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순희(63·연심봉) 불자가 신문을 구독한 지 2년 만에 다시 신문사로 연락해 왔다. 친구에게 신문 한 부를 보내달라는 말이었다. 법보신문을 읽다 보니 오랜 친구 한 명이 생각이 났다고. 그런 그는 법보신문 구독계기가 2021년 3월 수좌 정만 스님의 권유였다고 전했다.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요. 정만 스님에게 절에 가고 싶어도 가질 못한다고 아쉬운 소릴 했더니 법보신문을 권하셨어요. 부처님 법문 삼아 보라고요.”탁 불자는 얼마 뒤 정만 스님 말이 맞다는 것을 느꼈다. 법보신문만 제대로 읽어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지겠구나 싶었다.
‘호서(湖西)의 금강산(金剛山)’이라 불리는 덕숭산의 우거진 녹음 사이사이로 날아든 꽃향기가 절의 뜨락에 내려앉는다. 산사가 내어 준 숲속의 오솔길 어디를 걸어도 싱그러움과 달콤함을 만끽할 수 있는 화창한 봄이다. 산사의 정취에 한참을 취한 후 지난 3월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로 임명받은 도신(道信) 스님을 청련당에서 친견했다. 원인 모를 이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살길을 찾아 자식 곁을 떠났다. 그때 세 명의 여동생 금자, 마리아, 금순은 해외로 입양됐고 8살의 아들은 비구니스님을 따라 덕숭산으로 들어섰다.(1969) 큰
얼마 전 동국대 병원에 정기검진을 위해 방문하였다.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 진료 전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시는 분들 사이로 무엇인가가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하며 다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로봇이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분명 청소하시는 분들이 쓸고 계셨는데 이젠 로봇이 대신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 이런 광경이 낯설지 않다. 집 거실과 방을 동그란 청소로봇이 치우고 다닌 시간은 이미 꽤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의 청소를 대신하고, 식당의 서빙을 대신하는 로봇에게 기회를 잃어버린 누군가의 삶에는 어떤
부처님이 좋아 지금까지 열심히 법에 의지해 살아왔다. 나로 인해 용기를 갖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발원하고 있다.신심 깊은 불자였던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절에 다니는 것이 익숙했다. 아이의 시선으로는 초파일에 등을 달러 가거나 기도하기 위해서만 절에 가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어떤 교리를 가르치는지, 어떤 수행을 하는지 전혀 모른 채 소원을 빌러 다녔다.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 입시기도에 정성을 다하듯, 친정 어머니도 다섯 자식들을 위해 정성껏 기도를 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대학교 4학년 때
오늘은 ‘선 수행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서산대사는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고, 율은 부처님의 행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은 다 부처님에게서 나온 것이니, 선‧교‧율 이 셋이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셋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선이라고 해서 교 밖에 따로 교리와 어긋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때에 따라서 방편으로 언어와 문자를 부정하기도 하는 것뿐입니다. 여기서 그 부정이라는 것은 언어와 문자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많은 분들이 도를 통하면 죽음을 초월할 수 있을까 하
4범주(4무량심)명상에서 세 번째 명상법은 수희(隨喜) 명상이다. ‘수희’는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인데 빨리어로는 ‘무디따(muditā)’라고 한다. ‘무디따(muditā)’는 기쁨, 희열, 만족, 인정 많음, 친절, 동정, 이타적인 기쁨, 남의 기쁨을 기뻐함 등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이런 마음을 계발하는 명상이 바로 수희명상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기경전과 ‘청정도론’에 기반한 수희명상을 다뤄보고자 한다. ‘라훌라교계경(M62)’에서 붓다는 “라훌라여, 더불어 기뻐함(수희)의 수행을 닦아라. 더불어 기뻐함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무상의 대표적인 선사상은 인성염불과 3구(三句)설법이다. ‘역대법보기’에 전하는 내용을 보기로 하자. “무상대사는 매년 12월과 정월달에 사부대중 백천만인에게 계를 주었다. 그는 엄숙하게 도량을 시설하고 스스로 단상에 올라가 설법하였다. (제자들에게) 먼저 소리를 내어 염불하도록 하고(引聲念佛), 마음을 다하여 집중해 소리가 가늘어지면서 끊어지려는 무렵,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억(無憶) 무념(無念) 막망(莫妄)하라.’”이는 인성염불을 말한다. 무상대사는 염불행자·정토행자는 아니다. 다만 삼매[=선정]에 쉽게 들기 위한 방편으로 염
지금까지 의상이 당에 유학하여 종남산 지상사에 머무는 10여년 동안 화엄종 뿐만 아니라 지론종·계율종·삼계교 등 수·당대 여러 종파의 승려들과도 교류하면서 영향을 받았음을 추정하여 보았다. 본고에서 이러한 사실들에 지나치리만큼 많은 분량의 지면을 할애한 것은 그 동안 화엄종 지엄의 영향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불교사학계에서의 편협한 이해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였다. 그런데 불교사학계 일각에서는 의상이 지론종·계율종·삼계교 등의 불교를 접하게 된 것은 당에 유학하기 이전에 이미 국내에서 수업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
“우리 이혼합시다.”남편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뒤늦게나마 출가자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아내의 결심이 꺾이지 않을 것임을 잘 알았다. 그동안 갈 곳을 잃은 고아들과 혼자서 어렵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데 매진해온 아내. 지역 효부상을 여러 차례 받을 정도로 가정에도 지극정성이었던 아내가 이젠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마음공부도 병행하겠단다. 서류상으로 남이 되지만 서로의 앞길을 응원하는 도반이 되기로 했다. 김순식(다온) 청주 정심원장(66)은 “매일같이 고아원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하고, 주말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독거어르신들을
절에 다니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절에 다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현재 한국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것은 수행 정진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깨우침을 얻어야 남을 도울 수 있지 않겠냐며 수행을 강조하고 선방에서 정진하거나 경전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불교인의 덕목은 무엇일까요? 희생·양보·보시·이타행·보살행·자비행 등일 것입니다. 수행 정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행도 제대로 하면 자비행과 보살행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의 출가자와 재가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
계묘년 윤 2월을 맞이해서 통도사에서는 생전예수재와 가사불사를 정성스럽게 모시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불교 의식에 대해 잘 모를 때만 해도 의식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차 사찰에서 하는 의식 하나하나에 근거가 있고, 반드시 부처님께서 적극적으로 권하셨고, 여러 전적을 통해서 검증되고, 또 그 법회들을 통해서 우리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가사(袈裟)를 ‘복전의(福田衣)’라고 합니다. 우리가 가사 불사에 동참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가. 다시 말해 가사가 어떤 역할
‘청정도론’ 9장에서는 ‘연민(憐憫)’을 이렇게 정의한다.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때, 선한 사람의 가슴이 동요하기 때문에 ‘연민(Karuṇā)’이라고 한다. 혹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제거하고 죽이며 분쇄하기 때문에 연민”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연민은 중생에게 일어난 고통을 완화하려는 형태로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자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역할을 한다. 해코지 않음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고통에 압도된 자들에 대해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를 보는 것이 (연민의) 가까운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절박한 고통에
어차피 나는더 나은 일을 알지 못하므로강물이 내게 어떤 일을 하도록 내버려둔다아무런 기대도 없이강물이 내게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한 번도 서러워하지 않은 채강물이 하는 일을 지켜본다나는 오직 강물에만 집중하고강물에만 눈물이 난다저 천년의 행진이 서럽지 않은 건한 번도 되돌아간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도시를 지나온 강물에게내력을 묻지 않는다모두 이미 섞인 것들이고이미 지나쳐버린 것들이고강변에선묻지 않는 것만이 미덕이니까강물 앞에서 나는 기억일 뿐이다부정확한 시계공이 가끔 있었고뜻하지 않은 재회가 있기도 하지만강물의 행진은이유를 묻지
①부처님 시자 아난부처님의 첫 시자는 아야교진여였지. 교진여는 녹야원 5비구의 한 사람. 그러다가 제자들이 아난을 시자로 권한 것.“부처님 시자로는 아난이 적격입니다. 외양·태도·총기·근기·말솜씨까지죠.” 부처님이 인정을 하시자, 아난이 조건을.- 부처님, 보시 받으신 법복을 저에게도- 부처님 발우의 고양을 저에게도. - 부처님 초대에는 언제나 같이. - 의심나는 것은 언제나 여쭐 수 있게.“그렇게 하지. 그렇게 하마.”부처님은 흔쾌히 허락을 하셨지. 이렇게 하여 아난이 존자로 받들려지고다문제일의 부처님 제자가 된 것. 불제자, 신
나는 이전의 글에서 ‘집착을 부르는 가짜 말[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러고 나니 뭔가 중요한 것을 빠뜨린 느낌이 든다. 우리는 기껏해야 깊은 한숨이나 신음 혹은 고함 등과 같은 원초적인 소리 말고는 자신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고유한 목소리를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긴 해도 불교도라면 오직 부처님만은 예외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석가모니라는 한 사람의 음성에 의해 일으켜진 반향이 2000여년 넘게 이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사의하지 않은가. 그래서 저 거룩한 음성의 영감 속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도 생겨난
6조 혜능(638∼713)이 출가할 마음을 먹고, 5조 홍인을 찾아갔다. 홍인이 먼저 묻는다. ‘그대는 왜 나를 찾아왔는가?’ 혜능은 자신의 고향을 밝히며, 이렇게 말한다. “저는 영남 사람인데, 출가해 오직 부처가 되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네 고향 영남(현 廣東省)은 예전부터 오랑캐 땅인데, 자네 같은 오랑캐가 어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사람에게는 비록 남북이 있을지언정 불성에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 선사님과 제가 똑같이 불성을 구족한 사람인데, 어찌 불성에 차별이 있겠습니까?”혜능을 ‘오랑캐’라고 단언하는
이시 수보리 문설시경 심해의취 체루비읍 이백불언 희유 세존 불설 여시심심경전(爾時 須菩提 聞說是經 深解義趣 涕淚悲泣 而白佛言. 希有 世尊. 佛說 如是甚深經典) 아종석래 소득혜안 미증득문 여시지경(我從昔來 所得慧眼 未曾得聞 如是之經) 이때에 수보리가 이 경에 대한 말씀을 듣고 그 깊은 뜻을 잘 이해하고 흐느껴 울면서, 부처님께 사뢰옵기를,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렇게 심히 깊은 경전을 설하시는데 제가 예로부터 쫓아오면서 얻은 지혜의 눈으로는 일찍이 이와 같은 경을 얻어 듣지 못하였습니다.”부처님께서 ‘금강경’을 설하
불교계 대표 국제구호협력기구 더프라미스(The Promise). 한국에서는 96번째로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유엔과 협력하고 유엔 사업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특별 협의적 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 자격을 부여받았다. 이 지위를 받았다는 건 비정부기구(NGO)로서의 공신력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재난 있는 곳에 더프라미스가 있다’는 말이 회자 될 정도로 더프라미스는 해외 봉사와 긴급구호 활동에 진력해 왔다. 2008년 미국 NGO 마칙(MACHIK)과 협력해 중
“불자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부처님 법을 만나 공부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행복함에 물들어 얼굴에는 미소 가득, 마음에는 평안이 가득하면 좋겠다. 행복한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법이다. 거창한 포교가 아니라도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그곳에서 행복한 마음을 일으킨다면 저절로 포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나는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해졌고 내 행복의 여정을 쉽고 친근하게 전하기 위해서 ‘지금 여기 감사 일기’ 책을 만들고 강연하기 시작했다. 책을 출간하고 여러 인연이 연결되고
매일 108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생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합장하며 1배를 할 때 내려가고 올라오는 과정 속에서 그동안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5살 시절 살던 동네의 모습부터 대학교 친구와 웃으며 먹던 음식들까지. 내가 원해서 생각한 것들과 원하지 않았던 생각들. 왜 이렇게나 많은 생각들이 찾아들어 오는지 알 수 없었다.내가 이 몸의 주인인지, 몸이 나를 지배하는 주인인지 의심이 들었다. 사실 몸은 잘못이 없다. 언제든, 어떤 장소든, 어느 상황에서든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스스로 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