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부산의 벡스코에서 개신교 청년들이 대규모 부흥회를 열었다. 그곳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메시지와 함께 범어사, 안국선원을 위시한 전국의 94개 사찰이 무너지라고 소리 높여 기도하던 동영상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대구 동화사에서 강남 봉은사에서 한국불교의 중심인 조계사에서 이미 있었고, 지금도 전국 사찰 곳곳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의 ‘땅밟기’ 소식이 간간이 전해온다. 한국 기독교인들의 땅 밟기는 한국을 넘어서 미얀마의 스님 앞에서 복음송을 부르고, 기도하고, 심지어 찬송가 388장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를 불렀다
제198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비구니 스님도 호계위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종헌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1962년 조계종단 성립 이래 50여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비구니 호계위원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출가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구니승가의 종단 내 위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 생각된다.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최초의 법안보다 매우 후퇴한 것이다. 최초의 법안은 기존의 초심호계위원 7명과 재심호계위원 9명에서, 비구니스님 2명을 추가해 각각 9명과 11명으로 늘렸다. 즉 비구 호계위원 자리를 비구니 스님에게
한국사회 일부는 한국사에 대한 단순한 인식을 갖고 있다. 19세기말 기독교 선교사의 노력으로 한반도가 어둡고 무의미한 불교와 유교문화권에서 벗어나 영광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 경우엔 200년간 통치한 영국이 인도인의 역사관을 바꾸는데 실패했으며 인도인의 민족적인 자부심에 타격을 줄 수 없었다.인도의 위대한 지도자 간디는 1909년 인도의 자치 정부 이론을 뜻하는 ‘힌드 스와라지(Hind Swaraj)’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출판했다. 이 책에서 간디는 영국의 식민지 통치에 의한 인도의 변화상을 정밀하게 검토
세계는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기술, 사상, 철학 등 학문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도 기존 정보를 모으고 섞으면서 생긴다는 것을 잡스는 보여주었다. 세계는 왜 이렇게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생명에 대한 바른 이해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명의 적은 괴로움이다. 마치 온 몸의 혈관에 혈전이 생겨 막히면 고통이 일어나고 죽음에 이르는 것과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각 개인, 가정, 단체, 사회, 국가들이 병들지 않고 건강하려면 혈관의 피가 흐르듯 소통이 잘 되어야 한다. 소통이란 이것과 저것의 균
5월19일. 서울 BTN에서 달라이라마 성하의 방한을 추진하는 모임이 열렸다. 아마도 8월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일종의 동기부여가 되면서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문제를 한번 점검하자는 인식이 교계 내외에 팽배해진 탓으로 보인다.교황의 방한은 1984년, 1989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이다. 그런데 이번 교황방문은 가톨릭교계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교황청 인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해 이뤄졌다고 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국무총리가 나서서, 국가적 차원에서 교황의 방한을 돕겠다고 거들었다고 한다. 헌법으로 종교의
보시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남을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보시행위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간사회를 훈훈하게 만드는 선행으로 권장되어 왔다. 그러므로 보시는 선을 지향하는 모든 종교의 존재이유이다. 필자가 어느 날 교회 예배에 참석했을 때였다. 어느 신도가 헌금을 기탁하였다. 목사님은 그 신도가 헌금한 것을 기리면서 축복의 기도를 하였다. 감사헌금을 낸 이 사람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많이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도였다. 헌금을 낸 그 마음을 갸륵하게 여겨 집안을 번창하게 해주고 창고가 가득가득 채워지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1935년에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인도의 위대한 불교학자, 불교운동가, 소설가와 사상가인 라후라 산크리탸얀(Rahula Sankrityayana)은 한국불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한국은 유구하고 자랑스러운 불교문명의 유산을 가지고 있지만 수많은 위기에 직면해왔다. 불교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예술과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힘든 여정을 걸으며 문화유산과 전통에 대한 열정이 약화됐다. 사실상 불교국가인 일본의 잔학행위와 억압은 다수의 한국 젊은이들이 서구문명과 기독교로 전향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는 탐욕과 이기심, 연기에 대한 무지, 그리고 연민을 본다.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은 1948년 유엔 인권 선언문에 과학기술의 발전은 있지만 정신적인 진보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시대에는 고귀한 마음인 연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이 내전과 테러에 의해 살상당하고 환경파괴로 인해 죽어가고 있으며, 이런 일들은 모두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은 무지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연민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비(慈悲)의 ‘자(慈)’는 사랑으로 상대에게 베풀어서 기쁨을 주고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어린이날 다음날인 5월6일이었다. 그런데다 징검다리 황금연휴까지 겹쳐있어 온 나라가 놀자판에 빠져있을 법도 하건만, 세월호참사의 여파 탓인지 예정되었던 축제들이 취소되는 등 자못 성숙한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지나간 것 같다. 그러나 티베트의 경우는 우리와 다르다. 올해가 12년 만에 돌아오는 말띠해이기 때문이다. 티베트민중들이 벌써부터 들떠 있는 분위기여서 그에 따라 중국 공안당국의 촉각도 예민한 상태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티베트력으로도 올해는 말띠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남성-나무-말(Men-Wood
불교의 목적은 중생의 고통해소에 있다. 그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깨달음이나 중생교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이라 한다. 부처님은 교단이 성립되자마자 모든 제자들과 곧바로 전법의 길에 나선다. 전법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적인 가치관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먼저이다. 그러한 여건이 제공되기 위해서는 불교의 폭넓은 사회적 영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불자들의 사회적인 위상을 알아보자. 불교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를 가
붓다는 제자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으로 “네 자신을 등불로 만들어 살아가라(atta dipa viharatha)”고 하셨다. 등불은 지혜의 상징으로서 스스로의 지혜에 의지하라는 뜻이다.고대 한반도 삼국은 불교의 유입과 함께 지혜의 지평을 확대하여 문명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원효는 통합지향의 화쟁이론을 제시했다. 유교를 포섭하는 중국문화의 패키지로서 왕권중심으로 국가제도를 정비하고 백성들의 윤리덕목을 형성했다. 또한 초기 고대 불교는 덕치사상에 기초한 사상에 기반하여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을 정립했다.신라의 경우에는 불교가 청소
평소 알고 지내는 거사님이 한국불교가 힌두화 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불성이나 여래장이라는 가르침에는 고유한 자아가 있는 것 같이 이야기하는 불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큰스님들이 ‘참나’를 설할 때 듣는 불자들이 자기에게 고유한 자아가 있어서 화두를 간(看)하면 ‘참나’를 깨닫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템플스테이에서도 구호를 ‘참나를 찾아서’라고 붙여 많은 사람들이 명상하거나 화두를 간하면 자기에게 내재되어 있는 ‘참나’를 깨닫는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무아를 설하셨는데 어찌 참나와 같은 자아가 궁극
지난 4월1일 해양실크로드 프로젝트 발대식에 참석하려 경주에 갔다. 행사가 끝난 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마(天馬), 다시 날다’ 특별전에 들렸다. 41년 만에 새로운 ‘천마도’가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오래 전 경주고분군에서 6세기의 금관과 말 그림들이 출토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이 고분은 국보 207호로 지정되어 천마총이라 명명되어 그간 일반에게도 공개되면서 또 하나의 답사코스로 자리 잡았다. 특별전시실 안에는 모두 3점의 천마도가 전시 중이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그동안 보아오던 것
선(禪)을 최고의 수행으로 삼는 한국 불교에서 선승들의 무애행은 차별 없고 걸림이 없는 호쾌한 행동으로 흔히 묘사된다. 불이법문을 증득한 도인의 초탈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계율을 무시한 이들의 파격적인 행동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선사들의 무애행은 탐진치를 버리고 무아를 체득한 경지에서 나온 순진무구한 행동으로 평가된다. 이런 무애행은 파계를 넘어선 출세간적인 정신세계의 표출이기 때문에 선 수행자들 사이에서는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는 파격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그런 행동들이 모든 사람들의 눈에 곱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불교는 흔히 비사회적이고 비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이런 사실은 불교사에서 그대로 나타난다.불교는 아리안족이 만든 바라문교보다 약 1000여년 전에 일어난 인더스문명의 사문(沙門) 전통에 유래됐다. 역사적으로 사문은 바라문교에 대항하는 형태로 전개됐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았으며, 진리를 구하기 위해서 칼산에 올라간 선재동자처럼 두루 편력했다. 고행의 길을 밟았고 대중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생활했다.불교도 브라만교와 달리 인간이 중심이 되는 국가계약설의 이념을 제시했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원칙을 강조한
어느 큰스님 회상에서 스님들이 수행했다. 하루는 오랜 만에 소풍을 가게 됐는데 한 스님이 수행을 위한 체력보강을 위해 소 한 마리 잡아먹자고 제안했다. 대중들이 동의해 소를 잡아먹었다. 술도 한잔 걸쳤다. 그러나 한 스님이 거부했고, 대중처소로 돌아오자마자 큰스님에게 대중들이 계율을 파했다고 일렀다. 그러자 큰스님은 도리어 문제제기한 그 스님을 대중의 화합을 깨트렸다고 쫓아냈다.이 전설 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물었다. 대중 스님들의 행동도 또 큰스님의 행위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펄쩍뛰었다. 이것이 정당하다면 세속사람들과 무엇
3월2일은 티베트의 설날인 ‘로싸르’이다. 희망찬 목 말띠 해[Men-Wood-Horse]가 막 시작하면서 티베트인들의 소신공양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티베트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올 한해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소신공양으로 인해 한 송이 불꽃으로 화할 것인가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다.2014년 2월13일 ‘캄’이라 부르는 동부티베트 암도 아바현에서는 끼르티사원 승려였던 25살의 롭상도르제가 중국의 티베트정책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그는 분신 직후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일 뒤인 2월16일 끝내 숨진 것으로 확
기득권이 지배하는 사회는 부조리가 존재하고 기득권 자체가 조직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한다. 100년 역사를 지닌 동국대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전형적인 예다. 최근 동국대의 학술원 사태에서 기득권이 잘못 작용하면 조직이 어떻게 와해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그러한 마음은 모두 탐진치 삼독심에서 비롯된 중생심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이란 인간이 어느 때부터인지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삼독심을 하나하나 버려가는 과정이다. 삼독심으로 가득 찬 마음은 오욕(五慾)을 추구하며 나 스스로를 괴롭게 하고 사회적으로는 심
타고르는 인도만이 아니라 세계문학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 가운데 하나다. 그는 103편의 산문 서정시가 수록된 영문판 시집 ‘기탄잘리(신에게 바치는 송가)’로 1913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얻었다. 그런 타고르가 1929년 재일 한국유학생들의 부탁을 받고 한국인을 위해 시 한편을 썼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타고르는 이 시구 끝부분에 ‘기탄잘리’에 실린 시 한 편을 덧붙였다. ‘마음에 두려움 없고 머리를 높이
일본 총리 아베는 최근 “정부의 최고책임자는 나다. 내가 책임을 지고 선거로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겠다.”며 헌법해석 변경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때문에 ‘전쟁하는 국가’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국과도 불편한 관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아베 총리는 왜 한국의 종군 위안부 문제와 난징 대학살 등 제2차 세계대전 때 저질렀던 범죄 행위들을 부정할까? 이는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살생계를 범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은 사물의 독립적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