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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동안거 해제 법어]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

기자명 법보
  • 교계
  • 입력 2024.02.27 10:36
  • 수정 2024.02.27 10:46
  • 호수 1719
  • 댓글 0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부처를 이룬다

若人靜坐一須臾(약인정좌일수유)
勝造恒沙七寶塔(승조항사칠보탑)
寶塔畢竟碎爲塵(보탑필경쇄위진)
一念淨心成正覺(일념정심성정각)

누구나 잠시라도 고요히 앉았으면
수많은 칠보탑을 쌓는 것보다 나으니,
보탑은 부서져 티끌이 되고 말지만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부처를 이룬다.

달마대사가 서천에서 처음 중국에 도착했을 때, 불심천자(佛心天子)라고 알려진 양(梁)나라 무제(武帝)는 달마대사를 초청하여 대화하면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내가 천자가 된 후 지금까지 절을 짓고 경전을 만들고 탑을 쌓고 스님들에게 공양하기를 많이 하였는데 내게 무슨 공덕이 있습니까?”

이 말을 듣고 달마대사는 “아무 공덕이 없습니다[所無功德]”라고 대답했다.

양무제가 이어 묻기를 “어떤 것이 성제(聖諦)의 제일가는 뜻입니까?” 하니, 달마대사는 “텅 비어 성스러움도 없습니다[廓然無聖].”라고 하였다.

양무제가 다시 묻기를 “지금 마주 대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니, 달마대사는 “모릅니다[不識].” 하였다.

이 이야기에 대해, 사람들은 양무제가 절 짓고 탑 쌓은 공덕을 자랑하려다가 달마대사에게 오히려 무안을 당했다는 둥 이러쿵저러쿵 폄하하는 말들이 많았다.

모든 것은 그 그릇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서로 견해가 다르고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

양무제는 평소 곤룡포 위에 가사를 걸치고 ‘금강경’을 즐겨 설하였고, 그의 아들 소명태자도 ‘금강경’을 32분으로 정리할 정도의 내공을 가진 분이었다. 양무제는 많은 불사를 하여 일반 승속들은 그를 불심천자로 추앙하면서 큰 공덕을 지었다고 온갖 아부를 하며 찬탄하였다.

그러나 달마대사는 무제가 지은 공덕은 ‘금강경’의 가르침처럼 아무런 상(相)에 집착하는 바[所] 없이 무주상(無住相)으로 지은 것이라서 ‘공덕이 없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성제(聖諦)의 제일인 진리에 대한 물음에는 ‘모든 것이 공(空)하여 성(聖)스러움조차 없다’라고 하였으며, ‘그대는 누구냐’고 하는 직설적인 물음에 그것은 부처님도 알지 못하고 그 어떤 사량이나 분별심으로 알 수 없으며, 진리는 말할 수 없는 불가설(不可說)이며 불가득(不可得)이므로 ‘모른다’라고 하였다.

달마대사를 시험해 본 양무제는 이처럼 신선하고 깔끔하게 걸림 없이 대답하는 지기(知己)의 지음자(知音者)를 만나 서로 계합했던 것이다.

양무제는 달마대사가 인연 따라 지내면서 동토(東土)에 불법을 널리 전할 수 있도록 그를 붙잡지 않았다.

그리하여 달마대사는 소림사 등지에서 모여드는 많은 무리를 근기 따라 제도하며 선종의 기틀을 닦은 것이다.

달마대사가 중국으로 와서 교화하다가 서천(西天)으로 돌아가려고 할 적에, 여러 제자를 모아 놓고 말씀하기를 “이제 때가 되었다. 나의 가르침을 받은 너희들은 각자 얻은 바를 말하여라” 하였다.

그때 문인 도부(道副)가 말하기를 “저의 소견은 문자에 집착하지도 않고 문자를 여의지도 않는 것으로써 도를 쓰려고 합니다.” 하니, 달마대사는 “너는 나의 가죽을 얻었다.” 하였다.

총지(總持) 비구니는 말하기를 “제가 이해한 바로는 아난이 아촉불국을 본 것과 같아서 한번 보고는 다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니, 달마대사는 “그대가 나의 살을 얻었다.” 하였다.

멀고 먼 동쪽에 아촉불의 위신력으로 이루어진 불국토가 있는데, 그 땅은 칠보로 되어있고 의식주는 생각하면 저절로 나타나는 등의 공덕이 있으며, 삼악도(三惡道)가 없는 거기 태어나면 그 수행이 청정하여 물러나지 않고, 마침내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는 이상세계이다.

도육(道育)은 말하기를 “사대(四大)가 본래 공하고 오음(五陰)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니, 달마대사는 “그대는 나의 뼈를 얻었다.” 하였다.

맨 나중에 혜가(慧可) 대사가 나가서 절을 세 번 하고 그 자리에 서 있으니, 달마대사가 “그대는 나의 골수(骨髓)를 얻었다.” 하였다.

그리고 혜가에게 “옛날 여래께서 가섭에게 부촉하신 정법안장이 전해져 나에게 이르렀는데, 내가 지금 너에게 부촉하노니 그대는 마땅히 잘 보호해 가지도록 하라.” 하였다.

달마의 가르침을 제자들은 이처럼 제각기 그릇대로 받아들이면서 가죽이나 살, 혹은 뼈나 골수를 얻었던 것이다.

뒷날 달마대사가 서천으로 돌아간 다음, 양무제는 달마대사를 추모하면서 다음 같은 비문을 새겨 남겼다고 전해온다.

見之不見(보아도 보지 못하고)
逢之不逢(만나도 만나지 못하여)
古之今之(예전이나 지금이나)
悔之恨之(후회스럽고 한스럽다.)

이것은 아마도 사람들이 양무제는 유위법(有爲法)에 집착하여 달마대사의 말뜻을 제대로 몰랐다고 폄하하면서 그렇게 입살에 올려 전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제와 달마의 만남을 다르게 말한다.

見之不見(보아도 본 것 아니고)
逢之不逢(만나도 만난 것 아니니)
古之今之(예전이나 지금이나)
水流花開(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

대중들은 잘 살펴보라.

[1719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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