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밀선원이 벌써 개원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곳 경남 김해라는 도시와 아무런 연고가 없었습니다. 인연 있는 사람도 없이, 특별히 정해둔 장소도 없이 이곳에 왔습니다. 포교당을 열고서야 부산이나 울산에서 포교당을 시작하면 조금 더 나았을 수 있었다는 주위의 말씀이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인연 없는 김해에 온 덕분에 온몸 가득 배우고 가슴 깊이 체득하며 한 발, 한 발 천천히 포교의 길을 밟아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저는 법회 때마다 마지막에 항상 이 말씀을 꼭 드립니다. “간절히 기도합시다.
연민(憐憫)명상은 자비희사(慈悲喜捨) 4범주 혹은 사무량심 수행에서 두 번째 비(悲)수행을 말한다. 남방불교에서는 자비희사 네 가지 마음을 4범주(四梵住)라고 부르는데, 대승불교에서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고 한다. ‘범주(梵住, Brahma-vihāra)’라고 한 것은 ‘범천의 거처, 신성한 주처 혹은 고귀한 마음가짐’의 뜻이 있다. 즉 수행자가 네 가지 마음을 계발하여 색계 선정을 얻으면, 그 마음상태가 범천의 경지나 범천의 마음가짐과 같다는 것이다. 반면 무량심(無量心)이라고 한 것은 선정의 상태에서는 자비희사의 마음을 시방세
마조(709∼788)는 남악회양에게서 법을 받은 뒤, 스승 곁을 떠나 복건성 건양 성적사에서 처음으로 법을 설했다[開堂說法]. 이때 마조의 나이 34세이다. 얼마 후 마조는 여러 제자들을 이끌고 고향을 방문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밭에서 일하던 할머니가 선사를 보고 외쳤다. “어! 마씨네 키쟁이 코흘리개가 지나가네.” 마조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출가해 나이 들어서 절대 고향에 가지 말라.” 예수도 성인이 된 후, 고향에 갔다가 사람들에게 당한 곤욕이 있어 제자들에게 “성인이 되어서는 절대 고향에 가지 말라”고 하였
최근까지 의상이 당에 유학하여 지엄 문하에서 화엄학만을 수학한 것으로 이해해 왔다. 의상에 관한 중요 사료인 ‘삼국유사’ 의상전교조나 ‘송고승전’ 의상전 등에서 한결같이 지엄으로부터 화엄교학을 전수한 사실만을 전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의상의 불교는 화엄학 외에 지론종과 계율종, 삼계교나 정토교 등의 영향도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 유학 이전에 신라에서 이러한 불교들을 섭렵하였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으나. 나로서는 역시 당 유학 중인 661년부터 670년까지 10년 동안에 의상은 지엄 이외에 다른 불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정해진 길만 걷게 되지는 않습니다. 살아가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곤란한 일을 겪기도 합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면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상황에 처한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왜 나에게만 이런 어려움이 생기는지 원망과 한탄을 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살아갈 의욕마저 잃고 생을 포기하고 싶은 극단적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제가 불자는 아니지만, 불교는 그런 보통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종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윤인석
“자비가 없으면 불법을 접하더라도 쉽게 배우지 못합니다. 진정 행복할 수도 없지요. 불법을 배우는 사람은 자비를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때 미운사람이 많고 삶에 장애가 많다면, 마음을 열고 모든 이웃들에게 감사와 축복을 보내야 합니다.”대승불교일불회(회장 현담 스님)가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 등 소외된 곳에 법보신문을 전하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대승불교일불회는 2016년 대원각(大圓覺)·돈오일문(頓悟一門)을 슬로건으로 서로의 향상일로(向上一路)를 돕고자 결성된 승려 모임이다. 대승불교일불회에 소속된 스님
“오늘날 대부분 사회복지시설은 매우 현대적이고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설이 좋다 하더라도 찾아오는 인원이 없으면 활성화되기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불교계 복지시설은 이런 점이 다른 종교계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불교사회복지가 발전하기 위해선 더 많은 투자와 홍보가 이뤄져야합니다. 법보신문은 불교계가 운영하는 다양한 복지시설과 다문화가족센터의 소식들을 전해옵니다. 법보시 실천은 곧 불교 사회복지의 발전입니다.”김주면(27)씨는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이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대한불교일붕선교종 경기남부 교구원장인 용인 삼성사 주지 지안 스님은 1992년 화성 지장암에서 수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6살 나이로 용주사 종무소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며 맺은 불교와의 인연이 출가로까지 이어졌으니 전생의 숙연이 있었음이다. 또한 13년 동안 매일 2시간씩 새벽기도를 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화시킨 결과이기도 했다. 고뇌와 집착, 욕심의 결과는 고통임을 절감한 스님은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삶을 살고자 축발득도했다. 법보시에 동참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부처님의 가르침 속에는 맑고 밝게 살
안녕하십니까.저는 철없던 시절 잘못된 생각과 어리석은 행동으로 저지른 행동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청송 제1교도소에서 17년을 넘게 반성하고 있는 ○○○○번 ○○○입니다. 모든 것이 다 저 스스로 저지른 제 잘못이기에 제가 감수해야 할 업보이고 죄과이지만 너무나 힘들고 지치고 견디어내기 힘든 삶이었고, 또 기약할 수 없는 앞으로의 삶이 너무나 두려운 것이 사실이고 현실입니다.그런 힘든 시기에 우연히 보게 된 법보신문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느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누군가 보고 버린 법보신문을 주워서 보다가 이렇게 신문
“재소자 개개인에게 불성의 씨앗이 심어져 있습니다. 오랜시간 공을 들여야 열매를 맺지, 물도 주지 않고 알아서 잘 자라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에요. 이 싹을 틔우기 위해선 사부대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법문, 부처님 가르침 등을 끊임없이 알려주고 이끌어줘야 해요. 상주하며 법을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대신해 물을 뿌려줄 수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한 부의 신문입니다. 교계 소식부터 법문, 다양한 연재까지 실려있어 재소자들이 읽고 또 읽으며 신심을 키워가기에 안성맞춤이죠.”어윤
“한 남자가 들판을 지나가는데 성난 코끼리가 갑자기 달려들어. 무서우니까 도망을 쳤지. 우물이 보이고 칡넝쿨이 있네. 잡고 내려갔어. 숨 돌리려는 찰나 아래를 보니 독사가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자신을 보고 있어. 설상가상 검은 쥐와 흰 쥐가 나타나 넝쿨을 갉아먹고 있네. 어째쓰까. 그 순간 위에서 꿀이 떨어졌네. 달달헌게 입에 닿으니까 지 처지를 잊었으야.”김경태 포교사(정안)의 구수하고 친근한 사투리에 실감나는 연기가 더해지자 고룡정보산업고등학교(전 광주소년원) 불교반 학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일요일 오전인 탓에 학생들
서울 국제 불교 박람회에 다녀왔다. 개막식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과 차드 맹 탄 구글 명상지도자와의 대담이 있었다. 먼저 차드 맹 탄의 강의가 20분 정도 진행됐다. 차드 맹 탄은 자신이 어떻게 구글에서 명상 지도를 하게 되었고 현재 명상지도자로서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공유했다. 행사 전 대기실에서 잠시 차드 맹 탄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사람이 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는 매우 부드럽고 친절하며 겸손했다. 대화 중에는 위트와 함께 늘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강의하는 현장에
어릴 적 나는 조용하고 말 없는 아이였다. 잘하는 것이 없고, 잘 해야 하는 것도 못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가족의 잦은 이사로 여러 초등학교를 다녔고, 주변에 친구가 적어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 찌그러진 사이다 병뚜껑을 봤다. 동시에 ‘저 병뚜껑은 왜 이름이 병뚜껑인 걸까' ‘누구의 생각으로 꼭 저렇게 생겨야만 하는 걸까' ‘그럼 난 왜 신상욱인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신상욱’이라는 이름을 가졌기에 이렇게 무능력한 건지, 그래서 이렇게 못나게 생긴건지, 왜 나는 이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건지,
제가 본사 소임을 보면서 고운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템플스테이에 참가하신 분들과 아침에 차담을 하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받는데, 3∼4개월 전 서울에서 오신 60대 후반 부부가 “스님, 종교가 뭐예요”라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자신들은 교회에 다니다가 지금은 안 간다면서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지역에 있는 사람, 작은 벌레들 또 지옥에 있는 중생들, 축생들, 천상의 신 등 모든 존재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종교”라고 하면서
현대인에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화’가 많다는 것이다. ‘화(anger)’라는 에너지는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잘 다루지 않으면 큰 문제를 일으킨다. 잘 돌보고 다스리며 치유해야 할 우리 마음의 약한 고리이다. 화는 표출해도 문제이고 억압해도 문제이다. 그러면 이 화를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 현대인이 풀어야 할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이 ‘화’라는 이슈이다. 자애 선정인 자심해탈(慈心解脫, Mettā-cetovimutti)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자애를 일으켜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① 꼴리아족과의 물싸움부왕의 병환이 깊다는 전갈에걱정을 하며 가비라성을 향하신 부처님. 동생 난타와 라후라를 앞뒤에 세우고, 사촌동생 아난 뒤에는 석가족 일행. 가뭄이 심한 때라, 가뭄 걱정까지 해가며 가비라에 이르니. 가뭄에 로히니강은 강물이 잦아져 있고, 강 이쪽 석가족과 강 저쪽 꼴리아족이 자기 논밭에 많은 물을 끌어들이려다가 편싸움이 된 것, 두 부족이 친척인데도. 강 이쪽 저쪽에서 두 개 부족이몽둥이를 들고 서로 고함을 치고 있는데, “왜 이러시오! 이러다가 사람이 다쳐요.” 부처님의 힘 있는 한 마디에 고함이 뚝. 부처님
행운이 내게 오기를 바라지 않고 살았다만약 행운이 안기면 졸도하고 말 거다나비가 내 집에 들어왔다꽃을 마다하고 나를 찾아오다니반갑기는 하나 줄 것이 없었다잠시 머물다 지친 몸으로떠나기에 나비 뒤를 따라그가 가는 숲속을 따라갔다불행하게도 나비는 거미줄에걸려버리고 말았다생이란 언젠간 몸을 바쳐야 하지만차마 참상을 볼 수 없어 돌아서고 말았다저것이 어찌 나비만의 일인가나도 평생 그물망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고사각(四角)의 방에 갇혀 사느니(‘시와 소금’ 38호, 2021년 여름호)행운이 저절로 오기를 바라지 말고 살자. 시인은 그렇게 살
미륵의 후예들이 우리에게 애써 가르쳐주려 했던 비밀스런 의미들 중에 가장 앞자리에 놓일 테지만, 우리가 정말 별것 아닌 듯이 생각하는 것이 있다. 철학에서는 그것 자체를 하나의 신비한 일로 여김에도,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이기에 우리 눈앞에 그 신비의 베일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뜨겁지 않은 불’이라는 아리송한 제목으로 잠들어 있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해 보았다. 또 ‘그것이 뭘까’하는 의문이 조금 더 길게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에 잠시 뜸을 들인 후에 그것의 정체를 밝히겠다. 아마도 몇 개의 문장을 읽는 것만으
① 마조의 출가= 마조(709~788)는 고향 마을에 위치한 사천성(四川省) 시방현 나한사에 출가했다. ‘송고승전’ ‘마조장’에 의하면, 마조는 사천성 자주(資州) 당화상(唐和尙)에게 머리를 깎고, 유주의 원율사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여기서 당화상은 처적(處寂)을 말하는데, 신라인 무상대사가 법을 받은 스승과 동일한 인물이다. 마조는 구족계를 받은 후 사천성 익주 장송산·호북성 형주 명월산 등지에서 산거(山居) 수행하였다. 이렇게 수행하다가 호남성(湖南省) 남악산(南嶽山)으로 건너간다. ‘남악’은 중국에서 명명하는 오악산(五嶽山)
수보리 약유선남자선여인 이항하사등신명보시 약부유인 어차경중 내지수지사구게등 위타인설(須菩提 若有善男子善女人 以恒河沙等身命布施 若復有人 於此經中 乃至受持四句偈等 爲他人說) 기복심다(其福甚多) “수보리야! 만약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항하수 모래와 같이 많은 목숨을 보시하였더라도,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 가운데 사구게 만이라도 받아 지녀 남을 위해 말해준다면, 목숨을 살려주는 복보다 더 큰 복이라 할 것이다.”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금강반야바라밀과 여래(如來)는 법신처(法身處) 즉, 법(法)의 몸이 있는 그곳을 이름한다. 그러나 법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