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작가는 말한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에서나, 보현행을 실천하기만 하면 여래가 된다고. 이것이 석가모니부처님의 본뜻이라고. 이것이 불교의 본질이라고. 그러니 당시 여러 파로 나뉘어 수행하던 수행공동체의 출가 중심적 발상이나 사변 중심적 논의 등에서 벗어나, 자신과 남의 안락을 위해 실천하는 삶을 살라고. 그렇다고 작가는 마구잡이로 불설(佛說)을 꾸미는 게 아니고 아함(阿含)의 말씀 전승에 충실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일반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고대 인도의 오랜 전통이 된 서사문학 장르에 착안했다.
‘화엄경’ 연출의 소위 ‘총감독’이자 ‘작가’이자 ‘연출가’인 ‘비로자나’ 부처님은 문수에게 질문하게 하고 보현에게 대답하게 하는 방식으로 중생들에게 설법을 연출하신다. 기본적인 구성은 이전의 ‘보현행품 제36’에서는 같은 ‘평등인과’를 설법하시면서도 ‘원인의 평등’을 설했고, 지금의 이곳의 ‘여래출현품 제37’에서는 ‘결과의 평등’을 대답하시는 설법이 펼쳐진다.법문이 시작되기 전에 여래의 미간백호에서 ‘여래출현’이라는 이름의 광명이 솟아오른다. 여러 상서를 보이고는 다시 여래성기묘덕 보살의 정수리로 들어간다. 부처님께서 가지(加持
국내 불교학계 맏형인 한국불교학회가 창립 반세기를 맞아 11월3~4일 서울 동국대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사단법인 한국불교학회(회장 백도수)는 10월18일 서울 충무로 한국불교학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 일정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백도수 회장, 이평래 고문, 사무총장 동광 스님, 장성우 총무이사, 탁효정 기획(홍보)이사가 참석했다.백도수 회장은 “지난 반세기 성과를 살펴보고, 새로운 반세기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자 국제학술대회를 마련했다”며 “인류 문명사의 대전환기에 한국 불교학이 나아갈 방향은
방대한 ‘화엄경’ 80권을 분류하는 전통의 방법으로 ⑴회(會), ⑵처(處), ⑶품(品), ⑷설주(說主), ⑸오주인과(五周因果), ⑹사분(四分) 등 여섯이 있음을 지난 회 연재에서 언급했다. 여섯 분류 중, 하나하나 모두 ‘화엄경’ 이해에 의미 있는 한몫을 한다. 특히 ‘보현행품 제36’과 ‘여래출현품 제37’의 두 품의 내용 이해에는 ‘오주인과(五周因果)’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오주인과’의 분류법은 39품 전체를 인과 관계로 나누어 보는 방법인데, 이 방법에 따르면 제36품은 인행(因行; 수행이라는 원인)에
1988년 창간한 법보신문이 올해로 창간 35주년을 맞이했다. 불국사 월산대종사의 원력으로 새로운 불교,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사명감을 안고 일성을 울린 법보신문은 지난 35년 동안 수많은 불자들의 성원과 관심 속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침을 겪기도 하고 독립언론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 앞에서 35살을 맞이하는 법보신문은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1980년대 한국은 처절한 봄의 계절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보살에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보다 더 큰 과실은 보지 못했다고 보현보살이 화엄 회상의 여러 대중에게 발표한다. 이어서 성내는 마음을 다스리려면, ⑴열 가지 법을 부지런히 닦고[勤修], ⑵열 가지 청청함[淸淨]을 구족하고, ⑶열 가지 광대한 지혜[廣大智]를 구족하고, ⑷열 가지로 중생 속으로 두루 들어가고[普入], ⑸열 가지 묘한 마음 먹기[勝妙]를 하고, ⑹열 가지 교묘한 지혜[善巧]를 내야 한다고 한다. 위에서 괄호에 한문을 넣었는데, 경학자들은 이렇게 이름을 붙여 내용을 외운다. 독자 여러분도 기왕에 경학(經學)에 초대되었
지난주까지는 ‘여래십신상해품 제34’와 ‘여래수호광명공덕품 제35’를 통해 깨친 이가 수행의 결과로 이룩한 외모[修生]를 기준 잡아 설명해 마쳤다. 이제부터는 수행하여 번뇌를 제거하여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 드러냄[修顯]을 기준 잡아 소개할 차례이다. 앞질러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을 말해보면, ‘보살행’과 ‘불성’이다. 번뇌 때문에 ‘요 모양 요 꼴’로 살지만, 나는 본래 보살처럼 행동하고 성품은 부처이다. 문제는 번뇌이다.번뇌가 하고 많지만, ‘화엄경’ 구성작가는 ‘성내는 마음[瞋]’을 으뜸으로 뽑고 있다. 경전 본
근현대 한국불교 대강백인 운허 스님(1892~1980)의 발자취와 독립운동정신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운허역사기념관’이 문을 열었다.학교법인 광동학원(이사장 초격 스님)이 9월8일 오후 3시 남양주 광동중학교에서 운허역사기념관 개관식을 가졌다. 운허역사기념관은 광동학원 개교 77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로서 혼신을 다하셨던 운허 스님의 뜻과 행적을 기리고자 마련된 추모와 역사교육의 현장이다. 개관식은 1부 기념식과 2부 현판식으로 진행됐다. 광동학원 이사장 초격 스님을 비롯해 양주 연화사 혜승, 봉선사 능엄승가대학원장
‘화엄경’ 구성작가는 이전까지 내려오던 소위 ‘깨친 이의 능력’에 관한, 즉 훌륭한 사람이나 신(神)들의 설화를 모아 제7회(총 11품)의 후반부 다섯 품에 배치한다. 배치 방법으로는 ‘불부사의법품 제33’에서 총론하고, 이후에는 각론으로 들어가, ‘여래십신상해품 제34’에서는 깨친 이의 몸에 드러난 빼어난 모습 중에서 아주 두드러진 양상[相] 80가지를 소개하고, 이상의 80가지처럼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좋은[好] 부분을 ‘여래수호광명공덕품 제35’에서 소개한다.‘여래십신상해품 제34’를 먼저 소개한다. 품의 제목 속에
‘깨친 이의 능력’을 다루는 품(品)은 총 5품, 즉 ⑴‘불부사의품 제33’ ⑵‘여래십신상해품 제34’ ⑶‘여래수호광명공덕품 제35’ ⑷‘보현행품 제36’ ⑸‘여래출현품 제37’인데, 첫 품은 을 총론으로, 나머지 네 품은 그 능력을 각론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순서에 따르면 ‘여래십신상해품 제34’를 소개할 순서인데, 이번 호에는 필자가 어떻게 글을 써 가는지를 독자님들께 보여드리려 한다.경전의 한 품을 읽으려면, 필자는 자동 조선 시대 묵암 최눌 스님이 만드신 ‘화엄품목’ 첩자(帖子)를 펼친다. 다음은 ‘화엄경
“… 이러한 모든 것(경전)들 가운데 여러 경전의 핵심을 하나로 꿰뚫은 것은 오직 이 기신론뿐이다.”(은정희 역주 ‘원효의 대승기신론 소·별기’ 중에서)마명(馬鳴) 스님은 “중생들이 불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릇됨이 없이 여법하게 실천수행” 하도록 이끌고자 ‘대승기신론’을 썼다. 교계에서는 ‘불교 입문서’로 알려져 있으나 ‘대승기신론’의 마지막 장까지 독파하기란 여간 녹록하지 않다. 대승불교의 반야, 공(空) 사상과 유식 철학을 통하지 않고는 이 명저의 핵심어 ‘진여일심(眞如一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망망한 ‘기신론의 바
소제목을 으로 바꾸었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과목을 점검하고 향후의 진도를 도모해야겠다. ‘화엄경’은 무수한 ‘문-답’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또 그 ‘문-답’들이 서로 다발을 이루어 결속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다발이 모두 넷이라는 이야기, 여러 번 반복했다. ⑴첫째(제1회) 다발에서는 부처님을 포함한 중생들의 무리와 그런 무리가 의지해서 사는 세계 설명이 핵심 주제이고, ⑵둘째(제2회~제7회) 다발에서는 다양한 수행과 그에 따른 결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핵심 주제이고, ⑶셋째(제8회) 다발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