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천 선암사 등기소송’ 항소심 판결문 들여다보니

  • 교계
  • 입력 2022.07.12 13:48
  • 수정 2022.07.12 17:07
  • 호수 1641
  • 댓글 3

광주고법, 7월7일 “선암사 소유권 태고종에 있다” 판결
대법원 판결 상당 인용…“조계종 선암사 실체없다”각하
각하 결정으로 조계종 형식적 승소…대법원 상고 부담

광주고등법원이 7월7일 조계종과 태고종이 반세기 이상 갈등을 이어온 순천 선암사 소유권과 관련해 “태고종에 소유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과 관련해 태고종 측은 “사필귀정”이라며 반기고 있고, 조계종 측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조계종 측은 재판부가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는 실체가 없다”며 원고 측(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의 주장을 ‘각하’하면서 결과적으로 조계종으로서는 대법원 상고조차 어렵게 됨에 따라 향후 대응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법보신문은 광주고등법원 민사1-2부(재판장 이수영)의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 항소심 판결문을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선암사 차체험관 철거소송’판결을 상당 부분 인용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020년 12월24일 조계종 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차체험관 건물철거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선암사가 조계종 소속 사찰인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를 결정한 1·2심 판결을 뒤집고 이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전래 사찰인 선암사가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라 조계종과 종단소속 합의를 했는지 △선암사가 조계종 소속으로 등록된 것이 정당하게 임명된 대표자(주지)에 의한 것인지 △조계종이 지속적으로 임명한 주지들이 선암사의 인적·물적 조직을 관리·운영하면서 선암사의 대표로서 임무를 수행했는지 △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선암사 경내에서 불교의식을 행하는 등 종교 활동을 지속적으로 행해 왔는지 △조계종이 독자적인 신도들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심리해 조계종 선암사가 독립된 사찰의 실체를 갖추기 위한 모든 요소를 구비해 당사자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원심을 판단했어야 했다”며 “원심은 이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판단해 잘못된 판결”이라고 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조계종 선암사에 대한 실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대법원의 판단을 인용했다. 앞서 조계종 선암사 측은 “△1962년 통합종헌에 따라 대한불교조계종이 선암사를 조계종에 등록했고,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조계종 산하 사찰로 등록을 완료했으며 △1972년 윤선웅 스님(당시 조계종 선암사 주지)이 문화공보부장관으로부터 ‘선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이라는 내용의 사실증명원을 토대로 선암사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로 변경했다”며 소유권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어느 사찰이 특정 종단에 가입하거나 소속 종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찰 자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기본적인 전제가 돼야 하고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 등록 자체로 인해 사찰의 민사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변동을 가져오거나 사찰의 실체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하며 △사찰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등록 내용대로 종단과 종단 소속 관계를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볼 만한 사정이 다수 밝혀진 경우 사찰의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한 종단 소속관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인정해야 하고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에의 등록 내용만으로 그 사찰의 종단 소속관계를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전래 사찰 선암사는 일제강점기 사찰규약을 최초로 정해 주지 선출 및 임명을 해왔고 △1955년 10월 비구 측 승려 안광호가 자신이 주지라고 주장하며 선암사를 점거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대처 측 승려 이지우가 제기한 ‘주지확인 및 사찰명도 소송’에서 광주지법 순천지원과 광주고등법원, 대법원이 ‘안광호의 불법점유가 인정된다’고 판결했고 △1962년 3월 불교재건위원회 비상종회가 대한불교조계종 종헌을 통과시키고 종단 창건절차에 돌입했을 무렵 당시 선암사 주지 이지우를 포함한 재적승려 57명 및 신도들이 1962년 9월 ‘종단 창건절차의 진행을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를 했고 △1964년 5월 선암사 주지 이지우 및 재적승려 80명 전원은 ‘대처 측 종단에 귀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1970년 한국불교태고종이 창단되자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 명의로 종단등록을 했고 △1971년 9월 사찰 부동산을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사실이 인정되고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는 조계종으로 사찰 등록한 이후 현재까지 사찰부동산을 점유하지 못했고, 소속 신도도 없으며, 조계종에서 임명한 주지 및 소속 승려들이 선암사 경내에서 불교의식을 행하는 등 종교활동을 행해 왔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선암사는 대처 측과 비구 측의 분쟁 와중에서 통합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에 소속되는 것을 거부하다가 한국불교태고종이 창단되자 자율적으로 등록하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는 독립된 사찰의 실체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구비했다고 보기 어렵고, 사찰로서의 실체를 갖추지 못해 당사자 능력이 없다”며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의 조계종 선암사에 대한 소 제기는 부적합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 비용에 대해서도 “태고종 선암사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결국 조계종 선암사는 태고종 선암사의 소 제기가 ‘각하’되면서 형식적으로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972년 8월 문화공보부장관으로부터 ‘선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임을 증명한다’는 사실증명원을 토대로 대한불교조계종으로 등기를 완료한 당시 조계종 선암사 주지 윤선웅에게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선웅에 대해 “이 사건 부동산 등기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라고도 할 수 없다”며 ‘각하’를 결정했지만, 이를 뒤집고 태고종 선암사의 소송 당사자로 끌어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등기부상 진실한 소유자의 소유권에 방해가 되는 불실 등기가 존재하는 경우, 그 등기명의인이 허무인 또는 실체가 없는 단체인 때에는 소유자는 실체 등기행위를 한 자에 대해 등기말소를 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 “대한불교조계종 선안사가 사찰로서의 실체를 갖추지 못한 이상, 윤선웅을 상대로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등기 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앞선 법리적 판단 등으로 미뤄볼 때) 전래사찰인 선암사는 한국불교태고종이 승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윤선웅은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에 선암사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측은 “△조계종 선암사로 등록할 당시 전국사찰대장에 선암사가 대한불교조계종의 소속 사찰로 기재돼 있었던 점 △당시 정부 부처인 문화공보부가 이를 재차 확인해준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선암사 대중 결의만으로 조계종 선암사의 실체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어 “더구나 1심 재판부가 ‘각하’를 결정했음에도 윤선웅씨를 말소등기 절차의 주체로 삼은 것은 법리적 판단절차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조계종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조계종 선암사는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각하를 결정, 결과적으로 승소했다는 점에서 대법원에 상고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조계종 측은 법률지원단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41호 / 2022년 7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