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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승가 도약할 때…시기 놓치지 않은 회장 되고 싶다”

  • 교계
  • 입력 2019.09.15 15:35
  • 수정 2019.09.15 20:38
  • 호수 1504
  • 댓글 11

[전국비구니회장 후보에게 듣는다]
인터뷰 - 기호 2번 본각 스님

전국비구니회 12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법보신문에서는 회장 후보로 출마한 기호1번 육문 스님과 기호 2번 본각 스님의 소신과 공약을 전달, 6000여 비구니스님들의 소중한 투표권 행사에 도움이 되도록 후보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보등록 후 양 후보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육문 스님 측으로부터는 취재 마감 시한까지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회신이 없어 인터뷰가 이뤄지지 않았다. 본각 스님과의 인터뷰는 고양시 금륜사에서 진행됐으며 공통질문 7개와 공약 관련 개별 질문 4개로 이뤄졌다. -편집자 주

전국비구니회(이하 비구니회) 12대 회장 후보 기호 2번 본각 스님은 이번 선거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주춧돌 마련의 기회”라고 정의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비구니스님들의 역할을 고민하고 전국비구니회가 그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도약의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본각 스님과의 일문일답.

▶ 이번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지난해 봄부터 주변으로부터 차기 회장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쉽게 결심할 수 없었다. 금륜사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여력이 될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현 회장 육문 스님을 재추대하겠으니 이름을 올려 달라는 권유를 받으면서 새롭게 고민하게 됐다. 육문 스님께서도 많은 애를 쓰셨지만 지금 비구니회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재추대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때부터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대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요청에 부응하지도 않는다면 먼 훗날 내가 소심하고, 내 한 몸을 사리며 사느라 비구니승가의 일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본각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에는 무심하지만 시대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한다.”

[본 영상은 불영TV에서 촬영, 제공합니다. 바로가기http://bytv.kr/]

▶ 비구니회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지금의 비구니회가 안정돼 있다는 평가에는 동의한다. 안정과 화합을 지속해야 한다는 말씀도 있지만 서로 노력하면 안정과 화합은 언제나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안정과 화합을 위해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준비의 때를 놓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비구니승가의 모든 구성원들은 높은 수행과 학문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유능한 인재들이 능력을 펼칠 기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비구니회가 제도를 만들어서 서로 소통하고 현장을 확인하며 유능한 인재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 급하다. 소통하고 공유하지 않으면 한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몇몇에 의해 비구니회가 운영되는 것을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 비구니회 회장 선거에 대한 부담감과 제도의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비구니승가의 정서는 추대를 거룩하게 생각한다. 모두의 공의를 모은 추대는 매우 거룩한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추대 역시 몇몇에 의해 뒷방에서 이뤄져서는 안된다. 제도를 만들어서 그 절차에 따라 공의를 담아 추대해야 명예로운 추대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추대라는 미명으로 잘못 흘러간다면 불협화음의 씨앗이 될 뿐이다. 선거든 추대든 모두 비구니회에서 제도를 잘 만들어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선거 제도 뿐이다. 나 역시 비구니회 부회장으로 있었지만 비구니회의 선거제도가 이렇게 부족한 것에 대해 나 역시 책임이 있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지금 비구니회에는 선거를 관리할 제도나 기구가 없다. 그러니 현 회장스님에게 선거 관련 서류를 내야 하고 모든 선거를 회장스님이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렇고 저렇고를 말할 필요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종단의 경우도 총무원장스님이 재임을 위한 선거에 나설 경우 직무정지를 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제도조차 없고 후보등록 기간을 보름이나 두어서 등록 기간이 끝날 때까지 유권자스님들에게 공약을 알릴 수도 없었다. 심지어 유권자스님들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채로 귀한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이런 잘못되고 공정하지 못한 제도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승가가 화합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여법하고 청정해야 한다. 제도가 없어서 불공정한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화합하기 이해서라도 제도를 개선할 생각이다.”

[본 영상은 불영TV에서 촬영, 제공합니다. 바로가기http://bytv.kr/]

▶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장점은 많은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3살에 절에 와서 은사스님 밑에서, 또 석남사·운문사에서 공부를 했고 세상 공부를 한다며 재가인의 모습으로 고등학교, 대학교도 다녔다. 졸업 후 76년에 재출가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은사스님께서는 다 지켜보셨다. 열악한 60년대에 나 하나를 가르쳐 보겠다고 정말 애쓰신 은사스님이셨다. 일부에서는 재가자 모습으로 학교 다닌 부분을 지적하신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나는 마을에 집이 없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도 단 한 번 은사스님의 절을 떠난 적이 없었다. 일본 유학을 가서는 공부하면서 돈이 떨어진채 꼬박 두 달을 지낸적도 있었다. 그때 세상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출재가를 막론하고 돈이 없으면 얼마나 힘든지를 체감했다. 재가불자 뿐 아니라 스님들도 빈부차가 심한 시대다. 전국비구니회를 통한 복지를 강조하는 이유는 개인으로 도와드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른스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스님들도 공부를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상대의 고충을 헤아리고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큰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단점은 원칙만 주장한다는 점, 고집이 세다는 지적을 예전부터 듣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많이 바뀐 것 같다. 승가대교수로 있을 때 체육대회 날 스님들이 운동장에 유행가요를 틀어놓은 적이 있었다. 승가대 주변에 아파트가 많은데 스님들 학교에서 유행가요가 들리는 게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발 그 유행가 좀 틀지 말라’고 30분을 말린 적이 있다. 스님들이 지금도 그 말씀을 하시길래 웃었는데 스님의 행동이 일반인의 행동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 스님들이 옛날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내가 좀 융통성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 당선된다면 훗날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영국의 수상 대처 여사가 연임에 성공한 후 ‘어떤 수상으로 남고 싶냐’를 묻는 기자에게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영국국민에게 존경받는 수상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잔재주를 부리기도 하는데 대처 수상의 말씀이 참 멋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미래를 잘 준비한 회장으로 남고 싶다. ‘그때 본각 스님이 회장직을 맡아서 참으로 뜻있는 일이 이뤄졌고, 한국 비구니승가의 미래를 준비해줬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인기 있는 회장보다는 비구니승가의 존경을 받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 때를 놓쳐 뒤처지는 일이 불교계에는 너무 많다.”

▶ 일상에서 지표로 삼고 있는 경구나 가르침이 있다면.
“석남사, 운문사에서 공부할 때 인홍 노스님으로부터 여러 가르침을 받았다. 노스님께서는 ‘복 감하는 짓 하지 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우리가 복을 지어도 부족한데 복을 감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셨다. ‘중생의 삶이 괴로운 것은 원망이 가득하기 때문이므로 원수를 만들지 말라’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또 경전에서는 ‘신심이 없으면 죽은 시체와 같아서 바다같이 넓은 부처님 가르침 안에 머물지 못하는데, 마치 뿌리가 끊어진 해초가 파도에 떠돌다가 바닷가로 밀려나는 것과 같다’는 말씀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온 이 말씀과 가르침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또 ‘화엄경’에는 ‘불시어시’라는 가르침이 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제도해야 할 때 반드시 나타나시므로 그때를 놓치지 않으신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으신다. ‘화엄경’을 전공하며 30여년 간 ‘화엄경’을 보고 있지만 볼 때마다 감동하고 마음에 새기는 구절이다.”

[본 영상은 불영TV에서 촬영, 제공합니다. 바로가기http://bytv.kr/]

▶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비구니승가가 한국불교의 마지막 보루라는 말씀을 많이 듣는다. 그 말씀이 그리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그만큼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신 것이며 그만큼 비구니승가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비구니승가가 사회로부터 존경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행자가 지켜야 할 것을 바르게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다시 한번 제자리를 잡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또 기도 못지않게 재가자와 함께 수행하는 풍토를 이끌어가야 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앞장서서 이끌어 가야 할 일이다.”

▶ 의료·연금·장학복지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제시했다. 재원마련 계획은 무엇인가.
“돈 없이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다행히 어른 스님들이 법룡사 불사를 해놓으셨기 때문에 법룡사를 100% 활용할 생각이다. 젊고 유능한 비구니스님들이 이끄는 다양한 법회를 통해 법룡사를 활성화 시켜서 비구니스님 외호에 불자님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이끌 생각이다. 또 현대사회는 국가의 복지지원이 다양하다. 이런 제도를 스님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릴 것이다. 특히 동국대 병원과 같이 스님들이 활용할 수 있는 병의원 시설들과도 업무협약을 맺어 비구니스님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며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비구니회가 활동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스님들을 만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스님들이 많다는 점을 느겼다. 약간의 현금이나 개인재산이 있어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스님들이다. 이런 분들이 각자의 능력만큼 비용을 부담해서 노후를 의탁하신다면 동대병원이나 전국의 요양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비구니회가 적극 나설 계획이다.”

▶ 비구니인재 육성을 위해 종무행정 교육 신설을 제시한 배경과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국가는 국민을, 종단을 종도들을 돕기 위해 많은 제도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그에 맞는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비구니스님들은 그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제도에 대한 이해, 신청방법, 서류작성방법 등을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다. 현장에 계신 분들이나 전문가들을 초청해 비구니회관에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금은 공문서에 대한 이해와 작성방법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다. 또 스님들의 어학연수나 유학에 대한 종단위 지원 제도도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비구니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면 더 많은 인재들에게 길이 열릴 것이다.”

▶ 비구니회관 운영에 있어 공개, 투명성, 개방, 소통이라는 과제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비구니회관은 지방에서 올라오신 스님들이 언제든 내 집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또 비구니회관 운영에 있어서도 누가 언제 와서 장부를 열어봐도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가 비구니회관 운영에 관심을 갖을 수 있다. 집행부 회의 때 뿐 아니라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모든 의제가 공개되고 공유되는 구조 속에서 논의되는 풍토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 사회문제에 대한 능동적 대처, 시대를 선도하는 비구니회를 제기한 이유는.
“불교가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사회가 정의로움을 위해 고민할 때 승가는 바른말을 하고 올바른 판단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못하다 보니 불교 내부의 문제에 대해 사회가 비판할 때 적절히 막아내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불교가 손가락질받는 일을 겪기도 했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때 불교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자긍심을 갖추지 못한다면 출가한 이들조차 마음을 잡지 못할 것이고 출가자는 더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가치관과 눈높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비구니승가 뿐 아니라 불교계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종단의 위상을 높이고 능동적으로 종단을 외호하기 위해서라도 비구니승가가 더욱 눈높이를 높여야 할 때다. 전통을 이어온 어른스님들이 그 전통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받들고, 젊은 스님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비구니승가는 안정 속에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그 가교가 되는 것이 비구니회의 역할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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