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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에게 불교계는 반감세력인가

  • 데스크칼럼
  • 입력 2024.02.26 13:19
  • 수정 2024.02.26 18:34
  • 호수 1718
  • 댓글 2

여권 ‘건국전쟁’으로 보수 결집하고
총선 위해 ‘이념’ 대립 치닫는 양상
‘이승만기념관’ 건립 다시 꺼내며
“영화로 국민 공감” 주장한 오 시장
그에게 불교계는 무시 대상인가

영화 ‘건국전쟁’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과 대립이 연일 뜨겁다. 영화 개봉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며 사실상 영화 관람을 독려하고 나서면서부터 예상된 결과다. ‘건국절’과 ‘이승만 건국대통령’ 주장으로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기독교계의 편협한 역사관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승만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에 500만원을 기부하며 본인의 의사를 더욱 확실히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영화평’까지 하며 의중을 다시 한번 드러냈으니 여권 인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동참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러니, 선거가 50여 일도 남지 않는 시점에서 정치권뿐 아니라 전국이 극한 이념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교계는 건국절, 그리고 이승만 건국대통령 주장이 그 어떤 종교편향보다도 심각한 기독교 편향정책이라는 입장이 분명하다. 사실상 한국 근대사의 중심에 기독교를 두려는 의도, 그 배후에 뉴라이트로 대변되는 보수 기독교계가 있다는 것이 교계의 일관된 지적이다. 수많은 역사학자와 근대사학자, 사회학자, 헌법학자들까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니 이승만기념관 건립 부지로 서울시가 열린송현광장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에 불교계가 공분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불교계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했던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이 조계종 총무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과 태고종 총무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사이에 건립된다는 소식에 불교계가 불쾌감을 넘어 모욕감을 느낀 것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의 결과다. 특히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이 열린송현광장과 맞닿아 있는 태고종으로선 지척 간에 이승만기념관을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니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오세훈 시장은 열린송현광장 부지에 대해 “이건희기증관 외에 다른 건물은 짓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승만기념관의 열린송현광장 내 건립을 사실상 묵인하거나 적극 유치하려는 태도였다. 불교계의 격한 반응에 한발 물러서는 듯도 했지만 최근 영화 ‘건국전쟁’ 개봉을 계기로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오 시장은 2월 23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 여부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최재란 시의원의 질문에 대해 “영화 ‘건국전쟁’ 등이 상영되는 것이 일종의 공론화와 공감대 형성의 과정”이라며 “이제는 입지가 어디가 바람직한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에 왔다고 본다”고 답했다. 더구나 오 시장은 불교계의 반대 입장에 대해 “송현동 입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불교계와 협의도 하고 설득도 하겠다”고 말했다. 불교계의 반대를 명백히 알고 있는 오 시장이 이 같은 입장에 귀 기울이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공론화’와 ‘공감대’라는 이름으로 불교계를 배제하고 갈라치기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영화 ‘건국전쟁’과 이승만 대통령을 둘러싼 평가는 극과 극에 걸쳐 다양하다. 불교계의 평가와 입장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를 특정 세력의 결집, 그리고 그 밖의 세력으로 갈라치기 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극심한 대립과 갈등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번 4·10총선을 앞두고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점 가운데 하나도 계층, 세대, 성별, 지역 등 우리 사회를 수많은 패거리로 분열시키는 ‘대립의 선거전략’이다.
 

남수연 국장 
남수연 국장 

‘건국전쟁’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무시한 채 보수진영의 공감대라는 이름으로 불교계를 배척하는 오 시장의 발언 속에서는 불교계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찾아볼 수 없다. 오 시장이 생각하는 공감대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불교계는 ‘반감대’의 세력이란 말인가. 오 시장이 특정 세력의 대변인이 아닌 선출직 시장이라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불교계를 설득하겠다는 오만한 발언이 아닌,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한 불교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다. ‘공감대’와 ‘공론’이라는 이름의 갈라치기를 앞세워 불교를 배척하는 저열한 정치를 교계는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namsy@beopbo.com

[1718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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