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만 계급으로 태어나 학생기에 스승 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가주기에 결혼하여 한 가문과 그 지역을 잘 이끌고는, 아들이 가주기에 정착할 즈음에 그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고 빈손으로 숲에 들어가서 가져다주는 공양에 의지하여 수행을 하는 임주기(林住期)는 브라만교도의 입장에선 완벽한 출가(出家)이자 한 생을 열심히 산 덕분으로 받는 보상이다. 이때가 브라만이 수행을 통해 브라흐만과 합일을 이뤄 해탈에 가닿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을 땐 이미 그러한 전래의 틀이 깨어지고 있었다. 브라만 계급의 전유물
카필라성 안에서 부족한 것을 모르고 지내다 동・남・서쪽 문밖에서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본 왕자 싯달타는 마침내 북문 밖에서 유유히 걸어가는 출가수행자의 여법한 모습을 보고 결국 삭발하고 출가하였다. 물론, 이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은 ‘픽션’이다. 불교에선 순화하여 방편(方便)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어릴 적,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었다. 부처님은 불교를 창시한 분인데, 웬 삭발? 출가? 물론 그때는 절에 가도 어린이 불교학교나 불자를 위한 교양대학 등이 없었기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어서 가졌던 의문일 것이다.집을
아파트 문화가 들어서며 이젠 오래된 시골집이 아니고는 부뚜막을 갖춘 아궁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방이나 솥 따위에 불을 때기 위해 만든 구멍인 아궁이는 한옥에서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해결하는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부엌 굴뚝으로 저녁 무렵 피어오르는 연기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어린 시절 아궁이 속 군불 사이로 감자를 구워먹은 기억과 외출했다 돌아와 엄동설한의 언 손을 녹이는 아궁이의 불길에 왠지 빠져들어 갈 것 같다는 경험을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아궁이의 어원은 입을 뜻하는 우리 고유어인 ‘악[口]’에 ‘웅이’라는 조사가 붙어 형
16세기에 발간된 조선의 한자입문서인 ‘신증유합’에 의하면 부엌의 어원은 ‘블[火]+섭[側]’에서 온 ‘브억’의 변화한 말이다. 같은 책에서 부엌의 경상도 사투리인 ‘정지’를 솥이 걸린 부엌이란 의미인 ‘정주(鼎廚, 솥이 있는 부엌)’에서 변화한 말로 보기도 하는데, 혹은 그냥 ‘정지(鼎地, 솥이 있는 곳)’에서 온 말이라고도 한다. 고유한 우리나라 말인데도 억지로 한자에서 그 연원을 찾기도 하기에 생긴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불교경전의 율장에 간혹 나타나는 것처럼, ‘정지’를 깨끗한 땅이란 의미의 ‘정지(淨地)’에서 온 말이라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 혹은 465억년이며, 이론상으로 관측이 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930억 광년에 이른다고 한다. 이 말은 지금까지 관측 가능한 우주에 대한 그 나이와 지름의 추정치일 뿐이므로, 결국 결론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불교에선 세계의 형태나 규모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불교의 세계관을 살펴보자.하나의 작은 세계인 일소세계(一小世界)는 허공에 바람이 일어 생긴 풍륜(風輪)을 기초로 그 위에 커다란 물의 바퀴[水輪]가 돌고 있으며, 다시 그 위에 쇠로 된 바퀴[金輪]가 돌아가고 있는데, 이 세 바퀴가 한 작은
‘금강경’이 조계종단의 소의경전이라면 한국불자들에겐 ‘천수경’이란 소의경전이 있다고 예기들 한다. 그 ‘천수경’의 첫머리에 있는 구업(口業)을 맑히는 진실한 말씀인 다라니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최소한 우리나라에선 아라비안마술을 비롯하여 온갖 마술을 불러들이는 최고의 주문으로 각인된 지 오래다. 예전에 동네 뒷골목을 뛰어놀던 어린애들도 외우던 이 주문은, 지금도 절에 가서 스님에게 그 의미를 여쭙더라도 “다라니 주문은 본래 의미를 해석하는 게 아니야!”라며 단호하게 해석을 거부하신 덕분에 오랜 불자라도 그저 입이 닳도
인도의 베다전통에서는 그들이 절대존재로 상정한 ‘브라흐만(Brahman)'이 어떤 가르침을 읊조렸을 때 그것을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기에 듣고서 있는 그대로 기억하여 인간들에게 전해준 이를 성인(聖人)이란 의미인 르시(ṛṣi)라고 부른다. 그래서 브라만교의 성전인 베다(Veda)는 브라흐만의 읊조림을 알아들은 르시에 의해 보다 정확한 전달을 위해서 문자의 기록이 아닌, 들려진 그대로 입과 입을 통해 전달되다 십 여 세기를 지난 한참 후에야 글자로 기록되었다.갠지스 문명의 주인공인 아리안(āryan)족의 명칭이 나아
인류는 문화를 일궈가며 그 문화권 나름대로 특유의 인사법을 정착시켜 왔다. 그럼에도 신체의 일부, 특히 손을 활용한 인사가 주류를 이룬다. 보다 정중한 인사방법으로는 온몸으로 표현하는 절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가장 엄중한 방식이라면 인도에서 발원한 오체투지(五體投地, 양 팔꿈치와 두 무릎 및 이마의 다섯 부위를 땅에 대고 하는 절)가 있다.그런데 이 모든 인사법이 무기 혹은 무력과 관련이 있다면 의외일까? 우선 현재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악수(握手)를 비롯하여, 손을 적당한 형태로 들어 보이는 각종 경례(敬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