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2011년도 저물어 간다. 추수를 끝낸 시골의 논과 밭은 다시 겨울잠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동안거에 들어간 선운사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보다 알찬 내년을 준비해 가려 한다. 올해를 돌이켜 봤을 때 종단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고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자성과 쇄신 결사’를 꼽을 것이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조계종은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까지 구성해 의욕을 보였다.그러나 최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대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지만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계종이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 등 5대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에 대해
지난 15일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여 한미FTA 처리를 부탁하고, 민주당은 16일 6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그의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이제 한나라당은 강행처리를 향한 본격적 행보를 시작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며칠 뒤, 아니 이 글이 인쇄되어 나가기 전에라도 국회의원들이 몸싸움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비준안이 처리될 지도 모르겠다. 지금 ISD조항이 논란의 중심이 되어버렸지만, 단지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한미FTA는 지금도, 처음 협상안이 나왔던 노무현 정부 때도 한국의 ‘미래’를 위해 추진해야 한다고들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그 미래는 아직 ‘오직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미래가 이미 과거에, 혹은 현재에 속하는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바로 그 미국에서 시작되어 지금 유럽연합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신조어들이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블로그에 이어 트위터와 페이스북, SNS라는 말이 넘쳐난다. 비단 과학기술의 변화만이 아니다. 2040세대라는 조어도 이미 널리 퍼졌다. 20~40대 연령층을 뜻하는 2040세대는 50대, 60대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담론도 쏟아진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SNS와 2040세대라는 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SNS혁명 또는 뉴미디어혁명이라는 말도 곰비임비 등장한다. 기실 그럴 만도 하다.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세대 단절 현상이 또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거가 있던 10월26일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 나타난 세대별 투표 성향을 톺아보자. 20대 69.3%, 30대 75.8%, 40대 66.8%가 무소
어느 덧 11월이다. 지난 여름의 폭우와 무더위는 자취도 없고 온 산야는 홍엽황운(紅葉黃雲)으로 물들어 있다. 예년에 비해 날씨가 푸근해 가을 정취가 덜 느껴지지만, 지금 전국은 단풍과 국화가 한창이다. 때맞춰 11월5일과 6일 전북 고창에선 미당문학제와 국화축제가 열렸다. 그곳에 미당 서정주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기 때문이겠으나, 사실 고창은 선운사와 동백꽃, 고인돌로 더 유명한 문화 공간이다. 선운사 동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수령(樹齡)도 오래려니와 그 자태가 무척 빼어나다. 하지만 동백이 지는 모습은 너무 처연해 마음이 짠하다. 그 광경을 송창식은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꽃”이라 노래했지만, 실제 동백의 낙화를 보노라면 그보다 더 잔인한 정경이 떠오른다. 참수당한 모가지가 땅에 떨어지듯 무참
온 산이 울긋불긋하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얼마 전까지 꽃무릇이 경내를 뒤덮었던 선운사에도 조금씩 단풍의 기운이 찾아오고 있다. 계절에 따라 다른 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산에 사는 사람들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선운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 하루 종일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선운사가 지역에서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휴식처가 되어 줄 수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산을 내려와 보면 세상은 어지럽기만 하다. 며칠 전 막을 내린 서울시장 선거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후보자들은 서울시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의 공약을 놓고 토론하기보다 상대방을 헐뜯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시정잡배들이나 사용하는 말들이 튀어나오고, 상대진영에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은, 아무리 더러워도 더러운 줄 알기 어렵고, 아무리 나쁜 짓이어도 나쁜 짓인 줄 알기 어렵다. 심지어 남들이 ‘나쁜 일’이라고 비난하거나, 법적으로 금지된 것에서조차 나쁜 짓임을 느끼기 어렵다. 가령 위장전입을 하는 것이나 남의 돈을 이런저런 방법으로 뜯어내는 것, 남의 명의를 빌어 금융거래를 하거나 이름을 조작하여 자식에게 증여나 상속을 하는 것이 일상사만큼이나 빈번한 사람들은 그런 일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최근에 이명박이 수십억의 경호실 예산을 들여 아들 명의로 내곡동에 집을 사주었다가 들통 난 사건을 보면서 그가 우리와 얼마나 다른 공기 속에서 살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수십억의 국가예산으로 아들에게 집을 사 준 것이나, 거기 동원된 방법, 투기적 성격 등 모든
미국.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나라다. 이른바 ‘친미사대주의 세력’이란 비판이 나돌 만큼 미국에 대해선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들에게 미국은 삶의 나침반이다. 그런데 보라. 바로 그 미국에서 그것도 중심가인 월스트리트에서 날마다 벌어지고 있는 점거 시위는 오늘의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서 집회와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이 땅의 언론들은 경찰 당국에 강경 대응을 살천스레 주문하면서 언제나 미국 경찰을 보기로 들었다. 미국선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불법 행위를 저지를 때 총을 쏜다고 부르댔다. 그 거친 논객들은 지금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점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더구나 월스트리트의 시위대가 내건 구호들
우리 청소년들은 75초에 한 번 꼴로 욕을 하는데 그들이 불량학생이거나 문제아여서가 아니라 평범하고 얌전한 아이들도 습관적으로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 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지하철이나 학원 같은 곳에서 청소년들이 주고받는 대화의 절반이 욕설임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 아이들은 ‘×나’(또는 ‘×라’)라는 단어로 시작해 ‘×발’, ‘×랄’, ‘×끼’ 등 욕과 비속어를 두어 마디에 한 단어씩 섞어 말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대화에는 진지한 내용이 담기지 않고 누가 보다 많은 욕과 비속어를 쓰느냐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그들의 잘못된 언어습관에 대해 지적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큰 발견이나 한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청소년의 언어가 욕과 비속어로 오염된 것은 십 수년 전의
유엔에서는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가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던 한국은 지난 2000년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2018년이 되면 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일본이나 미국보다 훨씬 빠른 진입 속도다. 한국사회가 이렇듯 종단도 더 이상 승려들의 노후복지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현재 12000여 명의 조계종 승려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12%인 14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출가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어 승려노후복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종단적 과제이다. 그래서 그동안 꾸준히 논의 되어 왔지만 전무했던
대중이 안철수에 매혹되어 열광하는 것은 그의 삶이 주는 어떤 감동 때문이다. 무엇이 대중을 감동하게 했던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돈의 유혹에 포획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했고 또 해야 한다고 했던 것을 일관되게 밀고 갔던 것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고,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성공을 떠나며 살아온 그의 행적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다. 또 경쟁이나 적대가 지배하는 기업의 세계에서 상생적인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추구해 온 것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고, 숫기 없고 수줍어하면서도 사람들의 앞에 나서서 진솔하게 자신의 소신을 펴는 모습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고, 사람들의 힘겹고 고통스런 삶을 감싸안으려는 마음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
조계종이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 사설로 평가했듯이 ‘21세기 아쇼카 선언’은 의미가 깊다. 한국 사회에 만연된 갈등을 치유하며 분쟁을 해결해 보려는 고뇌 속에서 선언이 비롯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선언 초안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택 교수는 선언 발표 직후 에 기고한 글에서 “종교 간 평화 실현이 주된 내용이지만, 선언문의 저변에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는 종교인의 성찰과 고민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적 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자임하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처럼 선언이 그 “역할의 시작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분쟁 해
요즘 한국 대중가요에 대한 관심이 심상치 않다. 각종 방송에서 경쟁적으로 벌이는 경연 혹은 오디션 형식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유럽에선 K-Pop 공연을 더해달라며 시위를 벌인다. 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돔에는 15만 명이 K-Pop 공연을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모였다고 한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 K-Pop 차트가 신설된 것은, 최근 한국 대중가요의 위세와 실상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후한서’에 “동이(東夷) 사람들은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기를 즐겼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우리 민족은 ‘흥’의 유전적 형질을 DNA에 지니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세계 유수의 콩쿨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고 세계 일급의 연주가나 성악가로 활동하는 이가 많은 것도 이런 유전적 형질과 무관하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