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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불교계 반대에도 “이승만기념관을 송현광장에” 강행

  • 교계
  • 입력 2024.02.23 15:59
  • 수정 2024.02.23 23:37
  • 호수 1718
  • 댓글 22

2월 23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서 공식화
“기념관 건립 추진 송현동 검토 결론 났다”
불교계 반대엔 “(추후)설득하면 된다” 밝혀
공론화 과정에 불교계 입장은 고의적 무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교계 반대에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최초의 종교편향 대통령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어렵사리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송현동 부지가 뉴라이트 사관에 편승한 오세훈 시장의 '이승만 기념관' 강행으로 "특정 정치·종교 세력의 과시 및 선교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오 시장이 시정질문에 답하며 "이승만기념관 입지가 송현공원으로 결정되면 (추후)불교계와 협의하면 된다"고 밝혀, 그간 반대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불교계 여론을 고의적으로 무시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오 시장은 2월 23일 제322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최재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높게 거론되는 곳이 송현광장”이라며 “건립추진위원회(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가 서울시에 방문해서 논의할 때도 송현동을 검토하겠다고 (이미)결론이 났다”고 덧붙였다. 

최 시의원이 “불교계 반대가 매우 심하다”고 전하며 “반대 민원 해결을 위해 노력한 적 있느냐”고 질의하자, 오 시장은 송현공원 건립 추진에 실무적인 논의가 시작됐지만 불교계와 협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히며  "(추후)불교계와 좀 협의도 하고, 설득이 필요하면 설득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송현공원 조성과 관련해 ‘비우는 다지인’을 강조하며 ‘이건희 기증관’ 외 다른 시설물은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돌연 서울시청 시장실을 찾은 이승만기념재단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발표하며 송현동 부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불교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를 비롯해 태고종 중앙종회·교임전법사회·비구니회 등이 “송현동 건립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 시의원은 박민식 보훈부 전 장관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해 “송현공원 건립 입지와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논란을 해명한 일화를 언급하자, 오 시장은 “박민식 전 장관과 제 입장은 달랐다”고 밝히며 조계종의 반대 입장에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최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총무원장 (진우)스님에게 거짓을 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계종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의 발언와 의도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노골적인 친(親)기독교 정책을 펼쳤고 조계종과 태고종을 격심한 갈등에 빠뜨린 이승만 대통령의 기념관을 두 청사 중간에 짓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송현동 부지는 여러 기업을 희생시키며 서울시가 매입한 토지다. 송현동 부지를 시민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첫 의도를 잊지 않길 바란다. 정 짓고 싶으면 국가 소유가 아닌 이승만 대통령을 추모하는 세력의 사유지에 지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우봉 스님은 또 “이승만 대통령이 독립의 공이 있다 하더라도, 3·15 부정 선거 규탄 시위로 인해 ‘좌익 폭도’로 내몰린 김주열 군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창원 앞바다에서 떠올랐을 때 그는 이미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격을 잃은 사람”이라며 “아프리카나 중남미, 동남아에서 독립을 주도했으나 훗날 국민을 핍박한 독재자를 건국의 아버지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가. 한국불교계는 물론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희생 당한 후손이나 가족들의 마음에 다시 한번 생채기를 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 선광 스님은 “이건희미술관 기념관 외 아무것도 짓지 않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민과 불교계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이렇게 가볍게 입장을 번복하는가.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교계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망언을 용납할 수 없다. 불교계 내부에서 원칙을 세워 아주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18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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