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종은 창종 50주년(2015)을 1년 앞둔 2014년 11월 근현대 전법의 사표로 칭송 받았던 개산조(開山祖) 태허 홍선(太虛 泓宣) 스님의 부도와 탑비를 조계산 선암사에 봉안했다. 태허 스님의 출가사찰이기는 하지만 선암사는 조계·태고 분규사찰이다. 한 종단, 한 사찰의 승낙도 어려운데, 두 종단의 허락을 받아내야 가능했던 법회였다.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었음에도 그날 법회에는 조계·태고 두 총무원장의 축사가 있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이자 관음종 총무원장인 홍파(泓坡) 스님의 덕과 역량이 발현됐기에 원만히 회향할 수 있
‘세종실록지리지’ 경상도 울산군 편에 이 고장의 빼어난 여덟 풍경을 이르는 ‘팔영(八詠)’이 실려 있다. 제목만 적혀 있을 뿐 시는 없어 조선 당시의 울산 정취를 느낄 수는 없다. 8영 중 하나가 산사송풍(山寺松風)인데 어느 절의 솔바람일까? 한 여름 솔밭에서 인 그 소리 청량할 텐데.먼 옛날부터 울산 사람들이 손꼽은 팔경(八景)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법하다. ‘세종실록지리지’와는 결이 다른 풍경을 택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백양사(白楊寺)의 새벽 종소리(白楊曉鐘)다. 소리를 보라! 낯설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절로 걸음
바다에서 일어선 해가 의상봉에 걸터앉으려 할 즈음 북한산 삼천사(三千寺)에 들었다. 밤이슬에 몸을 씻은 풀잎들이 하나 둘씩 일어서자, 새들은 물 묻은 그대로 날아 미루나무 꼭대기에 앉는다. 그리고 바람 한 점 대웅전 처마 끝 풍경에 닿는다. ‘뎅그렁∼’‘양수강이 봄물을 퍼 올려/ 온 산이 파랗게 출렁일 때// 강에서 올라온 물고기가/ 처마 끝에 매달려 참선을 시작했다// 햇볕에 날아간 살과 뼈/ 눈에 비에 얇아진 몸// 바람이 와서 마른 몸 때릴 때/ 몸이 부서지는 맑은 소리’ (공광규 시 ‘수종사 풍경’ 전문)산사의 여름 아침은
‘지붕을 촘촘히 잇지 않으면/ 하늘에서 비가 올 때 새듯이/ 마음을 단속해 행하지 않으면/ 음탕한 생각이 이것을 뚫는다. (蓋屋不密 天雨則漏 意不惟行 淫泆爲穿)’‘법구경’ 쌍요품에 나오는 구절의 일반적인 번역이다.대부분의 경전이 그러하듯 ‘법구경’도 두 언어로 쓰여 졌다. 팔리어로 쓰인 것을 담마파다(Dhammapada)라고 하는데 이는 남방으로 전해졌고,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것을 다르마파다(Dharma pada)라고 하는데 이는 북방으로 전해졌다. ‘개옥불밀(蓋屋不密) 천우즉루(天雨則漏) 의불유행(意不惟行) 음일위천(淫泆爲穿)’
‘후두둑, 탁!’세차게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양곤(Yangon) 거리를 30여명의 스님들이 우산을 펴 든 채 발우 하나 들고 줄지어 유유히 걸어간다. 땅을 차고 튀어 오른 빗방울들이 가사 끝자락을 쉼 없이 적시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땅을 향한 시선은 흔들림이 없고, 하늘 향한 어깨는 태산이라도 떠받칠 듯 꼿꼿하다. “2500년 전 부처님께서 행하신 탁발을 그대로 따르는 우리가 비구!”임을 침묵의 행보로 일갈하고 있음이다.“무릇 승가의 풍류는 걸식을 활계(活計)로 삼는다”고 천명한 일본 에도시대의 탁발승이자 시승(詩僧)이었던 료
한반도 명산(名山)을 손꼽을 때 인용하는 말이 있다. ‘동금강(東金剛)·남지리(南智異)·서구월(西九月)·북묘향(北妙香)!’ 오늘 지리산이 빚은 피아골을 오른다. 봄기운 가득한 5월의 피아골은 밤새 머금었던 수분을 흩뿌리고 있다. 저 작은 물방울이 모여 운무가 되어서는 작은 산등성이를 넘나들며 구례, 하동 땅에서 움트는 찻잎을 키워낼 터다. 피아골 연곡사 아래 약 1.2km 지점에 2013년 개원한 ‘혜우전통덖음차제다교육원’이 있다.나는 누구인가? 의문 품다청담 스님 책에서 답 찾아군 제대 후 방황 끝 출가‘구증구포’는 한약 법제전통
박종대 시인이 물은 적 있다.‘넓죽한 잎 펼쳐 놓고/ 어서 오게/ 하시는데// 연꽃 말씀 받아 오실/ 그런 분/ 안 계신가//저 위에/ 사뿐/ 올라앉을/ 이슬방울 같은 사람’ (박종대 시 ‘연못가에서’ 전문)외할머니 손잡고 동진출가공군 정훈감실서 현상작업군 제대 후 카메라 첫 구입일본 사진잡지 보며 독학청정명료 선적구도 완성 후연꽃·영산재 순간포착 46년연당·연지가 곧 영산회상경쟁·갈등 휘말린 도시 사람‘처염상정’ 연꽃 품어야 치유시인이 고대하던 ‘연꽃 말씀 받아오신 분’ 있다.한여름 새벽 연못가에 하염없이 앉았더랬다. 홍련은 아직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언급했듯이 “인간은 언어의 집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우리는 그 언어를 통해 사유하며 그로써 자신의 존재를 인식한다. 그러기에 혹자는 ‘말 하는 것 자체가 존재 자체’라고도 한다. 말할 수 없고 듣지 못 하는 사람들은 ‘소리가 아닌 시각으로 이해되고 표현되는 언어’ 수화(手話)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세상과 소통한다.꼿꼿한 허리· 빛나는 눈동자가지런히 발우 펴는 비구니공양 모습에 21살 때 출가‘까까 중’표현되던 1990년대수화 개발에 홀로 동분서주소통활로 개척 후 25년 전법연
“전승되어 온 선문답(公案·공안)이 그대로 화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화두는 자기에게 절박한 문제여야 한다. 수행자가 지금, 여기, 현재에서 인간의 본성에 관해 절실하게 의심하고 참구하는 실존적 자기 문제가 바로 화두다.”88년 현호 스님 은사로 출가‘몽산 덕이’연구로 박사 학위간화선·위빠사나·명상 연구학술 논문만도 50편 넘어‘부처란 무엇인가?’ 물음선·교 관통하는 키워드특정한 조건에서 발생하는연기결과 한 흐름이 ‘마음’간화·위빠사나 수행 핵심조화시킨 ‘인경명상법’ 탁월인경 스님이 2009년 보조사상연구원 학술회의장에서 말 속에
1980년 5월 광주! 철학에 뜻을 둔 청년도 그날 그곳에 서 있었다.1980 광주민중항쟁 때‘민주화’ 갈망했던 청년시민·군인 모두 내 형제2년 행자 후 사미계 수지 선·양자역학 관통시킨자신만의 선적언어 탁월불법 밀도있게 전하고자과학·심리·법학 외전 탐독‘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가 흘렀고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생의 끝자락에서 마주해야 했던 건 붉은 피뿐이었던 사람들, 마지막 숨을 거두며 최후의 눈물을 떨군 사람들. 그들 모두 내 형제고 내 누이었다. 분노와 슬픔으로
‘퍽! ’새벽녘, 자전거와 택시가 부딪치는 소리는 짧지만 강렬했다. 자전거에 싣고 있던 우유팩과 함께 청년은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운전사가 급히 달려 와 “괜찮냐?”며 말을 걸어 왔다. 별다른 부상은 없어 보여 툭툭 털고 일어나 “괜찮으니 그냥 가시라” 했다. 흩어진 우유팩들을 주워 담고는 페달을 밟아보려는 데 아득히 먼 바다에서 인 어지러움이 이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늘을 연 여명이 칠흑 속으로 떨어져간다고 느껴지는 순간 눈앞에 보였던 사물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연극 무대의 커튼이 닫히듯 세상도 그렇
“어린이 포교는 수미산을 올라가는 수행과 같다!”1985년 종상스님 은사로 출가중앙승가대 입학해 복지 전공어린이·청소년·군·재소·장애전 방위 계층별 포교에 진력파라미타 경주 지회장 맡아순식간 700여명 모집 ‘전설’희망나래장애복지관 수탁 후개관 첫 해에 1500명 운집포교, 열정만으로는 어려워원력 놓지않고 기다려야 결실 산사음악회 선율·점심 공양도자연스레 불연 맺어주는 것 2016년 가을 펴낸 ‘적당한 생활’(모과나무)에 새겨진 성행 스님의 일언이 오랫동안 귀전에 맴돌았다. 포교 현장의 지도자와 후방에서 정책지원에 힘쓰는 전문가들은