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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에 신부 특사 보내고 해외순방 때마다 성당 방문

  • 집중취재
  • 입력 2022.01.19 10:36
  • 수정 2022.01.19 11:11
  • 호수 1617
  • 댓글 0

대통령 잇따른 친 가톨릭 행보

신부·수녀 불러 청와대서 축복식 진행
교황 만나서는 “알현했다”굴욕적 수사
대통령 종교 지나치게 부각해 갈등유발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해외순방 때마다 각국의 성당을 찾고, 신부 등을 만나 자신의 종교를 부각하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선교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해외순방 때마다 각국의 성당을 찾고, 신부 등을 만나 자신의 종교를 부각하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선교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홈페이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종교정책에 있어서는 차별과 불공정의 연속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특히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종교를 내세워 이웃종교를 무시하거나 홀대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친가톨릭 행보는 취임과 동시에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13일 홍제동 성당 주임신부와 수녀를 청와대로 불러 축복식을 진행, 이를 자신의 SNS에 게재해 언론에 공개되도록 했다. 축복식은 새 주거공간에 입주하면 하느님의 복을 기원하며 기도를 올리고, 주례사제가 집안 곳곳에 성수를 뿌리는 가톨릭의 전통 의식 가운데 하나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사적 공간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대표자의 공적 영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축복식을 진행한 것은 공직자로서 종교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친가톨릭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신부를 대통령 취임특사로 교황청에 파견하며 가톨릭 교황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 교황청을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역대 대통령이 재임기간 두 번이나 교황청을 찾은 것은 문 대통령이 유일했다.

문 대통령의 첫 교황청 방문은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가톨릭 교황의 만남에 대해 “문 대통령이 교황을 알현했다”고 말했다. ‘알현’은 과거 왕정시대 신하나 사신이 왕이나 황제를 만났을 때 사용하던 외교적 수사로, 대한민국을 대표한 대통령이 가톨릭  교황을 만나면서 ‘알현했다’고 표현한 것은 “외교굴욕” “신사대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문 대통령 내외가 바티칸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장면을 주요방송사가 생중계하면서 ‘종교편향’ 논란에도 휩싸였다. 다종교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 종교활동까지 방송에 노출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선교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은 “교황 방북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지난해 10월 다시 교황청을 찾았다. 이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비판이 나왔다. 한반도 평화문제는 남과 북이 주체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임에도 ‘가톨릭 교황’이라는 외세를 이용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스스로 낮추는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이었다. 특히 북한은 가톨릭 교세가 강하지 않을뿐더러 그동안 남북경색의 물꼬를 터온 불교계를 비롯한 민간단체의 교류는 봉쇄해 놓고 가톨릭 교황을 불러 한반도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은 마치 조선시대 중국 황제를 떠받들던 사대외교와 다름없다는 시각이었다. 더구나 이 같은 외교는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를 막아달라며 외국 군대를 동원하려 했던 황사영을 연상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황사영은 19세기 초 조선이 천주교도를 박해하자 중국에 있던 서양 신부에게 “외국 함대와 군인을 보내 조선왕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던 인물이다. 문 대통령과 황사영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더라도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외국 군대를 동원하려 했던 황사영이나 교황을 불러 남북문제를 풀어보겠다는 문 대통령이 ‘외세’를 동원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는 시각이었다.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마다 으레껏 성당을 찾는 것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과 영부인은 취임 이후 해외순방 때마다 성당을 찾는 일이 잦았다. 성당을 찾는 빈도가 많다 보니 언론에서 “문 대통령, 해외순방 마지막은 성당, 문 대통령 부부의 유난한 성당사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017년 11월 문 대통령과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동행한 영부인은 필리핀에서 문 대통령이 외교행사에 참석한 사이 마닐라 ‘산 아구스틴 성당’을 찾아 기도하는 모습을 공개했고, 2018년 6월 문 대통령 내외는 러시아를 국빈방문해 모스크바 구세주 성당을 방문했다. 또 그해 10월에는 로마 교황청을 찾아 바티칸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진행했으며, 11월에도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로 향하던 중 기착지인 체코 프라하에서 비투스 성당을 찾아 기도하는 장면을 언론에 노출했다.

2019~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순방이 크게 줄어 이렇다 할 일정이 없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찾은 워싱턴 한 호텔에서 그레고리 대주교와 만나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사회에서 가톨릭 신자 비율이 12~13%”라며 “지식인층이 특히 가톨릭 신앙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7%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가톨릭 신자 비율을 “12~13%”라고 말한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지식인층이 많다”는 발언은 한국사회에서 가톨릭이 지적이고 대한민국을 주도하는 종교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영국을 비롯한 오스트리아·스페인 등 순방에서 오스트리아 하일리켄크로이츠 수도원, 스페인 성가족성당 등을 잇따라 방문해 한국 가톨릭 역사를 소개하며 가톨릭을 추켜세웠다.

이렇듯 해외순방 때마다 성당이나 가톨릭 신부를 만나는 장면을 자주 노출한 문 대통령의 친가톨릭 행보는 국민들에게 큰 피로감을 줬다. 특히 다종교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종교를 포용해야 할 대통령이 자신의 종교를 지나치게 부각하면서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취재팀

[1617호 / 2022년 1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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