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계를 대표하는 학술단체장들은 “광주시의 가톨릭 성지순례길 사업은 남한산성과 천진암의 역사적 배경과 가치를 외면하고 가톨릭 순교성지로만 부각하는 것은 심각한 역사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고영섭 한국불교학회장은 “몇몇 신자가 순교했다고 이를 성지로 주장하는 것은 역사의 독점이자 불교사마저 빼앗아 가는 행태”라며 지자체의 편파 행정을 지적했다.
김방룡 보조사상연구원장도 “모든 시민의 입장을 고려해야할 지자체가 오히려 시민들 혈세로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선학회장 정도 스님은 “특정 종교와만 소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시민들을 위한 올바른 행정이 아니”라며 “순례길을 조성하더라도 반드시 다른 종교계 및 단체들과 협력해야하며 그래야 시정도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계의 배타적인 모습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성두 한국불교연구원장은 “근래 가톨릭계가 보여주는 모습은 다종교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며 “특정 종교만을 위한 순례길이 어떻게 모든 시민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임승택 불교학연구회장은 “가톨릭 신자가 불교 암자에 피신한 곳을 가톨릭 성지로 만든다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뼈저린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각사상연구원장 보광 스님은 “다양한 불교유산이 산재해 있었음에도 불교계가 이를 먼저 선점하지 못한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은 “천진암이 가톨릭 순교성지로 둔갑된 것은 불교계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교사를 스스로 외호하려면 유능한 전문가 발굴과 종교편향 대응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차차석 불교문예연구소장도 “종교간의 갈등을 막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 불교계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1617호 / 2022년 1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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