습니다. 선재동자(善財童子)가 깨달음을 찾아가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던 경전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에 마음이 갔기에 논쟁 가능 후설의 ‘마음지향성’ 주목혜능의 가르침과 일맥상통 활동성 잃은 고착된 마음은집착이며 자비심도 사라져 어느 날 사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두 스님이 서로 논쟁을 했다. 한 스님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말하고, 다른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서로의 주장만이 오고갈 뿐, 논쟁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이 때 육조 혜능은 말한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을 뿐입니다.” 두 스님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문관(無門關) 29칙 비풍비번(非風非幡)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