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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중지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발상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는 역사를 퇴행으로 몰았던 자를 부활시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근현대사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자를 ‘건국의 아버지’로 삼겠다는 의도다. 천박한 보수주의자들 표를 얻어 권력을 지속적으로 장악하겠다는 심산이다. 광장 주위에는 조계종 총무원을 비롯해 태고종 법륜사, 천도교 중앙본부 터도 있다. 정화유시로 불교계를 분열시킨 장본인을 불교도들이 영구히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어찌 이렇게 역사가 역류할 수 있을까. 

이승만은 두 번이나 퇴출당했다. 한번은 상해임시정부에서, 또 한번은 4·19혁명으로 민중의 심판을 받았다. 친일파를 중용하고, 애국지사들을 탄압하며, 부정과 비리로 독권·독식·독재를 추구하다 하와이로 도망갈 때까지 신생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을 누린 배경은 기독교와 미국이었다. 이념적으로는 반공주의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뿌리도 이승만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남쪽의 점령군으로 온 미군의 하지 중장이 3년간의 통치를 위해 등용시킨 선교사들에 의해 남쪽은 친기독교 정책이 추진되었다. 선교사 언더우드는 군정 재산관리과에서 활동하면서 일본인들의 종교시설을 개신교계가 분배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사와 사찰터, 일본인 교회터, 적산가옥은 거의 기독교에 불하되었다. 기독교계는 이를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인 동시에 기독교의 승리”라고 했다. 군정의 최고위직 한국인들의 태반이 기독교도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승만은 대통령이 되자 군정의 친개신교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는 대한민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1904년 한성감옥에서 쓴 ‘독립정신’에서 한국인을 개신교로 교화시키고, 한국을 개신교화 해야 된다고 했다. 국가의 모든 일에 영국·미국처럼 개신교를 근본으로 삼아야 이익이 있다고 주장했다. 

1919년 3·1운동 때에는 대한공화국임시정부의 국무총리 자격으로 “한국에 동양 최초의 개신교 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1945년 11월 서울서 열린 임시정부 환영대회에서 “만세반석 되시는 그리스도 위에 이 나라를 세우자”고 했다. 1948년 5월 국회 개원식에서 모든 의원들과 함께 “하나님과 순국선열과 삼천만동포에 삼가 선서함”으로 선서문을 낭독했다. 그리고 전원 기립하게 하고는 제헌의원 이윤영 목사에게 ‘하나님’께 기도하도록 했다. 모든 언설은 ‘하나님’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제헌헌법’ 12조 “국교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는 정교분리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다. 마침내 성탄절 공휴일 지정, 안식일인 일요일 국가행사 회피, 기독교 독점의 군목제도 실시, 공영방송의 선교 허용, YMCA와 YWCA 지원 등 대한민국을 거의 기독교 국가로 만들었다. 국교가 없는 나라에 당시 신자 5% 미만의 기독교가 국교와 다름없는 대접을 받은 것이다. 이승만이 키운 기독교는 권력 유지의 기반이었다. 1952년 정·부통령 선거 때, 한국기독교연합회는 ‘기독교선거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선거운동을 했다. 1960년 정·부통령 선거 때도 개신교 인사들이 ‘자유당 정부통령선거중앙대책위원회’에 참여하여 개신교 언론을 도구로 썼다.
 

1948년 5월 31일, 중앙청 홀에서 열린 제헌 국회 개원식. 임시 국회의장이자 초대 국회의장으로 피선된 이승만은 재헌 국회의 첫 순서로 북한출신 목사 이윤영 의원을 대표로 모든 의원들이 함께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하도록 했다.
1948년 5월 31일, 중앙청 홀에서 열린 제헌 국회 개원식. 임시 국회의장이자 초대 국회의장으로 피선된 이승만은 재헌 국회의 첫 순서로 북한출신 목사 이윤영 의원을 대표로 모든 의원들이 함께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하도록 했다.

이승만의 큰 패악 중 하나는 그가 포섭한 월남한 개신교인들이 남쪽의 주류가 되어 반공과 친미 노선을 그들의 신학으로 만들어 사회를 분열시켰다는 점이다. 제주 4·3항쟁은 물론, 보도연맹원과 양민학살, 한국전쟁에 대한 무책임,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빨갱이’ 낙인찍기는 백성들을 극한의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이승만을 다시 소환한다는 것은 백성들의 뼈아픈 트라우마를 재생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견을 통한 파사현정이 절실한 이유다. 서울시는 무의미한 기념관 건립을 취소하고, 정부는 정의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탈 행위를 멈춰야 한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720호 / 2024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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