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한 인간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 범죄자 한 사람에게 사회가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맞는가?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일치된 과학적 연구 결과도 없다.” “사형은 인륜에 반하고 공공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엄중한 제재를 통해 ‘응보적 정의’를 실현하고 사회적 차원의 ‘심리적 위하(위협)’를 통해 일반예방(一般豫防) 한다.”헌법재판소 역대 세 번째 ‘사형제도 위헌 심판’ 공개 변론에서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헌법소원 청구인 대리인과 사형제 유지를 주장하는 법무부 대리인
어릴 적부터 불교를 접한 사람에게는 불상이나 법당 등의 불교문화가 친숙할 것이다. 그러나 불교를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황금색 불상, 거대한 석상, 지옥도 등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불교는 한국과 1700년을 함께하며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종교에 대한 관심과 신규유입이 감소하자 종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요즘말로 고인물이 되어버렸다. 고인물은 환수나 여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썩기 마련이다. 불교계는 이를 인지하고 젊은 불자 포교에 진력해왔다. 종립학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종립학
기술과 환경이 변화하면서 노인들의 평균 수명도 길어졌고, 노년기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 왔다. 은퇴 후 노인들은 소득보장, 사회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2004년 노인일자리 사업이 도입되면서 공익·민간 부문에서 많은 일자리가 제공됐다. 그에 따라 노인들의 빈곤문제 해결, 활발한 사회참여, 삶의 질 개선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올해 5월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60세이상 노인 노동자의 노동 환경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노동자의 97.6%가 계속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노인 중
코로나19 전염병균의 국내 유입 진원지로 몰려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신천지가 최근 공격적 여론전을 다시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개신교측인 CBS노컷뉴스와 국민일보 등 기독교계통의 미디어들이 또다시 신천지의 잘못된 선교를 ‘포교’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는 대단히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그 노림수 속에는 ‘주님의 종’들 간에 벌어지는 분쟁의 덤터기를 불교 쪽으로 떠넘기려는 꼼수가 읽혀진다.‘부처님의 가르침(佛法)을 널리 전한다’는 뜻의 포교(布敎)와 전법(傳法)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불교에서 주로 사용해온 용어다. 지금까지 불교에서는
“앞으로의 우리 후배스님들을 위해서 20년을 결사하자”는 어른스님의 한마디에 30년도 넘은 기억을 꺼내들었다. 어떤 법문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온 말씀이었다. 나는 비구니계를 받던 날을 잊을 수 없다. 겨울의 초입 즈음에 산사의 새벽 기온은 제법 추웠다. 그 차가웠던 날씨보다 더 추웠던 건 파란색 방수포를 대걸레로 썩썩 밀어내고 비구니계를 수계한 기억이다. 좀 더 형식을 갖추고 여법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한국비구니계를 이끌어 갈 출가자 탄생을 존중하고 축하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의례적인 행사를 치르듯
절대 군주가 지배하던 고대 로마의 격언 가운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소크라테스도 악법을 따라 기꺼이 독배를 마셨다. 그런데 정말 악법도 법일까?인도의 간디는 ‘악법은 악법’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야 할 법이 아니라 고쳐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다. 1928년 영국이 식민지 인도를 수탈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금세’를 신설했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먹어서는 안 되며 영국에서 판매하는 소금만 유통하도록 강제한 법이다. 인도인이 ‘인도산 소금’을 만지기만 해도 엄하게 처벌했다. 이에 맞서 간디는 70여명의 인도인과 바닷가로 가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조계종에 교육원, 포교원처럼 문화원이 필요하다. 작은 부서로 현 문화정책을 펼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문화부의 사업 규모에 비해 예산도 적고 인력도 부족하다. 문화부의 독립이 필요하다.”조계종 문화부의 중장기 핵심과제를 수립하기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나온 주장이다. 부(部)에서 원(院)으로의 독립이 종법개정을 통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주장이 한국 불교문화 정책을 수립‧점검‧전개하는 수장의 주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4명의 문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는 신 냉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의 민주주의 동맹과 옛 공산세력인 중국·러시아라는 두 대척점이 형성되고 있다. 새 정부는 한미동맹이라는 군사적 힘에 의지하며 전자의 세력에 합류하고 있다. 세계는 군비를 확충하며 끝없는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강대국들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리는 한반도는 이럴수록 중도와 중립의 외교정책으로 오히려 힘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주위에서는 세계 최고의 화약고가 된 이 땅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한다. 선에 대한 인간
장맛비가 참으로 괴팍하게 내리는 것 같다.장마철이 시작되면 물난리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제비가 추녀 밑에서 날갯짓을 잠시 쉬었다가 언뜻 다시 펼쳐지는 파아란 하늘로 비행하는 풍경을 상상하기도 하고, 만해 스님의 시 ‘알 수 없어요’를 통해 그려지는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라는 서정을 기대해 보지만, 올해 장맛비는 다른 것 같다. 마치 숨 쉴 틈 없는 돌발 변수들이 돌출하는 현재 우리 정치판의 한 장면처럼 이번 장마는 근년과는 너무 다른 것
조계종 전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PD수첩 제작진과 출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법보신문이 최근 검찰과 경찰의 수사기록을 입수했다. 이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현응 스님 유흥주점 출입’과 관련한 2018년 PD수첩 방송내용은 침소봉대를 넘어 사실까지 왜곡했음을 알 수 있다. 편파‧왜곡 방송을 내보내고도 현응 스님의 주장을 한 번도 보도하지 않은 MBC에 대한 불교계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승호, 박성제 전현직 MBC 사장의 사과와 함께 당시 PD수첩 제작 책임자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져야 마땅한 중대한 사
6월8일 JTBC 수목 드라마 ‘인사이더’가 법당을 도박판으로, 스님을 도박꾼으로 묘사하며 불자들의 공분을 샀다. 불교계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JTBC와 제작사의 공개 참회, 해당 영상 삭제, 재방송 송출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에 6월13일 드라마 관계자들이 조계종을 방문해 사과했고 방송을 통해 사과문을 송출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불교계의 체계적이고 발 빠른 대처에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돌아보면 영화와 TV드라마 등에서 불교는 자주 등장했다. ‘달마야 놀자’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도깨비’ ‘나의 아저씨’
JTBC가 지난 6월8일 새 드라마 ‘인사이더’를 선보이면서 사찰 법당에서 스님과 여러 도박꾼들이 거액 판돈을 걸고 도박하는 장면을 길게 방영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TV방송 드라마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십수 년 전부터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방영되면서 한류 열풍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겨울연가 촬영지에는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라오스·캄보디아 오지에서 TV로 이 드라마를 즐기는 이들을 만나는 일이 낯설지 않았다. 2017년 이란 여행 때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우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년여 간 코로나로 겪은 어려움이 이제는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로 인한 원자재 수급 차질, 급격한 물가 상승, 기준금리 인상 등 힘든 시기를 예고하는 뉴스뿐이다. 굳이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겨하는 짜장면 가격이 오른 것으로 실감하며, 경유값이 부담돼 출항을 포기했다는 고등어선단의 이야기는 우리의 친척 누군가의 이야기일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 불안한 것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 지하철 이용 시민들에게 감동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다준 풍경소리의 ‘포교 게시판’이 전면 교체된다. 올해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2년에 걸쳐 서울 수도권을 비롯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780곳 역사의 2547개 ‘포교 게시판’의 액자와 내용을 새롭게 바꾼다. 1999년 시작했으니 23년 만에 새 단장 하는 불사인데 어떤 글과 말씀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벌써 기대된다.지하철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무료함을 견디다 글 판을 발견하고 무심코 읽던 시민들은 한 발 더 다가가 지긋이 바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현대적인 방법론과 접목한 많은 수행법, ‘현대적 마음챙김 수행’이라 부르는 수행법들이 알려지고 있다. 서구에도 큰 열풍이 불 정도로 그 수행법은 현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불교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러한 수행법들이 지닐 수 있는 위험성과 한계에 대한 비판 또한 여러 각도에서 이루어졌다. 로널드 퍼서(Ronald Purser)가 현대적 마음챙김 명상이 ‘맥도날드식 마음챙김(McMindful-ness)’이며 신자본주의를 고착화하는 것이라 비판한 것이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대학 졸업 뒤 1990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열정과 패기가 넘쳤고 못 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때였다. 그 시절 종단은 직원의 수도 적었고, 사업 종류와 규모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사회복지와 관련해서는 종법과 제도가 미비했다. 그렇다 보니 이웃 종교들이 복지 시설 운영과 여러 복지사업으로 지역 단위의 종교 활동을 펼칠 때, 불교가 내세울 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사찰의 담벼락은 그야말로 높아 보였다. ‘종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역할은 무엇일
2012년 8월27일 출범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가 한 달 후면 10주년을 맞이한다. 최대 성과는 무엇일까? 10년 동안 보여준 진정성에서 꽃피운 신뢰라고 본다. 사회 시민단체들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비춰볼 때 사노위가 축적해 온 신뢰는 지중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불교 위상 격상에 한정된 게 아니라 사회변화를 도모하는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노사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건 이명박 정부 때다. 계층 간 분열에 비정규직 차별까지 더해지며 사회는 크게 요동쳤다. 이명박 정부 4년 차와 맞
거실 탁자 위에 낯선 봉투 두 개가 놓여 있다. 발송인은 동부경찰서이고 수취인은 내 이름이다. 놀라서 뜯어보니 제목이 길었다. ‘위반 사실 통지 및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같은 장소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한꺼번에 통보한 일종의 내용증명서였다.서너 달 사이에 벌써 대여섯 번째다. 위반 장소와 시간이 무미한 건조체로 적혀 있고, 아래 칸에는 벌금 액수가 볼썽사납게 박혀 있었다. 원인 제공의 현장은 바로 그때 그 자리였다. 남산 2호 터널을 나오자마자 녹사평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하차도 입구까지
우리는 흔히 ‘이상적 세상’ 또는 ‘이상향’을 표현하는 말로 ‘유토피아’를 자주 사용한다. ‘유토피아(Utopia)’라는 단어는 1516년 토마스 모어의 공상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였다. 고전 그리스어 ‘아니다/없다’라는 뜻의 ‘not’과 장소를 뜻하는 ‘place’를 조합하여 ‘없는 곳’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이다. 이런 뜻의 단어가 이상적 세상을 상징하는 말로 되는 데에는 소설 ‘유토피아’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나라로 ‘유토피아 섬’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 고전 소설인 ‘홍길동전’에서 나오는 ‘율도국
국민일보와 코디연구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에서 ‘종교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66.3%가 불교에 호감이 있다고 답했다. 천주교(65.4%)와 개신교(25.3%)가 뒤를 이었다. 각 종교를 상징하는 이미지 단어 분석도 진행했는데 불교는 ‘포용’ ‘상생’이, 천주교는 ‘도덕’ ‘헌신’이 핵심 단어로 꼽혔다. 반면 개신교를 대표하는 핵심 단어는 ‘배타’였고 주변 단어로는 ‘물질적인’ ‘이기적인’ ‘위선적인’ ‘세속적인’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