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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손 내민 종단 덕에 출가자 위의 지켜”

2. 승려복지회에 도움 받은 스님들

관절 수술 받은 원소 스님, 감사함에 지원금 일부 승려복지 후원
복지혜택 계기로 종단 사업들 더 깊이 이해…"종단 신뢰도 커져”
뇌출혈 A스님, 2018년 이어 올해도 지원 받아 "종단·불자에 감사”

관절 수술 전 법당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들었던 원소 스님은 승려복지회 지원으로 다시 참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관절 수술 전 법당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들었던 원소 스님은 승려복지회 지원으로 다시 참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며칠 앞둔 올해 5월 초, 조계종 승려복지회에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해 12월 무릎 수술을 받고 승려복지회(회장 금곡 스님)로부터 병원비 지원을 받은 원소 스님(서울 삼정사 주지)이다. 이날 스님이 꺼내놓은 봉투 안에는 100만원이 들어있었다. 종단의 승려복지 지원에 감사를 표한 원소 스님은 “종단 지원 덕분에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스님들에게 승려복지 혜택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금 일부를 후원금으로 내게 됐다”고 말했다.

원소 스님은 지난해 12월28일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재활까지 44일을 꼬박 병원에서 지냈다. 수술비와 재활치료비가 상당했다. 고민 끝에 올해 3월 승려복지회의 문을 두드렸다.

원소 스님은 40대 때부터 무릎 관절 통증을 앓아왔다. 스님은 일흔이 넘도록 수행을 잘해서 생긴 통증이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틈틈이 관절염 치료만 받아왔지만 3년 전부터 무릎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정밀검진 결과 양쪽 무릎 관절이 다 닳아 얼마 남지 않았고, 이미 뼈까지 닳아 으스러진 상태였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스님은 차일피일 수술을 미뤘다. 지난해 겨울, 관절 통증이 허리까지 올라왔다. 지팡이를 짚고 근근이 버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다리가 휘기 시작했고, 출가 이후 빠지지 않았던 좌선은 고사하고 법당 계단을 오르는 일도 쉽지 않았다. 

“대웅전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어지자 부처님 예불도 못 모시는 출가승이 어디 있나 싶은 절망감이 들더군요.”

수술대에 누워 마취가 될 때까지 능엄주를 외웠다. 능엄주 독송은 스님이 어려움을 겪는 신도들을 만날 때마다 권하던 수행이었다. 시방세계 부처님께 건강을 되찾으면 원 없이 수행하고 일심으로 포교하겠다고 발원했다.

무릎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23일간 병원에서 생활한 뒤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예전에 들어뒀던 보험으로 다행히 병원비 일부를 처리할 수 있었지만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다보니 재정적으로 버거웠다. 

그때 성북구사암연합회와 중앙승가대 도반들이 승려복지회에 문의해보라고 조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승려복지회를 찾은 게 지난 3월이다. 종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고, 한 달 뒤 승려복지회에서 스님이 병원비로 지출한 금액의 일부가 입금됐다. 

“큰 기대 없이 신청했는데 종단으로부터 이런 혜택을 받는다는 게 꿈만 같았어요. 살아가면서 종단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꼭 다시 갚겠다는 원력을 세웠지요.”

스님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승려복지회에 낸 후원금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스님은 승려복지회가 승가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재가불자들에게는 자신의 승보공양이 스님들의 수행과 포교 에 쓰여진다는 자부심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앞으로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 납부 외에도 1년에 한 번씩은 꼭 후원금을 내야겠다는 원력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3월, 원소 스님은 쌍계사 방장 고산 스님 분향소에서 수술 후 처음으로 삼배를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고통 없는 삼배였다.

“수술이 성공했구나, 부처님 가피를 받았구나라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종단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승려복지회 제도 덕분에 종단 사업들을 더 이해하게 됐다는 원소 스님은 “승려복지회가 종단 스님들의 노후와 병고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 데 큰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거듭 표했다. 

경북의 한 토굴에서 정진하던 A스님도 갑작스런 뇌출혈로 큰 수술을 받으면서 승려복지회로부터 진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A스님은 2017년 여름, 토굴에서 정진 중 반신 마비로 쓰러졌다. 다행히 곁에 있던 은사스님의 도움으로 신속히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 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2개월 간 재활치료를 받았다. 재활 중 각종 부작용으로 여러 차례 위기가 닥쳤지만 은사스님의 정성으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막대한 병원비와 재활에 따른 부대비용은 A스님에게 또다른 시련이었다.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자니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됐고, 통원치료를 받으려 해도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었다. 스님은 결국 속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A스님을 옆에서 지켜보던 은사스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때 경주 한 사찰에서 알게 된 승려복지회가 떠올랐다. 이후 일이 일사천리 진행됐다.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스님은 승려복지회로부터 입원치료비 일부인 200여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스님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꾸준한 재활치료와 적극적인 노력, 지극정성인 은사스님 덕분에 스님 몸 상태는 크게 호전됐다. 어눌했던 말투도 하루하루 자연스러워졌고 혼자 포행도 할 수 있는 정도로 회복됐다. 그러나 올해 4월초, 스님은 허리통증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진단결과 요추간판탈출증이었다. 다시 수술을 받았고 재활치료가 필요했지만 스님은 이전에 경험했던 재활비에 대한 부담으로 수술 직후 토굴로 돌아왔다.

현재 스님은 담당의가 작성해준 스케줄에 따라 토굴에서 스스로 재활운동 중이다. 이번에도 은사스님이 곁에서 스님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고 있다. 승려복지회는 2018년에 이어 올해도 A스님에게 입원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어려운 고비를 연달아 겪었지만 그때마다 승려복지회의 지원을 받게 된 A스님은 “승려복지회의 도움은 조계종 출가승으로서 뿌듯함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속가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아픈 몸을 치료 받을 수 있게 돼 종단과 불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렇지만 사부대중을 위한 요양병원이나 시설의 부족함에는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갑작스런 응급 수술로 인해 타종교가 운영하는 병원을 이용하게 되면서 종교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불편함이야 스님뿐 아니라 재가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승려복지회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역할이 확장돼 불교계에도 각종 복지시설이 설립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89호 / 2021년 6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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