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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동안거 해제 법어]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여산정여 스님

기자명 법보
  • 교계
  • 입력 2024.02.22 14:12
  • 호수 1718
  • 댓글 0
금정총림 제2대 방장 정여 스님은 한 치 앞도 못 볼 정도로 까맣고 천둥 번개가 몰아치더라도 그 위에 파란 하늘이 있듯 본래 마음에는 생사도 미움도 번뇌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여산정여 스님.

오늘은 동안거 해제 날입니다.

석달동안 화두일여속에서 확철해서 무겁게 짓누르는 의심 덩어리를 해결한 눈 밝은 납자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의심 덩어리를 해결하지 못한 납자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행을 하고 정진하는 데는 결재 해제가 본래 없는 것입니다. 해재 동안에도 자신의 본분사를 해결하기 위하여 부단히 정진해 나가야 합니다.

정토예토(淨土穢土)가 본래일심(本來一心)이요
생사열반(生死涅槃)이 종무이제(終無二際)니라

정토와 예토가 본래 한 마음이요
생사와 열반이 끝내는 두 경계가 없다.

어리석은 중생의 마음으로 보면 맑고 깨끗한 세계가 따로 있고 더러운 세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더럽고 깨끗함이 모두가 자기 자신의 마음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본래 마음은 맑고, 如如(여여)해서 연꽃과 같은 마음인 것이다. 근본 마음 자체는 탁 트여서 파란 하늘과 같은 것이다. 맑은 마음 그 자체에 미움도 없고 성냄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편견 된 마음으로 밉고 곱고 깨끗하고 더럽고 온갖 마음에서 차별 경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늘 바탕은 때 묻거나 물들지 않는 늘 맑고 如如(여여)한 것이다.

그런데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치고 소낙비가 내리고 우박도 내리고 눈이 내리기도 합니다.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덮여서 어두컴컴하다고 해서 하늘 바탕이 어두컴컴한 것은 아니다.

어디선가 맑은 바람이 불어오면 검은 먹구름은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지면 하늘은 끝없이 펼쳐진 맑고 파란 하늘입니다. 하늘 자체가 때가 묻거나 깨어지거나 더럽혀지지 않는 맑고 파란 하늘입니다.

우리가 모두 간직한 근본 마음은 마치 파란 하늘과 같아서 더럽혀지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맑고 깨끗한 마음 가운데서 온갖 생각들이 어지럽게 일어나서 온갖 마음이 만들어 놓은 생각의 그림자에 속아서 온갖 괴로움을 만들고 이끌려 다니는 것입니다.

生死(생사)와 涅槃(열반)이 끝내는 두 경계가 없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마음으로 바라보면 분명히 생사가 있지만 마음을 깨달은 성인의 경계에서 바라보면 생사와 열반이 本空(본공)하여 나지도 멸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생사가 열반이요 열반이 곧 생사인 것입니다.

만경무한(萬境無限)하여 함입일심지내(咸入一心之內)니라.
만 가지 무한한 경계가 모두가 한마음에 들어있다.

눈을 뜨고 바라보는 모든 경계가 모두가 자신의 한 마음에서 분별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신이 만든 경계에 속아서 울고불고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바로 알고, 바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진정한 해탈은 그 무엇을 갈구하지 않고 그 어떤 것에도 이끌리지 않으며 어디로 가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으며 일상생활 그대로 如如(여여)해서 감에 감이 없고, 옴에 옴이 없습니다. 머물고 행하는 그대로 一如(일여) 해서 걸림이 없습니다. 마치 구름 벗어진 파란 하늘과 같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안거가 끝난 대중에게 두 사람이 함께 가지 말고 따로따로 떨어져서 길을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진리를 설하라고 전도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서 해탈할 수 있도록 바르게 전도하라고 전도의 사명을 주셨으니 바르게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다 함께 전도의 원력을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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