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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37대 총무원장 단독후보 진우 스님은

  • 교계
  • 입력 2022.08.12 15:44
  • 수정 2022.08.12 18:50
  • 호수 1644
  • 댓글 3

온화한 성품·뛰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총무원장 후보 급부상

13세 때 강릉 보현사로 출가…이광수 ‘원효대사’ 읽고 재발심
담양 용흥사 주지 맡아 복원불사…탁월한 종무행정 능력 발휘
2012년 백양사 주지·2018년 총무원장 직무대행하며 위기수습
“전임 총무원장 이룩한 성과 바탕으로 한국불교 변화 이끌 것”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출마한 전 교육원장 진우 스님은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스님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2년 백양사 주지로 선출돼 위기에 내몰렸던 교구본사를 안정적으로 수습했고, 2018년 전임 총무원장의 불신임에 따라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큰 혼란 없이 36대 총무원 집행부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온화한 성격을 지녀 대중친밀도도 높다. 그렇기에 진우 스님은 일찌감치 종단 안팎에서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스님은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불연을 맺었다. 강릉의 설판보살로 명망 높았던 할머니 손에 이끌려 네 살 무렵부터 월정사, 법흥사는 물론 강원대 일대 유수 사찰을 순례했다. 13세 되던 해 할머니와 함께 정암사를 찾았다가 한 스님으로부터 “절에 있지 않으면 단명한다”는 말을 듣고 그 길로 강릉 보현사에 맡겨졌다. 그것이 출가 인연이 됐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스님에게 출가자로서의 삶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신을 절에 보낸 할머니가 야속했고, ‘절에 있어야만 살 수 있다’는 말도 수긍할 수 없었다. 그럴수록 새벽부터 일어나 대중 공양을 준비하고 법당청소와 빨래까지 도맡아 했던 행자 생활은 더 고되기만 했다. 방황은 한동안 이어졌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준 것은 책이었다. 세속에 대한 그리움이 찾아올 때면 법당 한켠에 있던 책들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그 가운데 은사인 대강백 백운 스님이 편양언기 스님의 일대기를 소설로 엮은 ‘양치는 성자’, 소천 스님이 ‘금강경’을 역해한 ‘금강경 강의’,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황산덕 법사가 쓴 ‘중론송’, 춘원 이광수의 ‘원효대사’는 스님이 지금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는 책들이다. 특히 ‘원효대사’는 스님이 “어렴풋하게나마 대자유를 만끽했고, ‘이 공부는 생사를 뛰어넘는 공부’라고 했던 선지식들의 일언을 비로소 들을 수 있었다”고 회고할 만큼 재발심으로 이끈 책이기도 했다. 이후 스님은 책을 통해 접한 불교의 진리를 전국 제방선원을 돌며 스스로의 삶에 체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스님이 종무행정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99년 11월 담양 용흥사 주지로 부임하면서부터다. 용흥사는 삼국시대 때 창건된 사찰로, 조선 숙빈 최씨가 이곳에서 기도한 인연으로 영조를 낳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한때 대가람을 이뤘지만, 한국전쟁을 거치며 전소돼 이 무렵 임시법당 정도만 남아 명맥만 유지했을 때였다. 은사를 따라 찾았던 완도 신흥사, 광주 관음사에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주지를 맡아 사찰 운영을 경험한 스님은 주지 부임과 동시에 용흥사 복원 불사에 착수했다. 대웅전을 세웠고, 중화당, 회성당, 미타전, 적묵당, 보제루 등도 건립해 천년고찰 용흥사의 면모를 일신했다.

2012년에는 백양사 주지를 맡았다. 이 무렵 백양사는 도박사건과 내홍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주지로 부임한 스님은 세간의 날선 비판에 몸을 숙이고, 교구 소임자를 새롭게 구성해 수습에 나섰다. 백양사를 둘러싼 근거 없는 비난과 억측에 대해서는 ‘비상대책위’라는 이름으로 직접 성명을 작성해 바로잡아 나갔다. 오랜기간 내홍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문중간 알력을 조정해 화합을 이끌면서 차츰 백양사를 안정시켰다. 그렇게 2년, 백양사가 정상화되자 스님은 스스로 주지에서 물러났다. ‘2년만 맡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스님이 중앙무대에 등장한 것은 2017년이다. 설정 스님이 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서실장에 임명됐고, 뒤이어 호법부장, 기획실장, 총무부장도 맡았다. 이어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총무원장 불신임에 따른 종무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진했다. 이 기간 조계종은 극심한 혼란에 직면했지만, 진우 스님의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으로 종단의 혼란과 갈등은 조기에 수습됐다.

2019년 9월 제8대 교육원장에 선출된 스님은 승가교육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승가교육’을 목표로 내세우고 방대한 교과과정을 조정했으며 보편적인 승가교육을 기반으로 교육과정도 개편했다. 출가자 감소에 따른 학인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본교육기관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본교육기관 조정도 추진해왔다. 또 종단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불교개론’을 편찬해 불교에 입문하는 출재가 모두에게 불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종무행정을 다루는 사판에 머물면서도 스님은 출가수행자라는 본분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용흥사 주지를 맡을 무렵부터 매일 새벽 명상을 하며 삶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떠오른 생각을 짧은 글로 정리하고, 경전의 한 구절 한 구절에 해설을 달아 메모로 남겼다. 이에 대해 스님은 “비록 사판의 소임을 맡고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무렵 한 지인이 “스님의 글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스님은 2012년부터 매일 아침 자신의 명상노트에 있는 글들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송하기 시작했다. 처음 서너 명과 주고받기 시작한 문자메시지는 입소문이 나면서 카카오톡 단체 메시지로, 다시 네이버 밴드로 옮겨졌다. 스님의 밴드에는 현대인들이 일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의 법문이 있는가 하면 ‘신심명’ ‘증도가’ ‘만성동귀집’ ‘법성게’ ‘금강경’ 등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경전 해설도 담겨 다채롭다. 이렇게 매일 아침 스님의 글을 공유하는 이들만 3300여명에 이를 정도다.

스님은 “불교가 이 시대의 희망이자 대안”이라고 종종 말한다. 불교는 고통의 문제에서 출발한 종교이고, 다양한 고통에 직면한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비록 여러 난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불교는 여전히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통과 화합’ ‘자성과 쇄신’ ‘백만원력결집’ ‘상월선원 생명평화결사’ 등 전현직 총무원장스님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여러 시도들은 침체됐던 한국불교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스님의 판단이다.

때문에 스님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불교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스님이 “사부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한국불교의 중흥을 이루겠다”고 발원하며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에 출마한 이유이기도 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44호 / 2022년 8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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